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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트로스 부부처럼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3월 19일(수) 18:31
↑↑ 서유진 소설가
ⓒ 경북연합일보
어느 소설가 모임에 가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어떻게 그런 화제가 대화에 올랐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옆에 앉은 가장 나이가 적은 여류 소설가에게 선배가 말도 안 된다며 흥분 조로 다그쳤다. 아니, 그 나이에 아직도 남편을 좋아한다니 그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 하고 말하자, 다른 선배가 맞장구를 치며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 하고 격하게 반응했다. 필자가 나도 남편 좋아하는데? 사랑하는데? 하자, 동물원의 원숭이 보듯 쳐다보았다.
대개의 한국 여성이 50대 후반에서 60대에 들어서면 각방을 쓴다고 한다. 한 지붕 아래 살아도 얼굴 볼일이 없고 제 팔 제가 흔들고 제 갈 길 각각 가는 삶의 방식이 당연하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어쩌랴, 남편은 테니스를 해야 하고 아내는 그림을 그려야 하니 억지로 남편 손에 붓을 쥐여 줄 수 없다.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이나 뜨거움이 지속될 수 없는 부부관계를 생각하다 알바트로스 새가 생각났다. 한동안 알바트로스 열풍이 불어 워크숍이나 콘퍼런스의 주제 강연이 되기도 했다. 이 새는 신천옹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Albatros는 앨버트로스가 맞는 표기이지만 국내 학계에서는 ‘알바트로스’를 그냥 쓰고 있다.
회색 머리 알바트로스는 비행하는 새 중 가장 날개가 크다. 수평 비행 시 시속 127km/h로 기네스북에 가장 빠른 새로 기록되어 있다. 가장 거대한 종은 날개를 편 길이가 2.5~3.5m, 몸길이가 거의 1m에 달한다. 덩치가 고니 정도라고 한다. 긴 날개를 이용해서 아주 적은 에너지만으로도 오랜 시간 공중에 떠 있을 수 있다. 또 상승기류를 활용해서 자기 에너지를 쓰지 않고 나는 효율적인 비행술(Dynamic Soaring)을 쓴다. 카리스마 있는 옆면과 달리 정면의 모습은 ‘바보새’라는-지능이 낮아서 바보가 아니라 큰 날개를 애써 구겨 넣으려다 보니- 별명답게 뒤뚱뒤뚱 걷는다. 사람을 동족으로 착각하며 인사를 하는 순진한 눈망울을 가진 매력 있는 새이다. 매운 작은 고추가 아니라 순진한 거인을 연상하게 한다.
알바트로스는 최대 90년의 수명을 자랑한다. 71세의 나이로 새끼를 기르기도 한다. 짝짓기를 할 때 마주 보고 둘이 춤을 추는 모습이 재미있고 특이하다. 10살이 되면 알을 낳기 시작하는데 1, 2년에 딱 한 번, 딱 하나의 알만 낳고, 부화하는 데 9개월이 걸린다. 신통한 것은 새끼 양육을 부모가 같이하며 부모가 함께하는 기간은 50년 내외로 이혼율이 0%이다. 인간과 비슷한 면이 있지만,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지 않은가?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종이 멸종 위기에 있다고 한다. 죽은 새의 배 안에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 조각과 쓰레기가 가득했다.
50년 동안 부부가 함께해 이혼율 0%인 알바트로스에 비해 우리 대한민국의 부부는 어떤가. 2020년 통계에 따르면, 이혼율이 전체 결혼 건수 중 약 40%에 달한다고 한다. 4명 중 1명이 이혼을 한다는 얘기다. 이혼에 대한 과거의 사회적 편견이 줄어드는 것도 이혼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 남 눈치 보지 않고 부담 없이 이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혼의 결정적 원인으로 성격 차이, 외도, 경제적 문제, 가정 폭력, 소통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이 원인 가운데 어느 한 편에라도 노출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그 어떤 부부 문제도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톨스토이는 《독서론》에 이렇게 썼다.
‘자기에 대한 사랑은 죽음의 시초이며 신과 만인에 대한 사랑은 삶의 시초이다.’
앞에서 언급한 “그 나이에 남편을 사랑할 수 있느냐”라고 한 여류 소설가들이 과연 남편을 사랑하지 않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사랑에 대한 깊은 통찰이 준 역설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리라. 사랑에 대한 많은 어록 중 유난히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있다.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를 초월하는 것이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오스카 와일드》
희망이 없는 사랑을 하고 있는 자만이 사랑을 알고 있다 <실러>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고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 《고린도전서》
그런즉 그들이 더 이상 둘이 아니요, 한 육체이니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지니라 《마태복음》

세상 사람들의 죄를 대신 지고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은 자기희생의 사랑이었다. 나를 버릴 때 사랑이 완성된다는 사실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이혼율 0%의 알바트로스 부부처럼 50년을 함께 살며 사랑의 완성을 이루기를 원하는 모든 부부에게 이 글을 올려드린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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