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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가 있는 세상을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2월 11일(화)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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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서병진 전 경주여고 교장 | | ⓒ 경북연합일보 | | 설 연휴 부산함 뒤에 허전함이 밀려온다.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또 한 번” 백수(白手) 두어 사람과 경주 서남산 남쪽 자락 마석산의 용문사를 찾았다. 작은 암자지만 절의 왼쪽 바위 앞면에 계시는 부처님을 보고 싶어서다. 오르는 길이 가파르지 않고 멀지도 않아 혼자서 운동 삼아 자주 오르는 곳이다. 주차장에 차를 두고 조금 오르면 천왕문(일주문)이 나온다. 천왕문이 아니라, 사각의 큰 바위가 빗겨 누워, 바로 서 있는 큰 바위에 기대어 직삼각형의 공간이 생겼고, 계단으로 된 길이 있어 천왕문 구실을 한다. 4천왕이 있을 리 없다. 속계에서 불계로 들어가는 관문 같은 느낌이 든다. 돌계단을 잠시 걸어 오르면 3m 정도 높이의 긴 석축이 있고 그 위의 앞이 탁 트인 전망 좋은 곳에 서향으로 용문사가 나타난다. 큰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지만, 석축 계단을 올라 20m 정도 동남쪽으로 돌아가면 올 때마다 와우! 하고 탄성을 지르게 된다. 선(仙)곈지 불(佛)곈지 속계(俗界)가 아니라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탁 트이는 느낌. 순간적이지만 잡념이 일순 사라지는 느낌. 천인단애의 기암괴석은 아니라도 상쾌한 가슴 트임 때문이다. 여기 바위 앞면에 부처님이 서 계신다. 이 부처님 공양하려고 절이 있는가 싶다. 큼직한 자연 암벽에 마애불 입상이 천년의 세월을 한순간에 보낸 듯,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냥 서 있다. 높이 약 4.6m, 얼굴과 왼손만 완성되고 나머지는 미완성인 채로다. 미완성이라서 마애불 제작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삼릉계곡의 상선암 마애불을 닮은 것 같기도 한, 이 마애불의 얼굴은 코 밑의 인중 선, 커다란 귀의 굴곡이 완벽하게 조각되어 있다. 손은 “나를 두려워 마라, 너의 원을 들어주마” 시무외인(施無畏印) 여원인(與願印)이다. 왼손은 손목을 덮은 옷자락과 손가락까지 완성. 머리는 민머리에 부자연스럽게 큰 육계, 살이 찐 얼굴, 눈꼬리가 날카로운 듯 반쯤 감은 두 눈, 굳은 표정으로 입을 꼭 다물었다. 왜 미완성일까? 올 때마다 생각해 본다. 조성 도중에 석공이 죽었을까? 조각하다 마음에 들지 않아 포기해 버렸는가? 석공의 머릿속에 부처의 모습이 안개에 가린 듯 어렴풋했을까? 나의 상상이 소설을 쓰고 있는 수준이라 생각하니 참, 어처구니없다. 산 이름이 마석산(磨石山)이다. 마석은 맷돌. 맷돌 산이다. 산 정상의 큰 바위가 맷돌의 손잡이로 보이고, 산의 형세가 맷돌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고, 신라시대 어느 해에 큰 물난리가 나서 온 천지가 물에 잠겼는데 마석산 꼭대기만 맷돌만큼 남았다 하여 마석산(맷돌)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산 이름이 붙여진 과정이 참, 어처구니없다. 맷돌의 손잡이가 ‘어처구니’이다. 맷돌에 손잡이인 ‘어처구니’가 있어야 맷돌을 돌릴 수 있는데 맷손이 없어 황당한 상황이 ‘어처구니없다’이다. 어학사전에는 ‘어처구니없다’가 ‘너무 엄청나거나 뜻밖이라서 기가 막히다’로 되어 있다. 기와지붕 추녀마루 위에 올려놓은 작은 동물상을 어처구니라고도 한다. 요사이 세상 돌아가는 모습이 어처구니없다. 어처구니없이 계엄이 선포되더니, 대통령이 내란의 수괴가 되어 구속수감 되고, 정국이 발 빠르게 돌아가 어처구니없다. 특검, 특검, 특검, 탄핵, 탄핵, 또 탄핵으로 몰아붙이더니, 불쑥 계엄이 튀어나오고, 내란 수괴가 되고, 국민은 둘로 나뉘고, 정말 어처구니없다. 경주 남산 용문사 부처님이시여! 시무외인 여원인으로 “무서워 말라, 원(願)을 들어 주마.” 약속하셨으니, 어처구니가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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