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 2026-05-31 07:23:12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전체기사
커뮤니티
공지사항
자유게시판
행사알림
회사알림
 
뉴스 > 칼럼
고독한 가문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2월 25일(화) 18:32
↑↑ 서유진 소설가
ⓒ 경북연합일보
고독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고독은 햇빛처럼 평등하다. 이 말은 원초적인 절대고독 속에 인간이 존재한다는 뜻을 함의하고 있다. 생존에 허덕이는 사람이 고독할 틈이 없다는 말은 어쩌면 가장 근원적 고독 속에 함몰되어 있다는 다른 어법인지도 모른다. 소설가들은 소설의 정의를 ‘연민’이라고 한다. 그래서 본격 소설이라고 부르는 순수 소설에서 행복한 결말은 없다.
서구에서 시작된 연극도 그 당시는 비극을 기원으로 한다. 생은 비극이지 희극이 아닌 것이다. 비싼 관람료를 지불하고 실컷 울고 극장을 나오며 우리는 자신의 영혼이 맑게 정화된 느낌을 받는다. 비극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우리는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그들이 고독이나 불행이나 슬픔에 어떻게 대항하는지 또는 극복하는지를 보게 된다. 인물 속에 관객이나 독자가 자신을 투영하고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함으로 우리 앞에 여러 갈래의 인생길을 깊이 응시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고독이라는 주제는 독자의 생을 한 단계 발전시킨다고 할 수 있다.
콜롬비아의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백년 동안의 고독》에 나오는 고독 역시 우리의 앞 세대들과 지금 세대들의 고독과 다르지 않다. 이 소설은 한 가문의 7대까지, 즉 100년 동안의 고독한 삶을 그렸다. 여기서 마술적 리얼리즘이나 새롭게 선보인 소설미학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려고 한다. 마르케스가 《백년 동안의 고독》을 탈고했을 때 아르헨티나의 출판사로 원고를 우송할 우편요금이 없어서 일부만 먼저 부치고 나머지는 집기를 팔아서 부쳤다는 일화가 있다. 당시 마르케스는 얼마나 고독했을까.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의 고독은 상상을 초월한다. 7대에 걸친 부엔디아 가문에서 고독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이 가문의 고독을 보며 우리는 어쩌면 조금 안도하고 감사할 수도 있겠다.
윗대 숙모와 삼촌이 근친결혼으로 낳은 아들이 있었는데 아이가 돼지꼬리를 달고 태어났다. 22년간 동정을 지키며 살다 결혼하려니 여자에게 돼지꼬리를 보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푸줏간 주인에게 부탁해 꼬리를 잘랐다. 그러나 출혈로 목숨을 잃었다.
사촌인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결혼한 우르술라는 돼지꼬리 아이를 낳을까 봐 1년 6개월을 남편이 다가오지 못하게 함으로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가 불감증이라는 소문이 마을에 퍼졌다. 닭싸움에 진 푸르덴치오 아귈라가 이제 마누라한테 못 해준 구실을 네 닭이 해주겠구나, 하고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를 조롱하자 그는 푸르덴치오의 목에 창을 던져 죽였다. 죽은 푸르덴치오가 자꾸 나타나는데 죽은 사람에게서 외로움과 살아있는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깊은 향수로 물을 찾으며 초조해하는 것을 본 부부는 양심의 가책과 고통을 느낀다. 푸르덴치오에게 이곳을 떠날 테니 염려 말고 평화롭게 잠들라고 하며 집안 곳곳에 혼령이 마실 수 있는 물항아리를 즐비하게 늘어놓고 부부는 마을 사람 40명을 데리고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난다.
