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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도 청춘처럼 아프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4월 30일(수)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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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전세훈 기자 | | ⓒ 경북연합일보 | | 수년 전에 김난도 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수필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유복한 가정에서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 정년 보장과 고액 연봉, 엄청난 명예가 보장된 탄탄대로를 달려오며 살면서 한 번이라도 좌절하거나 슬퍼해 본 적이 없었을 상류층 엘리트는 부의 세습이 일반화됐고 하류계층으로의 이동 가능성마저 미미한 까닭에, 극한의 상황에 몰릴 대로 몰린 지극히 평범한 서민 청년들에게 인생에 대해 훈수를 둘 입장이 못 된다는 취지로 교수의 입장에서 사회를 비판한 것이 글의 요지이다. 그러나 특권층은 살기 좋으니 어려운 청춘들에게 훈수 들면 안 된다는 그의 주장은 냉엄한 현실 사회를 바로 보지 못한 다소 덜떨어진 주장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특권층은 유능한 학생들이 공부하듯 도서관에서 책 보고 노력하면 쉽사리 특권이 유지되는 까닭에 살기 각박한 어려운 청춘들에게 훈수 들 자격이 없다는 논지가 ‘특권층은 가만히 앉아서 놀고 있으면 특권이 유지되냐’라는 논쟁에 불을 지핀 것이다. 이른바 잘난 특권층 학생들도 한둘이 아니지만, 아무리 공부를 잘하는 학생도 평범한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공부를 잘하는 다른 학생들과의 무한경쟁에 맞닥뜨리고 있다는 경쟁사회인 자본주의 속성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권층이라는 정의를 학창시절 공부하듯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노력만 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사람이라는 단순한 논리를 전개함으로써, 그 누구도 예외없이 치열한 현실적 경쟁 사회에서 통하지 않는 작가 본인의 경험치에만 치중한 지극히 편협된 자가당착적 주장일 뿐이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비평가들은 특권층이든 뭐든, 잘났든 못났든 간에 세상사 살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라는 불변의 의미를 콕 집어 김 작가에게 항변한 것이라 여겨진다. 한 마디로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은 ‘동물의 왕국’인 자본주의 사회구조적인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끊임없이 노력만 하면 성장할 수 있다’는 어쭙잖은 논쟁을 유발했다. 말은 쉽지만 살기에 결코 만만치 않은 세상사에서 누구든 손쉽게 똑똑한 학생이 공부하듯이 노력하면 우수한 성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순진하게 강조했다는 비판을 받은 것이다. ‘그까짓 거 하면 되지!’ 하는 ‘우월주의 선민사상(選民思想)’에 물든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사고가 불러온 논쟁이 아니었을까! 옳고 그름을 떠나 김 작가의 책 제목처럼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대로 청춘은 아픔을 먹고 성숙해 간다는 말로 주제를 정리했으면 무난했으리라 보여진다. 한편 김 작가에서 비롯된 청춘이라는 ‘젊음’을 겪어온 ‘늙음’도 마땅히 인생사에서 훈장을 받을 위치임은 당연한데 어리석게도 노욕을 비우지 못해 화를 자초하는 인물들이 아직도 곳곳에 많아 보여 같은 늙은이로서도 처량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고금을 통해 ‘늙음의 미학’이란 단어에는 자제와 용서, 수긍함으로써 그만큼 여생이 풍요해지고 고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참뜻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게다가 말수조차도 줄이면 그만큼 허물도 점점 줄어들고 젊은이에게 어른 대접을 받아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런데 ‘잊혀지고 싶다’면서도 잊을 만하면 ‘나 여기 있소’하며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문 전 대통령 같은 제정신 아닌 정치인들을 보면 한심스럽기 짝이 없고 ‘줏대 없다’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치인이든 촌로(村老)이든 늙은이의 불치병처럼 여겨지는 참견과 간섭을 줄이고, 입은 있되 말을 토하지 않으면 그만큼 정신이 총명해지고 가는 어깨가 가벼워짐은 불문가지가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문 전 대통령을 보면 진정 잊혀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속으로는 물망초(勿忘草 = forget me not:나를 잊지 말아요)를 꿈꾸는 거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노자의 말씀을 올리면, ‘치허극 수정독(致虛極 守靜篤:스스로 비우기를 지극히 하고 고요히 함을 두터이 하다), 만물병작 오이관기복(萬物幷作 吾以觀其復:만물이 눈앞에 널려져 있으되 결과도 나에게 되돌아오는 것을 봐야 한다), 부물운운 각귀근(夫物芸芸 各歸根: 만물은 많고 성대하지만 결국엔 각각 근본으로 돌아간다)’ 즉, 늙을수록 나잇값하고 나이에 걸맞게 살아야 하며 영원한 내 것은 없으니, 날이 갈수록 버려야 한다는 뜻으로 각인된다. 늙은이에 대한 존중과 공경은 젊음이라는 파고를 겪은 사람에게 주는 특권이지만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의무를 함께 주는 것 같다. 드라마 ‘여인천하’의 명대사인 ‘그 입 다물라!’라는 전인화 배우의 외침이 새삼스럽다. 시쳇말로 ‘입은 닫고 지갑은 열고’라는 것이 늙음의 의미라 해도 무방하다 하겠다. 아프니까 청춘이지만 아프지 않은 늙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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