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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이 행복의 밑자리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2월 23일(일)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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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서병진 전 경주여고 교장 | | ⓒ 경북연합일보 |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있을까. 우리를 걱정하게 하는 것들이 많다. 우선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우리를 걱정하게 만든다. 연세 높은 부모님을 잘 모시지 못해서 걱정이다. 또, 걱정되는 것은 부모님보다 나 자신이 먼저 아프거나 탈이 생길까 걱정이다.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가 아니라도 부모님께 걱정 끼치는 존재, 부모님보다 먼저 세상을 버리는 불효는 저지르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자식 또한 마찬가지다. 웃음과 행복도 주지만 늘 걱정의 대상이다. 그중에도 아픈 손가락이 있다. 손자가 여럿이면 입시경쟁, 군(軍)입대, 취업 문제 등 끊임없이 걱정거리를 달고 온다. 아무리 부모가 걱정되고, 자식이 걱정되어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행복이다. 배부른 걱정, 행복한 걱정이다. 걱정거리가 행복의 바탕이다. 나라가 있어서 나라 걱정. 겨레가 있어서 겨레 걱정. 나라도 있어야 행복이고 겨레도 있어야 행복이고 일가친척도 있어야 행복이다. 걱정거리는 행복의 밑자리다. 관심(關心)을 줄이면 걱정이 줄어진다. 관심을 줄이면 남남처럼 거리가 멀어진다. 간섭을 없애면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가족의 간섭이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가족의 눈치를 보고 산다. 한동안 떨어져 잔소리가 없어지면 곧바로 외로움이 쫓아 온다. 자식들의 소식이 뜸하면 잘 있으려니 하면서도 섭섭해진다. 일체 유심조(一切唯心造)라 했지만, 간섭이 행복의 밑자리인 것을. 울타리를 벗어나면 훨훨 자유로울 것 같다. 그러나 울타리 없는 삶은 갈지(之)자걸음이 된다. 비틀거리다가 주저앉는다. 목줄이 끊어진 연은 이리 실룩 저리 실룩 힘없이 흔들리다가 땅에 떨어지고 만다. 목줄이 있어야 바람을 안고 팽팽하게 버티며 하늘을 오른다. 연(鳶)의 목줄을 균형 있게 달아서 팽팽하게 바람에 마주 서게 해야 연이 하늘을 오른다. 바람의 저항이 있어야 한다. 바라는 게 없으면 자족할 줄 알았다. 그러나 삶에 활력을 주는 열정도 사라지고 만다. 불행(不幸)을 없애면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러나 무엇이 행복인지 깨달을 수 없게 된다. 편안(便安)을 추구하면 권태(倦怠)가 오고, 편리(便利)를 추구하면 나태(懶怠)가 온다. 나를 불편하게 하던 것들이 사실은 내게 반드시 있어야 할 것들이었다. 나를 걱정하게 만든 것들이, 나를 불편하게 하던 것들이 모두 내 행복의 밑자리인 것을. 오래 사는 것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보람 있게 사는 것은 선택할 수 있다. 얼굴의 모양은 선택할 수 없지만, 밝은 표정은 선택할 수 있다. 주어지는 환경은 선택할 수 없지만, 내 마음과 살아가는 자세는 선택할 수 있다.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그러므로 결국 행복은 자신의 선택이고,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한 번 밖에 살 수 없는 짧은 인생, 서로 배려하며 사랑함으로써 감사와 즐거움이 넘치는 보람찬 삶을 누리는 것이 자신이 만든 행복을 누리는 일이다. 걱정해 주는 삶이 사랑의 기본이다. 돈은 좇아가면 안 된다. 돈이 따라오게 만들어야 한다. 행복 또한 좇을수록 멀리 달아난다. 돈이나 행복에 욕심을 내면 항상 저만치 멀어져 간다. 만족할 줄 아는 마음속에 행복이 깃들고 똬리를 튼다. 삶에 대한 걱정이나 행복한 삶을 생각할 때마다. 옛날 시골 이발소 벽 액자에서 본 알렉산드로 푸시킨의 ‘삶’이란 구절이 떠오른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걱정이 행복의 밑자리. 모두가 걱정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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