1대인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마콘도 마을을 건설한다. 그는 마을을 번창시켰을 때 지도자의 능력을 점차 잃어버리고 집시가 가지고 온 신문명에 빠져 연금술로 황금을 얻는데 미친 나머지 정신이 이상해져 밤나무에 묶여 살다 죽는다. 간혹 정신이 돌아왔을 때 그가 느낀 고독은 어떠했을까. 그의 고독은 집착과 금에 대한 욕망이 낳은 질병의 고독이었다. 물론 그는 아내가 염려하는 돼지꼬리 달린 아이를 낳지 않았고 두 아들과 딸 하나를 낳았다.
아버지 이름의 앞을 딴 첫째 아들 호세 아르카디오는 창녀 필라르와 관계를 맺고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갖자 집시 소녀를 따라 집을 떠나버린다. 필라르가 아들을 낳아 데려오자 우르술라는 ‘아르카디오’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손자를 양육한다.
… (중략) …
가문의 실질적 기둥인 1대 우르술라는 부엔디아 가문의 번영과 생존을 위해 헌신하나 치매, 실명 등으로 결국 몸이 씨앗만 하게 변해서 죽는다.
마콘도 마을처럼 4년 11개월 동안 비가 내린다면 삶이 질척일 것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져보면 부엔디아 가문의 몰락과 쇠퇴는 단순히 외부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부엔디아 가문의 내부에 이미 몰락의 씨앗이 뿌려졌기 때문이다. 가문의 후손들이 반복적으로 저지르는 실수는 인간의 한계를 보여준다.
하나님에게 불순종한 아담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그 후손이 원죄로 인해 죄와 싸우는 인간의 한계와 같지 않은가? 그러나 그 한계를 뚫고 나갈 길이 있다. 죄를 깨끗이 용서받고 거듭날 수 있다면 신과 더불어 고독하지 않은 삶을 영원히 살 수 있다고 한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 Copyrights ⓒ경북연합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경주는 SMR, 영덕은 대형원전…경북이 미래 에너지 최적지
경북농기원, 사과 대목 고사 주범 ‘흰비단병’ 방제기술 개발
구미에 AI 훈련센터 개소…제조업 AX 전환 속도
딥테크 창업도시 대구, 글로벌 스케일업 가속
노사평화의전당, 샤스타데이지 활짝
대구지방환경청, 고농도 오존 대응 캠페인 실시
주낙영 경주시장 후보 “경주의 더 큰 미래 위해 압도적 승리
대구시, 노동부 ‘버팀이음 프로젝트’ 선정
대구시, 하수도 취약지역 선제 점검
영양군 생활민원 바로처리반, 방충망 수리 지원
최신뉴스
경북도, AI 돌봄로봇 127대 시범 보급…‘미래형 공공  
경북 ‘고유가 지원금’ 신청률 90% 돌파  
안동 한일정상회담 효과 잇는다…日 지방정부와 교류협력 강  
문경시 하반기 대학생 일자리 사업 참여자 모집  
영양 목재문화체험장 야간 프로그램 15회 운영  
상주 경천대 전기버스 무료 운행  
“저출생 막아라” 안동시, 출산·양육 지원체계 강화  
영주시, 국방 드론 실증거점 조성 날갯짓  
경주시의 한심한 ‘장례문화’ 정책  
지난해 경북 농가소득 5858만원 '전국 2위'  
대구시, AI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센터 구축  
구미 국가산단 인공지능 전환 속도 낸다  
‘1000원 달성행복택시’ 수혜지·배차 늘린다  
대구교육청, 여름철 폭염 대책 가동 본격화  
군위 삼국유사면, 이웃사랑 자원봉사 실시  

신문사소개 편집규약 윤리강령 고충처리인제도 개인정보취급방침 제휴문의 광고문의 구독신청 기사제보 저작권 문의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경북연합일보 / 사업자등록번호: 505-81-82281/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화랑로 32 (성건동)
발행인.편집인: 정진욱 / mail: sp-11112222@daum.net / Tel: 054)777-7744 / Fax : 054)774-331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가0003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진욱
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18,852
오늘 방문자 수 : 10,275
총 방문자 수 : 40,559,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