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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허를 배우는 책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2월 18일(화) 19:22
↑↑ 서유진 소설가
ⓒ 경북연합일보
로마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말했다.
―지구 전체는 하나의 점에 불과하고, 우리가 사는 곳은 그 점의 구석에 지나지 않는다.

마지막 로마의 대역사가인 암미아누스 마르셀리누스도 《사건 연대기》에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천문학자가 이구동성으로 가르치는 것처럼 지구 전체의 둘레는 우리에게 무한한 것으로 보이지만 우주의 광대함에 비하면 작은 점 하나와 비슷하다.

지구가 한 점이라면 우주가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고, 우주 안에서의 중심은 지구이며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자부심에 생채기가 나지 않는가? 볼테르는 그 사실을 너무 잘 알아서 《미크로메가스: 철학사》에 소설적 문장으로 신뢰를 보탰다.

―(한 철학자가) 그는 모든 비밀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두 외계인 여행자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쭉 훑어본 후, 그들에게 말했다.
“당신들, 그리고 당신들의 천체, 태양, 별 모두는 오직 인간이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것이오.” 이 말을 듣자 두 외계인은 서로 몸을 부딪치면서…… 그칠 줄 모르고 웃어댔다.

그칠 줄 모르고 웃어댔다니, 인간을 하찮은 존재로 격하시키는 외계인의 웃음 앞에서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우주적으로 해석해 볼 필요가 있다.
별은 하나하나가 하나의 태양이다. 은하수에는 대략 4,000억 개의 별이 있다. 숫자를 가늠할 수가 없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사진 원판에 약 10,000개 정도의 별이 있다. 엄청나게 많은 수이지만 우리은하에 있는 별 중 1,000만 분의 1 이하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식으로 이야기하면, 시야에서 좁은 하늘(달이 보이는 크기의 1% 이하)의, 전체의 1억 분의 1에 해당하는 면적에 존재하는 별들의 총수는 100조를 넘는다. 이 좁은 하늘 속에 있을 먼 행성들의 총수를 더하면 어마어마한 수이다. 은하수 바깥에는 은하수의 별들보다 더 많은 은하들이 존재한다. 그들 하나하나는 1,000억을 헤아리는 태양들을 포함하는 하나의 섬 우주이다. 이런 우주의 광대함에 비하면 지구는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말처럼 지구는 우주의 한 구석진 곳에서 아무 관심도 끌지 못하는 한 개의 창백한 푸른 점으로 존재한다. 우리는 햇빛 속에 떠도는 먼지와 같은 작은 천체에 살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자주 회자되었던가? 창백한 푸른 점… 칼 세이건은 그의 저서 《창백한 푸른 점》에서 말한다.

보이저호가 태양계 가장자리에서 지구로 보내온 한 장의 사진
새까만 우주 속 창백한 푸른 점, 이 빛나는 점을 보라
그것은 바로 여기(지구)
우리의 거만함, 스스로의 중요성에 대한 과신, 우리가 우주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망상,
우리가 우주 속의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에 대해 이 푸른 점은 이의를 제기한다. 지구가 점에 불과하다면 인간은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가. 점에 붙어 보이지도 않는 초미립자가 아닌가. 창백하고 푸른 이 조그만 점의 한구석에서 지배자가 되려고 권력을 탐하고 서로 미워하며 이데올로기로 적을 만들고 유혈의 역사를 이어온 미천한 인간이다.
행성의 어원이 떠돌이, 방랑자인데 떠도는 행성처럼 우리 인간 역시 생의 우주에서 떠돌아다니는 방랑자이다. <우리는 우주의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이 아니다>
이것이 우리가 사람 앞에서나 신 앞에서 겸허해야 할 이유이다. 그러면 티끌의 초미립자며 방랑자인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리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

―네 헛된 평생의 모든 날, 곧 하나님이 해 아래에서 네게 주신 모든 헛된 날에 네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즐겁게 살지어다. 그것이 네가 평생에 해 아래에서 수고하고 얻은 네 몫이니라.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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