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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전 대통령의 파면이 전해주는 '좌(자리 座, 앉을 坐)' 이야기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4월 08일(화) 19:31
↑↑ 전세훈 기자
ⓒ 경북연합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됐다.
대통령과 여야의 잘잘못을 떠나 국가로서는 정치·경제적 재앙이며 정치권의 망나니짓으로 발생한 한심스런 작태로써 대외적으로 수치스런 꼴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이라는 ‘자리’의 엄중함을 일깨워 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보며 ‘자리(座, 坐)’라는 뜻을 새삼 곱씹어 본다.
‘坐’자는 ‘앉다’나 ‘무릎을 꿇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坐’자는 土(흙 토)자와 두 개의 人(사람 인)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소전에서는 土자를 사이에 두고 人자가 나란히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고대 중국인들도 우리와 같은 좌식(坐式) 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坐’자는 바닥에 앉는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바닥에 앉아 사람끼리 부대끼며 낮은 곳으로 임하라.’는 의미가 크다.
‘좌(座)’는 ‘자리’나 ‘지위’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座’자는 ‘广(집 엄)’자와 ‘坐(앉을 좌)’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座’자는 이렇게 ‘앉다’라는 뜻을 가진 ‘坐’자에 ‘广’자를 더한 것으로 ‘집안에 앉는 곳’ 즉 ‘자리’라는 뜻을 포함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고대에서도 사람의 지위에 따라 앉는 위치도 달랐다. 그래서 ‘座’자에는 ‘계급’이나 ‘지위’라는 뜻이 강하다.
‘좌’가 들어가는 단어 중 ‘좌망(座忘)’이라는 낱말이 있다.
중국 전국시대에 장자(莊子)로부터 비롯된 도가의 수양법으로, ‘앉아서[坐(좌)]’ ‘잊는다[忘(망)]’는 뜻이다. 망아(忘我)・무아(無我)의 경지에 이르는 깊은 명상으로, 우주의 근본원리인 ‘도(道)’와의 합일을 꾀하라는 것이다. 불교의 ‘좌선(坐禪)’이나 유가의 ‘정좌(靜坐)’ 개념을 형성하는 데에도 영향을 끼쳤다.
일화로 ‘좌망’은《장자》의 〈대종사편(大宗師篇)〉에 나오는 공자와 안회(顔回)의 대화에서 비롯되었다. 공자는 제자인 안회가 인의(仁義)와 예악(禮樂)을 잊었다며 아직 수양이 부족하다고 했으나 안회가 ‘앉아서 잊었다[座忘(좌망)]’라고 하자 그것이 무엇인지 물었고 안회가 “육신을 벗어나고, 감각을 물리치고, 형체와 앎에 얽매이지 않고, 막힘없이 크게 트인 도와 같아지는 것을 좌망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공자는 자신도 따르고 싶다며 안회를 칭찬했다.
이처럼 ‘좌망’은 육신과 감각, 분별과 지식에서 벗어나 만물의 근본원리인 도와 합일을 이루는 것을 뜻한다.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는 삶의 지혜를 강조하며 만물은 낮은 곳으로 물이 흘러가듯 자연의 법칙을 따라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들린다.
그밖에 모두가 아는 ‘좌’자가 들어가는 글로 좌정관천(坐井觀天)은 ‘우물 속에 앉아서 하늘을 본다.’는 뜻으로, 사람의 견문(見聞)이 매우 좁음을 말한다.
坐不安席(좌불안석)은 ‘앉아도 자리가 편안(便安)하지 않다.’는 뜻으로, 마음이 불안(不安)하거나 걱정스러워서 한군데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양(模樣)을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여야 대치가 극에 다다른 현 시국에 걸맞은 割席分坐(할석분좌)는 ‘자리를 갈라서 따로 앉는다.’는 뜻으로, 교제(交際)를 끊고 같은 자리에 앉지 아니함을 비유적(比喩的)으로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시국의 궁핍을 타개할 방도를 제시하는 ‘會坐(회좌)’’란 단어는 어떤 사안을 논의하기 위하여 여러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앉는 일을 의미하며 소통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있다.
한 단어를 더 언급하면, 좌우명(座右銘, Motto)이 있다. 좌우명을 서양에서는 자신의 의지를 상징적 표어로 ‘모토’라고 부르는데, 자리(座)의 오른쪽(右)에 일생의 지침이 될 좋은 글을 ‘쇠붙이에 새겨 놓고(銘)’ 생활의 거울로 삼은 데서 유래되었다. 즉, 인생에 대한 각종 조언이나 교훈 등을 짧고 간결하게 나타낸 말이라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작금의 어지러운 국가적 현실에서 언급한 성어 중 가장 가슴에 와닿고 실행에 옮겨야 할 글귀는 당연히 ‘좌망(坐忘)’이다.
그냥 멍하니 앉아서 생각없이 갈팡질팡하라는 뜻이 아니라 생사에 중심을 잡아 사욕없이 모든 걸 버리고, 과거는 잊고 오로지 대의를 위해 ‘회좌’하며 미래를 계획하라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는 국민의 가슴을 더럽힌 썩어빠진 정치 리더일지라도 지금부터는 ‘좌정관천, 좌불안석, 할석분좌’ 하지 말고 ‘좌망과 회좌’로 ‘좌우명’을 바꿔 새로이 탄생해야만 국가가 산다는 지엄한 국민의 얘기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좌우지간 무릇 사람은 앉을 자리에 앉아야 하고, 자리에 앉은 후엔 자릿값을 해야 뒤탈이 없다. 두 번 다시 윤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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