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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가 머물렀던 곳에서 합장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5월 01일(목) 18:54
↑↑ 서병진 전 경주여고 교장
ⓒ 경북연합일보
‘오월은 청소년의 달이요, 부처님 오신, 은혜와 자비의 달이다. 이 좋은 계절에 원효대사가 머물렀던 몇 곳을 둘레길 삼아 걸으며, 뒤숭숭한 마음을 정리해 본다. “자 떠나자 고래 잡으러”가 아니고, 그냥 틈나는 대로 오명 가명 걸어본 길이다. 합장하는 마음으로.
기림사에 들렀다. 기림사는 원효와 인연을 맺은 천년 고찰이다. 천축국의 광유 스님이 선덕여왕 12년 창건하여 ‘임정사’라 부르던 것을, 원효가 크게 중창하여 머물면서 기림사로 개칭하였다. 기림사란 부처님 생존 때에 세워졌던 인도의 기원정사의 기(祇)와 임정사의 임(林)에서 가져온 것이라 한다.
기림사 약사전의 내부 좌측 벽에 벽화가 있다. 누구에게 무엇을 바치는 모습이 그려진 벽화. ‘여래공양도’ 혹은 ‘여래헌다도’. 기림사 창건 설화가 끼어든 것으로 보인다. 원효에 의해 중창되면서 기림사로 명명되었고, 기원정사에서 기(祈. 祇)를 가져온 것으로 보아 석가여래의 자비를 이 땅에 구현하고자 하는 원효의 바람이 담긴 것으로 읽어진다.
골굴사에 들렀다. 앙상한 뼈처럼 보이는 응회암 절벽에 크고 작은 굴들이 해골처럼 뚫려 있는 혈사(穴寺). 광유 성인이 인도의 석굴사원을 본떠 창건한 사찰. 가장 높은 곳의 마애불상을 지나면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그 아래로 바위 구멍을 지나면 법당 굴. 원효 스님이 말년을 머물다 열반한 곳이다. 굴 입구는 기와. 내부는 완전 석굴. 제단 왼쪽에 관음보살상, 오른쪽에 ‘해동보살 원효대사 상’이 있다. 원효대사가 무애(無碍)의 삶, 걸림이 없는 자유로운 삶을 살다가 열반한 곳. “미련을 가지지 마라. 인연은 원래 없는 것. 바람 한 줄기 사라지듯 모든 인연은 순간에 사라지는 것.” 원효의 숨결이 느껴진다.
다음이 분황사. ‘향기로운(芬) 임금님(皇)의 절(寺).’ 분황사. 원효와 깊은 인연의 절이다. 원효가 의상과 함께 당(唐) 유학길에 올랐다가 깨달음 얻고 돌아와 머문 곳이 분황사다. 원효의 저술(著述) 활동이 대부분 분황사에서 이루어졌고, <화엄경소>도 분황사에서 저술되었다.
분황사 우물 옆에 원효대사를 기리는 비의 받침돌이 있다. 모든 것은 하나의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일심 사상(一心思想)을 바탕으로 모든 존재의 근원적인 통일성을 강조하며, 서로 다른 가르침들 사이의 조화와 융합을 추구했다. 원효의 화쟁사상(和諍思想)이 빛나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월정교를 걸었다. 월정교 아래 유교(楡橋)가 있었다고 한다. 그 유교가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사랑을 매개한 다리라지만 오늘은 월정교를 거닌다. 신라시대의 산책길을 거닐 듯 걸어본다. 불빛이 어리비치는 물에 월정교의 채색 단청이 어지럽지만 일미관행(一味觀行)이다. 모든 법이 결국 하나의 진리로 귀결하는 것. 원효의 목소리가 물에 어리비친다.
불교계의 분열을 극복하고 새로운 통합의 시대를 연 사상이 화쟁 사상이다. 원효의 화쟁 사상은 단순히 불교계 내부의 문제 해결에 그치지 않고, 사회 통합과 평화를 이루는 원동력이 되었다. 올바른 삶의 지혜다. 원효는 단순한 종교 지도자를 넘어, 사회 개혁가이자 사상가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사고는 당시 신라 사회에 큰 변화를 일으켰으며,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진정한 화합과 조화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다. 조기 대선(大選)의 소용돌이가 거세다. 은총과 자비로움의 오월. 부처님 오신 달에도 세상은 여전히 혼탁하다. 원효의 통합과 조화의 정신. 원효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원효가 머물렀던 곳에서 합장해 본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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