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을 47일 앞두고 ‘반(反)이재명 빅텐트’ 구상이 연일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과의 연대를 통한 시너지 효과는 물론, 단일화의 의외성과 충격파가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로 꼽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보수 진영의 유력 후보 간에 입장 차가 워낙 큰 데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세가 심상치 않아서이다. 민주당은 대선 출마에 대한 명확한 입장 없이 애매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한 권한대행을 향해 “출마할 속셈이면 당장 대미 관세 협의에서 손을 떼야 한다. 한 권한대행의 대선후보 등록 명분 만들기용 졸속 협상은 꿈도 꾸지 말 것을 엄중 경고한다”고 퍼부었다. 지금 ‘반이재명’ 전선을 구축하려는 구(舊)여권 진영이 ‘빅텐트’(초당파 연합) 딜레마에 빠졌다. 한 권한대행의 참여가 빅텐트 구상의 핵심인데 국민의힘 경선 주자들은 ‘한덕수를 뺀 연대’를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힘 지도부도 경선에 불참한 한 권한대행을 띄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등 ‘한 권한대행 옹위’에 몰두하던 세력들이 속속 김문수 캠프에 합류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박 의원은 한 권한대행 출마 촉구 연판장에 동의 의사를 밝힌 의원 수만 54명에 이른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는데 이런 박 의원이 당직을 사퇴하고 김문수 캠프에 전격 합류하면서 “김 후보를 경선 1등 만들어 단일화 가교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문수 측도 “韓 대행이 대선 출마하면 당연히 단일화 시도할 것”이라고 맞장구쳤다. 김문수 후보와 달리 국민의힘의 다른 경선 후보들은 강하게 반발한다. 홍준표 후보도 빅텐트론을 주창하지만 ‘반(反)이재명’에 방점이 찍혀 있다. 국민의힘 경선을 통과하고도 한 권한대행과 단일화 등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자당 후보 경선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불만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의 권력 의지에 대한 회의적 시선도 많다. 유승민 전 의원 등 경선에서 이탈한 보수 진영 인사들을 아우르는 빅텐트론이 현실화하기 위해선 결국 한 권한대행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전제라는 지적이다. 설령 한 권한대행이 공직자 사퇴 시한인 5월 초쯤 출마 의사를 밝히더라도 빅텐트론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국민의힘 경선을 통과한 후보와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등과 연대가 성사될지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쉽게 물러날 리 없는 국민의힘 후보가 한 권한대행과 각을 세우면, 그나마 남은 정권 재창출 희망도 사라지고, 대선에서 필패는 자명하다. 뉴스1에 따르면, 현대 정치사에서 1997년 DJP연합과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고 한다.
1997년 DJP연합은 호남의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와 충청의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 두 지역 맹주가 손을 잡고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를 꺾으며 헌정 사상 첫 정권교체를 이뤄낸 사례다. DJ가 단일후보로 나서는 대신, JP에게 공동정권의 국무총리와 조각권을 보장하는 합의를 통해 가능했다. 당시 시대적 과제였던 ‘보수 청산’과 수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긴 민주화 상징 김대중 후보의 서사가 결합되며 단순한 정치 연합을 넘어 국민적 감동과 ‘이번엔 반드시 바꿔야 한다’는 열망을 이끌어냈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역시 진보와 중도 진영의 연합을 통해 강력했던 ‘이회창 대세론’을 무너뜨린 경우다. 경선 초반 지지율이 1%대에 불과했던 노무현 후보는 텃밭 광주에서 유력 주자 이인제를 꺾고 ‘언더독 신화’를 썼다. ‘기득권 청산’과 ‘권위주의 종식’을 내세우며 돌풍을 일으키던 노 후보를 위협한 건, 월드컵 열풍을 등에 업고 급부상한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였다. 정 후보는 당시 대한축구협회장이자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정치적 존재감을 급격히 키웠다. 단일화 여론조사에서는 정 후보 우세가 예상됐지만, 결과적으로 노 후보가 승리했다. 특히 정 후보의 선거 전날 지지 철회라는 악재가 돌출했지만 지지층을 더욱 결집시키는 ‘극적인 반전’이 나타났다. 단일화의 성패의 본질은 분명한 정치적 기반에 있다. DJ와 JP처럼 지역 기반이 탄탄하거나, 노무현·정몽준처럼 세대·이슈를 기반으로 한 뚜렷한 지지층 확보가 관건이다. 2022년 대선에서도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대남’(20대 남성)을 중심으로 지지 기반을 구축했던 것이 대선 승리의 주요 요인이다. 단일화 수용 여부와 그에 대한 설득력 역시 단일화 성공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번 대선은 현재 ‘이재명이냐 아니냐’ 구도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반탄(탄핵 반대) 진영 간 합종연횡 속에 최대 변수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등판 여부다. 여권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비명(이재명)계 정치인들과 연대할 경우, 정치공학적으로 승산이 있다고 분석한다. 전북 전주 출신인 한 권한대행은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며 진보와 보수 정권을 두루 거쳤다. 이 같은 이력 덕분에 중도층은 물론 온건 진보층까지 폭넓게 끌어안을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갤럽 4월 2주차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2%로 처음 이름을 올렸고, 호남에서는 5%를 기록하며 여권 인물 중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점도 주목할 만한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반면 이재명 전 대표는 호남에서 56%의 지지율을 얻었지만 ‘의견 유보’ 응답이 24%로 높아 텃밭 내 장악력에 빈틈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낙연 전 대표 등 중도 성향의 호남 인사들과 연대하면, 야당 세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전북을 중심으로 이 전 대표의 독주 체제에 균열을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현재 거론되는 보수 진영 주자들의 지지율이 모두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는 만큼, ‘빅텐트’가 아닌 ‘스몰텐트’라는 냉정한 평가도 있다. 여권 내에서도 “이건 빅텐트가 아니라 그냥 텐트”라고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 우상호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YTN 인터뷰에서 “유승민·이준석 모두 국민의힘 출신”이라며 “자기네끼리 나갔다 들어왔다 하는 건 빅텐트가 아니라 ‘헤쳐모여’”라고 꼬집었다.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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