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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일부 부서 시내권 이전’ 시도, 소탐대실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3월 11일(화) 18:35
선거 때만 되면 경주에 등장하는 단골 메뉴인 ‘한국수력원자력(주) 본사의 도심권 이전’ 문제가 작년 총선에서도 재점화돼 결국 후보들 간에 이를 둘러싸고 고소·고발 전을 벌이는 추태를 연출했다.
당시 무소속의 김일윤 후보는 한수원과 신경주대학교가 맺은 부동산매매가계약서 문건을 공개하며 ‘한수원 본사 도심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때부터 가계약서 문건과 도심 이전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불붙기 시작했다. 난처해진 한수원이, “한수원 본사 경주 시내 이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경주 관내 대학의 통폐합에 따른 유휴부지를 지역과 상생협력 차원에서 요청받아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어쨌든 총선 결과 김 후보는 득표율 3위에 그쳤다.
총선 때나 지방선거 때마다 ‘한수원 본사 도심권 재이전’을 들먹이지만, 정작 이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후보는 아직 아무도 없다. 한 표라도 더 얻으려고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다.
총선 이후 한동안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작년 가을에 또 한수원 본사 이전 문제가 뉴스를 탔다. 이번에는 일약 전국 뉴스로 떠올랐다.
한수원은 체코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성과를 올린 기세를 몰아 ‘원전 수출 업무 효율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수출사업본부(당시 직원 수 220명 정도)를 통째로 세종시로 옮긴다는 계획을 관련 부서에서 세웠다. 정부 부처와 소통을 늘리고, 서울로의 출장업무 편의를 위해 오송역 인근으로 옮겨 업무 효율을 높이겠다는 발상이었다.
한수원은 경주시민들의 여론을 떠보려고 이 계획을 유력 중앙지에 슬쩍 흘렸는데 곧바로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경주역 인근으로 옮긴다면 명분이라도 있지만, 동경주권의 반발은 당연하고, 시내권도 강하게 반발했다.
경주역에서 서울까지 2시간 거리이고, 경주역 인근에 부지가 남아돌고 미분양된 아파트들도 즐비한데 굳이 경주를 벗어나려는 구실을 대는 것이 설득력이 전혀 없다 보니 며칠도 안 돼 언론의 오보였다며 흐지부지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번에 또 비슷한 일이 재연됐다. ‘수출사업본부의 오송역 인근 이전’ 계획이 무산된 지 5개월여 만에 ‘한수원 본사 수출사업본부 등 일부 부서의 직원 일부 경주대 부지 이전’ 계획안이 한수원 경영부사장의 입을 통해 공식적으로 나왔다.
이번에는 지역의 의향을 타진하고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해서 결정하겠다는 것이어서 저번보다는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만, 여전히 어설프고 안이한 발상이다.
동경주 지역 입장에서 보면, 작년 가을 때보다 더 화가 치미는 계획이다.
경과는 이렇다. 지난달 28일, 경주시 문무대왕면 복지회관에서 한수원의 요청으로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문무대왕면의 이장, 자생단체장, 주민 등 30여 명이 모였다.
경영부사장은 경주대 부지로의 이전에 대한 불가피성을 피력했다.
“……원전 수출사업을 본격적으로 해야 하는데 본사가 KTX 역과 멀리 있다 보니 국회, 대통령실, 정부 세종청사 등에 출장을 다니려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또 본사의 공간이 협소하고 해서 업무에 지장이 많다. 본사 이전은 절대 아니다. 수출사업본부 등 일부 부서의 직원 일부를 경주대 부지로 보내려고 한다. ……경주대는 3월까지 채무 변제를 못 하면 교육부에서 재단인 원석학원의 재산을 압류한다고 한다. 그래서 경주대 부지 일부를 저희가 사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래서 미리 말씀을 드리고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할 부분이 있으면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
한수원 부사장의 설명이 끝나자, 문무대왕면 지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한수원을 성토하며 “한 명이라도 옮겨 가면 방폐장도 같이 옮겨라!……‘한 명이라도 경주로 이사 가는 것은 한수원 본사 이전하고 똑같다’고 받아들이겠다.……한수원 본사 직원 한 명이라도 시내로 옮기면 방폐장 건설 반대는 물론이고, 월성 2·3·4호기 계속운전도 결사반대다.”라고 밝혔다.
‘한수원 본사와 경주방폐장’ 소재지인 문무대왕면 주민들의 뜻이 이러하다면 ‘한수원의 일부 부서의 직원 4∼500명 정도가 이전한다는 이 계획’은 성사할 수 없다.
설령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왜냐하면, 뭔가를 보상하고서라도 간신히 설득해서 2백여 명의 수출사업본부 직원이 경주대 부지로 가게 되면, ‘한수원 본사 도심권 재이전’이라는 큰 그림은 아예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한수원 본사의 도심권 재이전’ 문제는 경주 지역의 상생과 동반성장을 위해서 언젠가는 공론화가 돼야 한다. 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다. 왜냐하면 빅딜(big deal)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재개발원, 교육원 등 한수원 부설 기관들의 이전이 가시화되고, 규모가 큰 한수원 협력업체나 공공기관·공기업의 이전이 확정되고 나서 대승적 차원에서 동경주권과 도심권이 협상에 나서야 한다.
거듭 말하면, ‘한수원 본사 이전’ 문제는 지금 거론해서는 안 된다. 빅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물을 확보하고 나서 재론해야 마땅하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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