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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가지고 온 찡한 이야기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4월 21일(월) 18:53
↑↑ 서병진 전 경주여고 교장
ⓒ 경북연합일보
함처식 작사, 장수철 작곡의 ‘봄’이란 동요가 있다. “푸른 바다 건너서 봄이, 봄이 와요. 제비 앞장세우고 봄이, 봄이 와요. 들을 지나 산 넘어 봄이, 봄이 와요. 제비 앞장세우고 봄이, 봄이 와요.” 1955년 무렵인가? 어린 시절 참 많이 불렀던 노래다. 지금은 제비 보기가 그리 쉽지 않다. 환경 탓인가. 제비 없이도 오늘 아침 산책길. 나도 모르게 흥얼흥얼한 노래다. “삼 천리 강산에 새봄이 왔구나, 농부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리네.” 이 노래와 함께.
여든의 나이에도 봄은 가슴 설레게 한다. 어둠을 털어내는 새 소리에 귀를 열고 마음을 연다. 나뭇가지, 가지를 살핀다. 노래는 들리는데 새는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도 마음은 맑고 밝아 가뿐하다. 봄 처녀, 가을 총각이라 했지만 봄은 늙은이의 가슴도 그냥 두지는 않는 것 같다. 새가 보이지 않아도 아름다운 노래는 들리고, 늙은이의 무딘 가슴이 봄기운에 울렁일 수 있구나 싶다.
봄기운에 젖어 걷다가 며칠 전 카톡에서 읽은 이야기 한 토막이 생각난다. 제목이 ‘봄을 가지고 온 아이’였지만 실은 봄을 가지고 온 사람 이야기다.
옷 가게 아주머니가 전해준 이야기. “날씨가 쌀쌀한 봄날, 아동복 가게에 허름한 옷차림의 엄마와 초등생 딸아이가 들어왔다. 딸아이에게 예쁜 T셔츠를 사 주고 싶어 했다. 아이에게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라고 하니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아무거나 괜찮다고 했다. 엄마가 골라주면 다 좋다고 했다. 옷을 고르며 하는 모녀의 대화에서 사랑이 넘쳐흘렀다. 두 모녀는 만 원짜리 티셔츠를 사 가지고 행복하게 웃으며 나갔다.” 여기까지 이야기는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얼마 뒤, 아이가 그 옷을 도로 들고 와서 “저, 죄송한데요, 이거 돈으로 돌려주시면 안 될까요?” 가게 아줌마는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엄마가 사 주신 건데 왜 무르려고 하니? 엄마한테 혼나면 어쩌려고?” 아이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저의 엄마는 시장가 좌판에서 채소 장사를 하셔요. 하루 종일 벌어도 만 원을 못 벌 때도 있어요. 엄마한테 미안해서 이 옷을 못 입겠어요.” 가게 주인아줌마는 순간 코가 찡해 왔단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그 큰 사랑을 가지고 온 아이가 너무너무 예쁘게 보였다고 했다. ”오 그래, 참 예쁜 생각을 하는구나. 돈은 엄마에게 도로 가져다드려라. 이 옷은 선물이다. 그냥 가지고 가서 입어라.” 하면서 작은 청바지 하나를 더 넣어 포장해 주었단다.
다음날 아이 엄마가 큰 봉지에 봄나물을 가득 담아 와서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몇 번이나 거듭 사과하기에 “착한 딸아이를 두어서 좋겠어요. 아이 엄마가 부럽네요.” 했더니 “예 제가 고생하는 보람이랍니다. 이 가게도 복 받으라고 기도할게요”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진 이야기다.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인가. 개나리보다 진달래보다 아름답지 않은가, 활짝 핀 벚꽃이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고, 이른 아침 여명의 새소리가 맑게 귀를 열어도 사람과 사람이 엮어낸 이야기만큼 아름다우랴. 출렁이는 가슴보다 울렁이는 가슴을 가지고 싶었는데, 이제는 찔끔거리는 눈시울까지 갖고 싶어졌다. 아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도네요, 정말로”가 되었다. 이 이야기를 옮기면서 또 코끝이 찡하다.
세상이 온통 혼탁하고 자기 생각만 하며 사는 듯한 현실이다. 소주 한 잔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어도 내 편 네 편이 갈라져 언성을 돋운다. 이건 아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순수한 마음을 되찾아 나누고,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엄마를 생각하는 아이의 마음도 예쁘고, 고마움에 고마워할 줄 아는 엄마의 마음도 아름답지만, 이를 배려한 옷 가게 주인의 마음이 참으로 아름답다. 봄꽃보다 향기롭고 새들의 노래보다 해맑은, 예쁜 아이와 가게 아줌마의 이야기로 찡한 봄을 열자.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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