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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 한국 ‘민감국가’ 지정, 무능한 정부와 한심한 정치권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3월 19일(수) 18:32
미국이 지난 15일(현지 시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CL)에 한국을 26번째로 새로 추가한 것으로 공식 확인되자 국내는 며칠째 큰 파문이 일었다. 미 에너지부는 국가안보, 핵 확산, 지역 불안정, 경제안보 위협, 테러 지원 등을 이유로 SCL을 통해 민감국가를 지정해 왔는데 핵능력 보유국인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미국 동맹국 중 사실상 처음으로 한국이 포함된 것이라 탄핵 정국으로 혼돈에 빠진 정부와 정치권은 충격에 휩싸여 시끌벅적했다. 원인 파악도 제대로 못 해 우왕좌왕하는 외교부·산업자원부를 비롯한 정부의 무능도 문제지만, 자세한 내막도 파악하지 않고 지레짐작으로 마치 큰 문제라도 발생한 것처럼 호들갑 떨며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인 여야 정치권 모두 한심하기 짝이 없다.
‘민감국가’로 지정된 이유와 앞으로의 부정적 파급효과를 둘러싸고 전문가들, 정부 관계자, 정치권 등에서 며칠째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특히 여야의 책임 공방은 점입가경이다. 국민의힘은 “민감국가 지정은 핵무장론이나 비상계엄 탓이 아니다. 탄핵 남발로 인한 국정 혼란 탓이다. 미 에너지부 연구소의 보안 문제 때문이라고 한다. 오히려 미국은 더불어민주당의 ‘친중’ 성향을 더 걱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치 공세에 급급하고 있는데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야당을 힐난했다. 이에 민주당은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이유로 원자력 설계 소프트웨어의 유출 시도가 지목되는 것과 관련해 “윤석열 정권이 부른 외교 참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야당 탓 그만하고 지정 철회에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가 18일 “민감국가라는 것은 에너지부 연구소에 국한된 조치”라며 “마치 큰일이 벌어진 것처럼 모든 것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됐지만, ‘민감한 정보를 잘못 다뤘기 때문에 일어난 일로 이것은 절대로 ‘빅 딜(큰 문제)’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이제 논란이 수그러들 기세다.
관건은 조속한 사태 수습이다. 예정대로 다음 달 15일 SCL이 발효되면 미 에너지부 산하 시설 방문, 원자력·인공지능(AI) 같은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교류 등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 한국은 내심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시설’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원자력협정 개정을 바라고 있다. 그리고 자칫 ‘SMR(소형모듈원전) 등 차세대 원전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한국 견제가 심해질 수도 있다.
그동안의 경과는 이렇다. 미국 에너지부는 언론 공지를 통해 “이전 정부(바이든 정부)는 2025년 1월 초 한국을 SCL의 가장 낮은 등급인 ‘기타 지정국’에 추가했다”고 밝히면서 “목록에 포함된 게 반드시 미국과의 적대 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현재 한국과의 양자과학 및 기술 협력에 대한 새로운 제한은 없고,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증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문제는 정부가 미국이 SCL에 한국을 포함한 것을 두 달여 동안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외교부는 미 에너지부의 공식 입장이 나온 뒤인 15일 “우리 정부는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미 정부 관계기관들과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다음 달 15일 목록 효력 발효를 앞두고 미국과 협의를 통해 상황을 수습하겠다고 전했다. 이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공방전이 가열되자, 외교부 대변인실은 17일 “민감국가 리스트 최하위 단계에 포함시킨 것은 외교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즉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 원전 기술 분쟁 아닌 기술적인 문제로 ‘민감국가’ 리스트에 올랐다는 것이다 또 외교부는 “미 측은 이 리스트에 등재가 되더라도 한미 간 공동연구 등 기술협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며 “정부는 한미 간 과학기술 및 에너지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미 정부 관계기관들과 적극 협의 중이며, 동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속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조셉 윤 대사대리도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초청 특별 간담회에서 “에너지부 산하에 ‘수출 민감 품목’ 즉 반출이 금지된 품목을 다루는 연구소가 있는데 이곳에 작년 한 해에만 2000명 이상의 한국 학생·연구원·공무원이 방문했다”라면서 “한국에서 온 방문객이 너무 많다 보니 어떤 사건이 있었다”라며 “(한국 측이) 민감한 정보를 잘못 다뤘기 때문에 이 명단(민감국가)에 오른 것”이라고 밝혔다.
미 대사대리가 한 말의 뉘앙스로 볼 때, 미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것이 ‘국가 대 국가’의 교류에 부정적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아무튼, 현재 여러 소식을 종합해 보면,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상황이 심각하지는 않은 것 같다. 산업자원부 장관이 곧 미국을 방문해 에너지부 장관 등 고위 관계자와 만나 ‘민감국가’ 지정에 대한 구체적인 배경을 파악하고, 지정 해제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하니 정치권은 경거망동을 삼가고 사태 수습이 잘 되길 기다려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이 문제는 국가 안보는 물론이고 에너지 안보와도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므로 허투루 대처해서는 안 된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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