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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환자를 폭력범죄자로 모는 세상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2월 24일(월) 17:33
↑↑ 정현걸 편집국장
ⓒ 경북연합일보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돌봄교실에 가장 늦게까지 남은 학생을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故 김하늘 양’ 사건이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학생을 보호해야 할 교사가 살인자로 돌변한 충격적인 일이었다. 가해자는 명 아무개 교사(여·48)인데 자신을 배제하는 학교에 대한 불만으로 감정이 극단에 치달은 상태에서 교사라는 우월적 지위를 통해 교내 시설물을 이용해 저항력 약한 아이를 살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범죄가 발각될 상황이 되자, 명 씨는 시청각실 문을 안에서 잠그고 자해했다. 경찰이 진입해 보니 하늘 양은 어깨와 손등을 다친 채 심정지 상태였고, 명 씨는 목과 팔에 자해 상처가 있었으나 의식이 있었다.
하늘 양 시신을 부검한 대전과학수사연구소는 사인을 ‘다발성 예기 손상에 의한 사망’이라고 밝혔다. 날카로운 도구에 의해 여러 곳이 찔려 사망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명 씨가 복직 이후 계속 이상행동을 보였기 때문에 교육 당국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관찰하고 대처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해 일어난 사고일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우울증’이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의사 단체나 정신과 전문의들은 우울증을 살인의 주된 원인으로 몰고 가는 것은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을 잠재적인 살인자로 취급하는 것이라며 경계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많은 연구에서 중범죄율에서 질환이 없는 사람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보고돼 있다.”면서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범행을 저질렀으니 우울증이 원인’이라는 단편적인 인과관계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논리는 우울증 환자에 대한 반감과 차별을 심화시키는 등 부정적 낙인 효과로 이어지고, 환자들의 치료를 저해해 한국의 정신건강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명 씨의 범행 과정을 보면 우발적이 아니라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범죄에 가깝다. 그는 복직 후 담임을 맡지 않고 교과만 전담했는데 그런 그가 계속 이상행동을 보이자, 학교 측은 그를 수업에서 배제했다. 불만이 쌓인 그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는 경찰에 “복직 후 3일 만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교감이 수업을 못 하게 하자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했다.
결과적으로 명 씨의 범행은 ‘묻지마 식’ 범죄에 가깝다. 전혀 교류가 없는 1학년인 하늘 양이 명 씨 범행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는 추후 경찰 조사를 통해 드러날 것이다. 경찰은 명 씨의 평소 행동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 휴대전화, 차량 이동 기록,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았던 병원 자료 등을 확보한 상태다.
국민 대다수는 재발 방지를 위한 ‘하늘이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도 신체·정신상 이유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교원에게 직권휴직 혹은 면직 등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한 기존 ‘질환교원심의위원회’ 규칙을 법제화하고 학교 내 안전 대책을 강화하겠다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교원에 대한 인권 침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고, 더 큰 문제는 우울증 환자를 덮어놓고 ‘폭력범죄자’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잠재적 범죄자이다. 누구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잠재적 범죄자가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어떤 증상으로든 정신병자이다. 그리고 우리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 우울증을 지니고 산다. 그렇다고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신건강 관련 단체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찍기보다는 트라우마의 회복과 치유를 위한 노력에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또 “가해자의 정신질환 관련 내용을 기사 제목이나 도입부에 포함하는 것은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늘 양 사건 같은 경우는, 우울증 때문이라기보다는 복합적인 정신질환에다 교직을 둘러싼 학내 갈등이 겹쳐서 발생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우울증 환자를 덮어놓고 폭력범죄자로 모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인간이면 누구나 지닌 우울증이 문제가 아니라, 정작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불행한 사건을 두고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몹쓸 댓글을 다는, 가학증세(加虐症勢)를 가진 다시 말해 이런 짓에 쾌감을 느끼는 사디스트들이 더 몹쓸 범죄자이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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