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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기쁨은 어디쯤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3월 30일(일)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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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서병진 전 경주여고 교장 | | ⓒ 경북연합일보 | | 화엄사의 각황매가 분주하게 검은빛이 도는 꽃망울을 터뜨렸다. 온통 기쁨이다. 천년 고찰을 진하게 붉은 기쁨으로 가득 채웠다. 어느 시인은 “한여름에 들린 가야산 독경 소리, 오늘은 철 늦은 서설이 내려 비로소 벙그는 매화 봉오리, 눈 맞은 해인사 열두 암자를 오늘은 두루 한겨울. 면벽한 노승의 눈매에 미소가 돌아”라고 봄맞이 서설 속의 기쁨을 노래했다. 화엄사 각황매의 검붉은 기쁨이든, 철 늦은 서설(瑞雪)이 내려 매화 봉오리가 벙글고, 노승의 눈매에 깨달음의 미소가 번지든지 간에 봄이 오고 있음이 확연하다. 기쁨이다. 가슴 가득 봄이다. 연일 일기예보가 눈 소식이다. 강원도를 중심으로 춘설(春雪)이 많이 내려 피해가 걱정되지만, 눈 속에서도 매화는 피고, 냉이의 파란 싹이 솟아오른다. 계곡의 얼음장 밑으로 눈 녹은 물이 촐랑촐랑 소리 내 흐르고 버들강아지가 한껏 부풀어 오른다. 길섶에 무더기로 피는 보라색 개불알꽃이나 광대나물의 자주색 꽃이 반갑다. 노화(老化)되어 가는 내 피부도 근질거린다. 고양이나 강아지의 기지개처럼 쭉 늘어지는 기지개는 아니지만 자꾸 기지개가 켜진다. 우리의 핏줄을 타고 봄이 왔음이 확연하다. 산수유 좁쌀 꽃이 노랗고, 개나리 꽃잎이 샛노란 기쁨이다. 봄이 재바른 걸음으로 기쁨을 안고 오고 있다.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이란 말이 있다.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 계절의 봄은 왔으나 아직 마음의 봄은 오지 않았음이다. 봄을 느끼지 못하는 마음이다. 기쁨이 없으니 춘래불사춘이다. 중국 전한(前漢)의 11대 황제가 원제(元帝)다. 원제는 환관들의 득세를 막지 못하고 나라가 부패하여 몰락의 지경에 이르게 되었고, 흉노와의 전쟁에서 패하여 흉노 선우(單于:황제)에게 비단과 쌀을 공물로 바치고 황실의 공주를 흉노 선우에게 시집 보내게 되었다. 원제는 공주 대신 궁녀를 공주로 속여서 보내기로 하고, 궁녀의 초상화를 보고 가장 못난 궁녀를 뽑았다. 그런데 이런 변이. 화공 모연수에게 뇌물을 주지 않아 못난이로 그려진 왕소군이 뽑혔다. 실은 왕소군이 서시(西施), 양귀비(楊貴妃), 초선(貂蟬)과 함께 고대 중국의 4대 미인이요, 기러기가 미모에 홀려 날기를 잊었다는 낙안(落雁)의 미녀인 것을. 흉노와의 약속은 지켜야 했기에 황제와 밤낮 사흘 사랑을 나눈 뒤, 왕소군은 눈물로 떠나게 된다. 훗날 시인이 “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 오랑캐 땅이라고 화초가 없으랴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는데 봄 같지 않아라.) 자연의대완(自然衣帶緩. 저절로 옷 띠가 느슨해짐은) 비시위요신(非是爲腰身. 몸매 때문만이 아닌 것을)”이라 읊었다. 왕소군이 흉노의 낯선 풍토에서 망향의 슬픔에 젖어 나날이 여위어가고 있었음이다. 어떻게 봄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겠는가. 예나 지금이나 세상살이가 팍팍할 때도 있다. 삶이 힘들어 봄을 만끽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그러나 올해의 봄은 너무 시끄럽다. 온통 소란스럽다. 3월 중순의 폭설 때문에 봄을 잊은 것이 아니다. 탄핵, 탄핵, 탄핵 정국의 불길이 그렇게 타오르는 데 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으랴. 봄을 앗아가고 있다. 이제는 그 탄핵의 불길이 산으로 옮겨붙었다. 여기도 산불, 저기도 산불. 인명을 앗아가고, 많은 이재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춘풍화기(春風和氣)가 봄기운이 아니라, 산천을 태우고 사람의 마음을 태우는 불기운(火氣)이라니. 춘래불사춘이다. 매화,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가 다투어 피어도 봄 같지 않다. 봄다운 봄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 “살다 보면 살아진다.” 삶을 도통한 어느 애송이 소년의 노랫말처럼 살다 보면 살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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