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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자리
-테니스 2025 마이애미 오픈 단식 결승을 보고-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4월 03일(목)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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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서유진 소설가 | | ⓒ 경북연합일보 | | 저럴 수가! 세계 랭킹 1위였던 테니스계의 황제 노박 조코비치가 젊은 J 멘식의 공격을 막다 넘어지고 말았다. 라켓이 바닥에 떨어졌고 쓰러져 있는 키 188cm, 몸무게 77kg의 후리후리한 조코비치의 긴 몸피를 카메라가 오래, 반복적으로 비춘다. 그는 곧 일어섰지만 약간 휘청거렸다. 후들거리는 몸을 다잡는 모습이 안쓰럽다. 멋있게 자란 검은 턱수염이 노장 선수의 노련함을 드러내 보인다. 절망과 회한이 어린 그의 얼굴에서 고뇌하는 철학자의 이미지가 풍겼다. 아마 속으로 “악마도 젊었을 때는 아름다웠어.”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는 젊디젊은 상대 선수 J 멘식의 서브를 받아내지 못했다. 먼 거리의 공을 받을 때 다리의 움직임이 둔해 보였다. 테니스의 전설적인 인물 빅 3 중 한 명인 조코비치가 말이다. 통상기록에서는 페더러와 나달에 비해 뒤지지만, 기량이 정점이었을 때를 기준으로 하면 빅 3 중 최고의 평가를 받았던 조코비치였다. 2004년 2월 페더러가 생애 처음으로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가 번갈아 랭킹 1위를 차지했고 15년 동안 다른 선수들이 빅 3의 자리를 넘보지 못했다. 조코비치는 빈틈이 없고 완벽한 플레이를 한다는 찬사를 받았다. 포핸드와 백핸드의 완벽한 균형, 리터닝스킬, 철벽수비로 상대를 질리게 만든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네트 플레이가 다소 약하고 때때로 멘탈이 크게 흔들릴 때가 있다고 한다. 개성이 뚜렷하기보다 교과서적인 플레이라서 조코비치의 플레이를 그대로 복사하듯 따라 하는 젊은 선수들이 그를 위협하고 있다고 전문사이트 ‘138mph닷컴’이 예측했다. 전문가의 견해는 정확했다. 오늘 경기에서 조코비치의 멘탈이 흔들리는 것을 봤다. 새파란 젊은 선수 J 멘식에게 패하고 만 조코비치가 페더러처럼 은퇴할 나이를 훌쩍 넘겨서까지 상위 랭킹에 머무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이미 몸의 전성기는 지났다. 그는 그대로 나갈 것인가. 은퇴를 생각해 보기도 하는 것일까. 은퇴를 한다면 언제 할 것인가? 필자의 문우인 권이항의 소설 <모든 것은 레겐다에 있다>가 기억난다. 주인공은 하찮은 조역배우였는데 그의 생김새와 스타일이 주인공 캐릭터와 어울려서 사고가 난 주역 배우의 대타로 연기한 것이 대박을 쳤다. 그는 갑자기 대스타가 되었는데 어느 날 자취를 감춰버렸다. 자신의 연기나 외모는 계속 주연을 맡을 깜냥이 못되기 때문에 화려한 왕좌를 지킬 수 없다는 자각에서 존재감의 위기를 느끼고 달아난 것이다. 산에서 은둔해 살던 그의 몸의 기관이 하나씩 사라져 버렸다. 코가 없어지고 입이 없어지고…. 그렇다면 테니스계의 빅 3인 조코비치 선수는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젊은 선수에게 계속 패배하면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흔들리는 멘탈을 극복할 것인가. 페더러는 2022년 9월에 은퇴했다. 쌍둥이를 기르며 네 아이의 아빠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며 코치나 아카데미 건립 같은 일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평범한 아빠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었다. 김연아 선수도 전성기에 은퇴해서 우리에게 아름다운 기억을 남겨주었다. 권이항 소설의 주인공은 존재감의 위기 때문에 세상을 등지고 은둔하여 정신병적 증상에 함몰되어 갔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조코비치 자신의 인식체계에 달려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은 그가 이쯤에서 은퇴하여 후진을 양성하는 훌륭한 코치가 되면 좋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황제의 자리보다 평범한 일상의 자리를 기쁨과 성실함으로 살아내는 삶이 더 값지고 소중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몸이 쇠퇴하고 늙고 병들고 죽을 수밖에 없는 창조주의 섭리를 은연중 생각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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