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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섣달 설한풍에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2월 02일(일) 19:22
↑↑ 서병진 전 경주여고 교장
ⓒ 경북연합일보
흔히, 춥고 긴 겨울밤을 동지섣달 긴긴밤이라 한다. 음력 11월이 동짓달, 12월이 섣달이다. 두 달을 함께 묶으면 동지섣달이다. 동지(冬至)를 중심으로 길어지던 밤의 길이가 조금씩 짧아지고, 낮이 조금씩 길어진다. 태양의 고도가 가장 낮고, 밤이 긴 동짓달보다 섣달이 더 춥다. 땅이 천천히 더워지고 식기 때문이다.
섣달의 명칭은 <설이 드는 달>의 의미로도 전해 진다. 동양권에서는 달의 기울기나 차는 것에 따라 날짜를 정한 태음력을 사용했는데, 1년 365일(4년마다 하루를 추가하여 366)의 태양력이 전달되기 전까지는 설날에 대한 고정 관념이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입춘(立春)이 정월 초하루보다 빠르면 동짓날을 설날로 지켰다고 하고, 입춘이 정월 초하루보다 늦으면 정월 초하루에 설을 쇤다고 했다.
동짓날 팥죽을 쑤어 먹었던 까닭은, 집안으로 병을 가지고 들어오는 악한 귀신, 잡신이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는 의미로 피와 비슷한 색깔을 가진 팥죽을 쑤어 대문 문설주에 바르고, 이웃 간에 서로 바꿔 먹기도 했다. 음력 11월 달력을 기준으로 초순에 동지가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하순에 들면 <노동지>가 된다.
아무튼 동지(冬至)를 기점으로 태양은 다시 고도를 높이고 낮의 길이가 길어진다. 짧음이 끝나고 길어지는 전환점이 동지다. 그러나 땅이 서서히 더워지고 식기 때문에 가장 추워지는 달은 섣달이다. 소한 대한을 정점으로 추위를 끝내고 봄의 시작 입춘을 맞는다. 동지섣달 설한풍도 오래 가지 않는다.
매운 계절(季節)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北方)으로 휩쓸려 오다. //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릿발 칼날 진 그 위에 서다. //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 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이육사 님의 시 「절정」이다. 북방이라는 수평적 한계, 하늘도 지쳐 끝난 수직적 한계에서, 무지개를 보았다. 한계점을 넘으면, 고비를 넘기면 희망의 시작이다. 절정은 임계점인 동시에 새로운 출발점이다.
봄이 그립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것은 당연지사. 벌써 봄이 그리워짐은 동지섣달 설한풍에 한껏 움츠린 몸이 봄 냄새를 맡았기 때문인가. 조용히 기다리면 저절로 봄이 온다. 조급증을 내지 말자. 언 땅에 눈보라가 걷히면, 칼바람을 견딘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고 잎이 돋아난다. 산에는 진달래, 들엔 개나리. 덩달아 벚꽃까지 하얗게 터지면 고운 임 손잡고 봄나들이할 날이 온다.
세상이 온통 동지섣달 설한풍이다. 탄핵정국, 계엄 심판의 정국이 엄동설한이다. 엄동설한이 시리다 못해 뜨겁다. 국민은 갈래갈래 갈라져 살벌한 분위기다. 황진이처럼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 둘로 내어 서리서리 이불 속에 넣어 둘까, 이육사 시인처럼 강한 의지로 무지개를 찾을까.
칼로 일어선 자 칼로 망한다. 죄를 지은 자 반드시 벌을 받는다. 사람의 법망은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천망(天網)은 뚫을 수 없다. 대법원 정의의 여신상은 한 손에는 저울을 들고 다른 손에는 칼 대신 법전을 들고 있다. 법관이 법전의 내용대로 규범적인 판단을 한다는 뜻이다. 믿고 살자.
섣달그믐은 12월의 마지막 날. 한 해의 마지막 밤이다. 한 해를 깨끗이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날이다. 집 안 구석구석 청소하고 묵은 때와 나쁜 기운을 털어내자. 탄핵의 귀신을 쫓고 안정의 신을 불러오자. 동지섣달 설한풍이 물러서고 있다. 봄은 목련의 솜털 송이에서 부풀고 있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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