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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사회
한수원 본사 일부 부서, 경주대 부지 이전설 일파만파
사측 “경주시 긍정 검토 답변”…20년 묵은 갈등 수면 위로
주민들 “방폐장도 가져가라” “껍데기만 남기나” 분노 쏟아
‘월성 2~4호기 계속운전’ 반대 움직임으로 불똥 튈 우려도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3월 04일(화) 20:37
지난달 28일 오후 2시, 경주시 문무대왕면 복지회관에서 ‘한국수력원자력(주) 전대욱 경영부사장의 요청으로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문무대왕면의 이장, 자생단체장, 주민 등 30여 명이 모였다.
전 부사장은 ‘한수원 본사 직원 일부’가 경주대학 부지로 이전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을 피력했다.

◇경영부사장의 발언 요약
“이런 민감한 사안을 말씀드리게 돼서 송구스럽다. 하지만 나중에 들으시면 안 될 것 같아서 미리 설명을 드린다. 체코와 3월이나 늦어도 4월에는 계약(신규 원전 2기)을 할 거로 보인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원전 수출사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본사가 KTX 역과 멀리 있다 보니 서울의 국회와 대통령실, 정부 세종청사 등에 출장을 다니려면 시간이 많이 소요돼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 또 본사의 공간이 협소하고 해서 업무에 지장이 많다. 작년에 한번 문제가 됐던 경주대 부지를 다시 검토하게 됐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본사 이전은 절대 아니다. 수출사업본부 등 일부 부서의 직원 일부를 경주대 부지로 보내려고 한다. 아시다시피 경주대는 3월까지 교원 봉급 등 채무 변제를 못 하면 교육부에서 재단인 원석학원의 재산을 압류한다고 한다. 그래서 경주대 부지 일부를 저희가 사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 아마 한 달 안에 결론이 날 것 같다. 그래서 미리 말씀을 드리고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할 부분이 있으면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
전 부사장의 설명이 끝나자, 주민 한 명이 바로 반박했다.
“한수원이 경주대 부도난다고 도와주려고 만든 기업이냐? 땅이 왜 없느냐 문무대왕면에 땅이 널려 있다. 초등학교 땅도 네다섯 군데나 비어 있다. 방폐물 때문에 한수원이 왔는데 한 명이라도 가려면 방폐장도 갖고 가라.”
이어서 한수원 본사 소재지인 장항2리 주민이 질의했다.
“경주시장과 사전 조율이 됐습니까? 경주시장이 오케이했습니까?”
“저희가 협조를 구했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한 번 더 말씀드리면, 본사 이전이 아닙니다. 효율적으로 일을 하려고 일부 직원만 옮기는 겁니다.”
전 부사장의 답변에 참석한 문무대왕면 지도자들은 연이어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일부 이전을 핑계로 종국에는 껍데기만 남기고 실속은 다 가져가겠다는 거다……툭하면 본사 이전을 시도하는 바람에 한수원 본사 지키는 일이 이제 우리의 자존심이 돼버렸다……지역 발전 방안부터 제시하고 이런 말을 해라……거기에 400명 간다고요? 꿈 깨세요……주차할 데도 없어 동네 길에 차를 대놓으면서도 땅 사들일 생각은 안 하고 옮길 궁리만 하고 있다……일부 부서가 이동하는 것도 지역 주민 동의 없이 절대 안 된다는 걸 기억하세요……”
임 모 이장이 다시 질의했다.
“작년에 오송역 이전설이 불거졌을 때, 대구 북구을 김성수 의원이 한수원 본사 일부가 이전하는 자체도 법률 위반이라고 산자부 장관한테 질의를 했고, 산자부 장관이 일부 이전도 논의된 바가 없고 살펴보겠다라고 답변을 했다. 그러면 한수원 본사 직원 400명이 경주대로 가는데도 산자부하고 얘기 안 했습니까? 그러고 국회의원이 일부 이전도 법률 위반이다라고 얘기하는데 부사장이 법률 위반하고 가시겠습니까?”, “만약에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법률 위반이면 저희가 해서는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문무대왕면발전협의회 원전분과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자, 자! 결론 냅시다. 법률 위반 이런 거 따지지 말고 발전협의회 회장님 지시 사항입니다. 분과 위원장으로서 말씀드립니다. 지역 지도자 모두의 뜻을 모아 한수원에 전달합니다. 일부 이전 절대 안 됩니다. 한 명도 나가면 안 됩니다. 저희들은 ‘한 명이라도 경주로 이사 가는 것은 한수원 본사 이전하고 똑같다’고 받아들이겠습니다. 이상입니다. 모두 퇴청해 주십시오.”
한수원 측이 주관한 간담회는 이렇게 끝이 났다.
복지회관 복도에 삼삼오오 모여든 지도자들은 “한수원 본사 직원 한 명이라도 시내로 옮기면 방폐장 건설 반대는 물론이고, 월성 2·3·4호기 계속운전도 못하게 결사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자칫 ‘계속운전 찬성’으로 흐르던 동경주지역의 분위기가 결사반대로 바뀔 수도 있게 된다.
한편 한수원 측은 4일 오후 “본사의 상주 인력 증가에 따른 사무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 경주대학교 부지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지역 주민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충분한 소통과 협의를 통해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론화 필요, 아직은 시기상조”
앞으로가 문제다. 작년 한수원 수출사업본부의 오송역 이전설이 불거졌을 때 직원 수는 220여 명이었다. 만약 이번에 경주대 부지로 일부 부서가 가게 되면 4∼500명 정도의 직원이 이전할 걸로 보인다. 앞으로 체코 신규 원전 수주 등 원전 수출이 본격화되면 수출사업본부의 직원은 500∼800명까지 증원될 수 있다. 한수원이 문무대왕면 주민들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시내권으로 일부 부서 이전을 추진할지 아니면 보류할지에 따라 큰 파장을 몰고 올 수도 있고,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수도 있다.
20년째 선거철만 되면, 정치꾼들이 ‘한수원 본사 재이전’ 문제를 재론해 갈등과 대립이 이어져 왔다. 작년 4월 총선 때 무소속 김일윤 후보는 한수원과의 토지매매 가계약서를 보이며 한수원 본사 도심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했지만 3위 득표에 그쳤다. 한수원도 작년 9월 ‘수출사업본부 오송역 인근 이전설’을 흘렸다가 해프닝으로 끝난 바 있다.
‘한수원 본사의 도심권 재이전’ 문제는 언젠가는 공론화가 돼야 하겠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게 경주시민의 중론(衆論)이다. 왜냐하면 빅딜(big deal)할 여건 마련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자력자립형사립고’ 설립이 확정되고, 한수원 부설 기관들의 이전이 가시화되고, 규모가 큰 한수원 협력업체나 공공기관·공기업의 이전이 확정되고 나서 대승적 차원의 상생발전을 위해 재론해야 한다. 협상이 타결되려면 권한을 가진 책임질 수 있는 기관의 장(長)이 문서로 확약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한수원 본사 재이전’ 문제는 빅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물을 확보하고 나서 재론해야 한다는 게 대다수 경주시민의 뜻이다.
정현걸 기자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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