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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대만 흉내 내려다 국가 에너지 안보 망친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2월 16일(일) 19:25
기후환경단체들이 11일 국회 앞에서 에너지 3법과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국회 심사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이달 중으로 소위원회를 열고 에너지 3법을 심사하고 11차 전기본도 보고받을 예정이다.
에너지 3법은 사용후핵연료의 영구 처분시설 마련을 위한 ‘고준위방폐물 관리 특별법’, 전력망 구축 사업의 인허가 절차 개선을 위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 방식 전환이 목적인 ‘해상풍력 특별법’으로 구성돼 있다. 11차 전기본은 산업자원부가 지난해 신규 대형원전 3기, SMR(소형모듈원전) 1기를 신규 건설하는 내용을 실무안으로 계획했으나 올해 들어 원전 1기를 줄인 2+1안을 절충안으로 내세워 야당을 설득 중이다.
이에 기후환경단체들은 정의로운 기후위기 대응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에너지 3법 통과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11차 전기본 역시 문제점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반발하는 모습이다. 위의 단체들의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문제는 ‘기후위기’를 볼모로 재생에너지 비율 확대와 탈(脫)원전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확고한 탈원전 기조를 유지했던 두 나라의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국가의 미래가 보인다. 두 나라를 흉내 내면, 자칫 국가 에너지 안보를 망치게 된다.
독일은 2023년 4월 15일에 마지막 남은 3기의 원전을 모두 폐쇄하면서 완전한 탈원전(17기 원전 폐로)을 달성했다. 대만은 올 5월이면 마지막 1기가 폐쇄된다. 그런데 두 나라 모두 에너지 부족 현상으로 심각한 전력난과 치솟는 전기요금 상승으로 국민의 불만이 극에 달하자, 복(復)원전을 고민하고 있다. 독일은 2월 23일에 조기 연방선거가 치러진다. 차기 총리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연합(CDU)대표는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가스화력발전소 50개를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는 또 “에너지 위기 한가운데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보장했던 마지막 3개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한 것은 숄츠 정부가 저지른 중대한 전략적 실수였다”고 비판했다. 메르츠 대표가 집권하게 되면 ‘원전 재가동’이 기정사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독일정부는 탈원전과 탈탄소 정책과 함께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데 주력했는데, 최근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맞추기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 경제는 2023년, 2024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고 제조업은 구조조정 중이다. 과중한 에너지 비용이 제조업을 짓누르고 있다. ‘러-우 전쟁’ 전 독일 국민의 탈원전 지지율은 65%였지만, 이후에는 20%대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아무튼 선거 결과에 따라 원전 재가동 여부와 탈탄소 정책의 속도 조절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도 독일과 비슷한 상황이다. 작년 10월, 대만의 줘룽타이 총리는 한 인터뷰에서 “대만은 반도체 제조 업체의 급증하는 전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새로운 원전 기술에 완전히 열려 있다”며 “대만 내부에서 원전 안전과 핵폐기물 처리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를 이룰 수 있다면 (원전 재개를 위한) 공개 토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줘 총리는 민진당 소속으로, 이 당은 2016년부터 대만의 탈원전 정책을 주도해 왔다. 야당인 국민당은 친원전 입장이다. 원전에 대한 집권 민진당의 입장이 최종 확정되면, 대만의 탈원전 정책이 뒤바뀌게 된다.
이렇게 된 데는 전력수요가 많은 반도체·데이터센터 등이 주력인 대만이 전력 부족으로 대규모 정전을 겪었기 때문이다. 대만 경제 단체들은 기업 환경과 투자 여건을 개선하려면 전력 수급 불안이 해소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탈원전을 강력하게 추진해 온 집권 민진당에서도 탈원전 폐기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이유이다.
다시 말해, 대만의 탈원전이 인공지능(AI) 열풍에 막힌 것이다. TSMC을 비롯한 반도체 제조 업체들이 공장을 잇따라 신설하고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서 대만의 전력 소비가 급증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7%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반도체 제조 업계의 전력 사용량은 41.6% 급증했다. 결국 정부는 작년에 대규모 산업용 전기 요금을 15% 올렸다.
급기야 대만 정부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대만 정부가 전체 전력의 9%를 쓰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와 4월부터 전기요금을 10% 이상 인상하기로 협상했다는 보도가 12일에 나와 충격을 안겼다. 문제는 TSMC는 연간 수익이 엄청나게 큰 만큼 타격이 작을지 몰라도 연관된 성숙 공정 업체나 손실을 보고 있는 업체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게 명확하다는 점이다. 반도체·데이터센터·AI 산업으로 국가 경제를 지탱해야 하는 대만이 전력 부족으로 최대 난관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한국은 위 두 나라의 탈원전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 산업자원부가 11차 전기본의 국회 통과를 위해 애초의 ‘신규 대형원전 3기’에서 원전 1기를 줄인 ‘2+1안’을 절충안으로 내세웠다는데 이를 즉각 철회하고 원안대로 시행해야 한다.
탈원전 정책을 고집했던 더불어민주당도 이제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정부안을 그대로 승인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도 대만과 마찬가지로 ‘반도체와 AI 관련 산업’에 국가의 미래를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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