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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등 재난 대응체계’ 대대적 개선해야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4월 09일(수) 18:15
이번 경상권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을 ‘괴물산불’이라고 일컫는다. 해마다 봄철이면 대형산불이 되풀이되고 기후변화에다 불씨가 바람을 타고 옮겨붙는 ‘비화(飛火)’ 현상 등으로 위력이 더 세지는 데도 산불 예방시스템이나 재난 대응 시스템은 수십 년 전과 바뀐 게 별로 없다.
지난달 21일,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등 경상권에서 동시다발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진 불은 역대 최악의 산불이었다. 열흘 동안 서울의 80% 면적인 4만 8천 헥타르를 태웠는데 31명이 죽고, 75명이 다쳤으며 이재민만 3천2백여 명에 달한다. 게다가 이번 산불로 주택, 공장, 사찰, 문화재 등 총 7,006개소의 시설물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는데 특히 국가 지정 국가유산 12건과 시도 지정 국가유산 19건이 불에 타 큰 문화적 손실을 초래했다.
이달 6일에는 대구에서 산불 진화 작업을 하던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한 명이 사망했다. 그래서 이번의 영남권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32명이 됐다. 문제는 이번에 추락한 헬리콥터는 44년 된 기종이었고, 조종사도 74세여서 헬기의 노후화와 조종사의 고령화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는 대형산불 대응 과정의 문제를 진단하고 개선하기 위해 2년 전에 산불백서까지 만들었지만, 실제적 개선 노력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많은 전문가가 이번 산불을 계기로 산불 대응체계를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산림청의 ‘2023년 봄철 전국동시다발 산불백서’에 따르면, 산림 당국은 2년 전 이미 산불 진화 헬기와 진화 인력 부족을 대형산불 조기 진압의 최대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백서에는 “점차 대형화되고 동시 다발화되는 산불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담수량 5,000ℓ 이상 대형급 위주의 산불 진화 헬기를 확충해야 한다”며 “2023년 기준 동시다발 산불 하루 34건 대비 건당 최소 2대 이상, 12개 산림 항공권역 당 대형 헬기 2대 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야간산불에 대응할 수 있도록 최신 항법장치, 자동조종장치 등이 탑재된 헬기 도입도 시급한 과제로 지목했다.
산림청은 2023년 4월 기준 모두 48대의 헬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담수량 8,000ℓ의 초대형 헬기(S64) 7대와 담수량 3,000ℓ의 대형 헬기(KA-32) 29대, 2,000ℓ의 중형헬기(KUH-1) 1대 등을 보유했는데, 2년이 지난 현재 2,000ℓ의 중형헬기 2대 추가에 그쳤다.
작년 같은 경우는 거대 야당의 횡포로 헬기 도입이 무산됐다. 지난해 산림청 소관 상임위인 국회 농림축산위원회에서 국외 임차 헬기 2대(106억 원)와 중형헬기 2대(66억 원)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예결위에서도 예산 반영에 찬성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감액예산안 처리를 강행하면서 소방헬기 도입 예산도 없던 일이 됐다.
인력 부족 문제도 개선되지 않았다. 백서를 보면, 특수진화대(435명), 공중진화대(104명) 등 특수인력을 2027년까지 2,500명으로 확대, 지자체에 배치해야 한다고 제안돼 있다. 그러나 2년간 특수인력은 단 한 명도 늘지 않았다. 인력 공백은 일자리사업으로 6개월 단위로 고용되는 산불전문 예방진화대원들이 메웠다. 문제는 고령의 진화대원들이 이번 괴물산불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임도(林道) 확충’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산불진화 인력·장비 등이 빠르게 산불 현장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임도 확충이 필수지만 새 임도를 늘린 지자체는 별로 없다.
산불에 취약한 산림 구조 개선도 제자리걸음이다. 백서에는 “불막이숲(내화수림대)과 혼합림 확대 등 산불에 강한 숲을 조성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수종 전환 작업은 여전히 더디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산림은 침엽수 39%, 활엽수 33%, 혼효림 28%이다. 침엽수 중 소나무류는 목재, 형성층, 잎, 가지 등에 송진이나 테르펜과 같은 휘발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활엽수에 비해 발열량이 많아 산불에 약하다.
이번 대형산불의 원인에 울창한 소나무 숲도 꼽힌다. 한 전문가는 영남권은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심한 지역으로 산불 영향 구역 내에 방치된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이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광역지자체장들은 ‘산불 대응 체계’ 개선을 정부에 촉구했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긴급상황 시 민간 헬기가 사전 허가 없이 즉각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과 함께 지리산과 맞닿은 남부권에 산불방지센터 건립을 건의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이재민 임시 주거 환경 대폭 개선 등을 주문했다.
아무튼 위에서 거론된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진단하여 ‘산불 예방시스템과 재난 대응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불행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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