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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산불 막으려면 ‘임도 확충’ 등 종합대책 마련해야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4월 07일(월)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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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등 영남권에서 동시다발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진 ‘괴물산불’은 역대 최악의 산불이었다. 열흘 동안 서울의 80% 면적인 4만 8천 헥타르를 태웠는데 31명이 죽고, 75명이 다쳤으며 이재민만 3천2백여 명에 달한다. 게다가 이번 산불로 주택, 공장, 사찰, 문화재 등 총 7,006개소의 시설물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는데 특히 국가 지정 국가유산 12건과 시도 지정 국가유산 19건이 불에 타 큰 문화적 손실을 초래했다. 이렇게 모든 피해 규모가 그동안 최악의 산불로 일컬어지던 ‘2000년 동해안 산불, 3년 전 울진 산불’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번 산불 피해가 유독 컸던 이유를 두고 여러 진단이 쏟아져나왔다. 산불 진압 헬기 부족, 진화대원의 고령화, 불타기 쉬운 소나무 숲의 높은 비율 등이다. 또 이번 산불 확산에는 불씨가 바람을 타고 옮겨붙는 ‘비화(飛火)’ 현상의 영향이 가장 컸다. 산불 진압 대원들도 비화 현상으로 불길에 둘러싸이는 상황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한다. 방금 불을 끄고 지나간 지점에 건조한 바람을 타고 불씨가 다시 옮겨붙어 사면초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언론에 자주 언급되는 큰 원인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임도’ 부족이다. 무엇보다 임도 부족으로 화재 진압 차량의 근거리 진입이 어려워 산불 확산을 키웠다는 지적이 많다. 임도는 임산물을 나르거나 삼림의 관리를 위해 산속에 낸 도로를 뜻한다. 즉 산림을 가꾸기 위해 조성된 길이지만 산불 등 재난 발생 시 인력과 장비가 투입되는 통로가 된다. 주변에 불에 잘 타는 침엽수가 아닌 활엽수를 심으면 자연 방화림 역할도 한다.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고성능 산불진화차량도 임도로 진입할 수 있다. 산불진화차량에는 산림청 주력 헬기인 러시아제 카모프(KA-32)의 담수량(3톤)보다 많은 3.5톤의 물을 적재할 수 있다. 일선 한 소방서장은 “대원 수십 명이 호스 수십 장을 연결해 몇백 미터를 올라가도 호스 무게와 주변 나무들 때문에 바로 몇 미터 떨어진 곳으로 호스를 옮기기가 힘들다”며 “임도만 있으면 시간을 아껴 화재를 진압할 수 있다. 임도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 차이”라고 했다. 소방당국은 이번 산불 당시, 날이 밝자마자 산불 진화작업을 재개했으나 현장 주변 안개와 연기 탓에 헬기를 제대로 투입하지 못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임도의 역할이 가장 클 때는 야간에 산불 진화 장비가 철수한 이후”라며 “불이 재발하기 전 야간에 신속하게 진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산림청은 국내 산림에 놓인 임도가 현저히 부족해 산불 진화의 어려움을 겪었고, 따라서 앞으로 임도를 더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발 900m의 높은 봉우리에 위치한 산불 현장에 접근할 임도가 없어 진화인력을 현장에 투입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임상섭 산림청장(지난달 30일)-, “임업 선진국들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치는 열악한 임도가 산불 예방과 진화, 구호를 막았다” -박종호 전 산림청장- 반면, 환경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임도는 산불 진압에 큰 효과가 없고 산림의 연속성만 단절시켜 환경을 훼손하며 오히려 산사태 피해를 키운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의 주장 모두가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임도 확충이 더 득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영남권의 이번 산불도 임도 여부에 따라 진화 성패가 갈렸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울산 울주군 대운산 산불은 임도가 없어서 엿새간 축구장 1천3백 개 면적을 태웠는데, 근처 화장산 산불은 임도가 있어 20시간 만에 잡혔다고 한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산불을 두고도 ‘임도가 없어서 피해가 컸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국립공원은 개발행위가 까다로워 임도가 없는 경우도 많다. 한 환경단체 활동가는 “주왕산의 산불 피해가 적었던 건 임도가 있어 불을 빨리 진압해서가 아니라, 애초 불에 강한 활엽수림이 조성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환경단체의 주장에 대해 산림청은 “임도 개설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중형·대형 산불로 진행되지 않게 인력 및 장비가 초기에 신속히 현장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주불을 잡은 뒤 뒷불 감시, 재불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도 임도가 있어야 효과적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임도를 확충하면 산림 훼손, 산사태 유발 위험성도 있지만, 이번 괴물산불에서 보듯 임도 개설이 실보다 득이 큼이 증명되었다. 이제 환경단체는 더 이상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서는 안 된다. 야당도 환경단체에 동조해 임도 확충 예산을 깎거나 산불 진화 헬기 도입 예산을 삭감하는 한심한 행태를 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산림청 소관 상임위인 국회 농림축산위원회에서 국외 임차 헬기 2대(106억 원)와 중형헬기 2대(66억 원)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예결위에서도 예산 반영에 찬성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감액예산안 처리를 강행하면서 소방헬기 도입 예산도 없던 일이 됐다. 야당은 이제야 소방헬기를 추가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게 ‘소 잃고 나서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은 짓은 지양해야 한다. 그리고 정말 산불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 무엇인지 객관적이고 정밀한 연구와 심층 숙의가 필요하다. 요컨대, 괴물 산불 방지를 위한 임도 확충 등의 종합적인 대책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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