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헌재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지금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대다수 국민과 정치권이 갖는 궁금증이다. 헌법재판소도, 대한민국도 미증유(未曾有)의 3월에 갇혀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 기일이 25일까지도 잡히지 않으면서 정국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거대 야당의 겁박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해 ‘최우선 심리’하겠다며 속전속결로 진행하던 헌재가 느닷없이 오랜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대신 예상과 달리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기일을 24일에 열고, 기각 5인·인용 1인·각하 2인 의견으로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하는 파격을 보였다. 그런데 한 총리 선고가 윤대통령 선고의 가늠자가 될 거로 전문가들이 예상했는데 정작 헌재가 겹치는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판단을 비껴 가는 바람에 예단을 할 수 없게 됐다. 윤 대통령에 대한 선고는 이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 이후로 미뤄져 정국 향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3월 초에 탄핵 선고를 할 거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3월 내내 국민과 정치권의 간을 졸이게 하는 8인의 헌법재판관들은 지금 어떤 심정일까. 헌재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헌재 앞의 탄핵 찬반 시위대의 충돌이 더욱 격화될 테고, 당초 8:0의 탄핵 인용에서 기각될 수도 있다는 예측에 초조해진 야당은 급기야 광화문에 천막당사를 치고 진지를 구축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심리적인 내전을 넘어 물리적인 내전이 예상된다며 헌재의 조속한 심판을 촉구했다. 천막 당사가 반군의 거점이 될 수도 있어 자칫하면 내란, 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기세다. 재판관 8인은 이러한 흐름과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훤히 꿰뚫고 있을 텐데도 결정을 미루며 고심하는 데는 나름의 불가피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닐까. 그래서 ‘충돌? 격론? 평행선? 고의로 연기?’ 등의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 국민이 헌재의 결정만을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사회·경제적 혼란의 소용돌이는 더 커지고 있다. 난기류에 휩싸인 헌재의 결단이 급기야 4월로 넘어간다면 헌재를 향한 책임론이 거세게 몰아칠 것이고 그 후폭풍 또한 클 것이다. 뉴스1에 의하면, 헌법재판소가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를 기각한 가운데 비상계엄 적법성에 대한 판단을 내놓지 않으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가 안갯속에 빠져들었다. 법조계는 다만 결정문에서 드러난 재판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결과를 유추하고 있다. 재판관들 의견이 뚜렷하게 나뉘면서 만장일치 결정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위법 아냐” vs “파면할 정도” 헌재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기일을 열고 기각 5인·인용 1인·각하 2인 의견으로 탄핵 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이날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해 이미선·김형두·정정미·김복형 재판관은 기각, 정계선 재판관은 인용,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각하 의견을 냈다. 법조계에선 지금까지 헌재의 주요 결정을 볼 때 김복형 재판관이 스윙보터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김복형 재판관은 한 총리가 법률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본 반면, 정계선 재판관은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법률 위반을 했다고 판단해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앞서 이른바 ‘지라시’ 형태로 김복형 재판관과 정계선 재판관이 의견 대립이 있다는 내용이 돌기도 했다.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한 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것이 법률 위반은 맞지만 파면할 정도의 사유는 아니라고 봤다. 김복형 재판관은 더 나아가 법률 위반으로도 볼 수 없다고 했다. 헌법재판관 임명 자체가 ‘엄연히 대통령 권한’이고 임명권 행사 기한에 대한 규정도 없다는 이유다. 이는 대통령 권한을 폭넓게 인정한 것이어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권한을 놓고도 의견이 나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가비상사태 여부와 이를 판단할 주체, 판단 재량의 범위, 국회의원의 정치활동 범위 등 권한의 크기가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상계엄 위법성 증거 없다” 앞서 한 총리 탄핵소추 사유에 비상계엄 공모·묵인·방조가 포함된 만큼 헌재가 비상계엄 위헌·위법성을 판단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헌재는 비상계엄 적법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비상계엄 선포 및 내란 행위 관련’ 탄핵 사유에 대해선 “(한 총리가 비상계엄 당시) 적극적인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만 밝혔다. 일각에선 헌재가 비상계엄 적법성이나 내란 행위를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아직 의견을 하나로 정리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한 부장판사는 “구체적으로 언급할 정도로 의견이 모이지 않았을 수도 있고, 결정문에 문구가 들어가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안 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헌재가 법리적 판단 전에 사실인정 문제를 지적한 만큼,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비상계엄 선포의 실체적·절차적 하자를 입증할 자료나 국회 침탈행위 증거 등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尹 탄핵 쟁점’ 내란죄 철회 헌재는 국회 측이 한 총리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한 부분도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도 내란죄가 빠졌는데 윤 대통령 측과 여권은 이 점을 문제 삼으며 각하를 주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도 해석이 엇갈린다. 한 총리 탄핵심판 사건에선 내란죄가 주요 쟁점이 아니라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일각에선 헌재가 내란죄 철회를 각하 사유로 보지 않는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각하 의견을 내면서 내란죄 철회는 언급하지 않고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정족수 문제만 지적했다. 절차적 문제를 중요하게 봤다는 점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내란죄 철회를 지적할 가능성도 있다. 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란죄 철회도 중요한 쟁점이라 판단을 일부러 회피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 측이 내란죄 소추 사유를 실제로 철회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헌재는 그걸 인정한 적이 없다”며 “법리적으로 따지면 국회 재의결이 필요한 사안인데 재의결을 안 했으니 철회하지 않은 걸로 취급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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