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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거나 그거나’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1월 22일(수) 19:27
↑↑ 서병진 전 경주여고 교장
ⓒ 경북연합일보
경상도 지방에서 서로 비슷한 것을 두고 ‘그거나 그거나’ ‘그놈이나 그놈이나’라는 말이 있다. 좋은 쪽으로 우열을 가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나쁜 쪽으로 엇비슷하다는 말이다. ‘너나 나나’ 별로 다를 것이 없다는 말이다. ‘니나 내나’다. 너하고 나하고 거기가 거기다. ‘오십 보에 백 보’다. ‘도토리 키 재기’다. 서로 자신이 낫다고 우기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양쪽 모두 탐탁하지 않을 때 쓰는 말이다. 우열(優劣) 가리기가 아니라, 더 나쁘고 덜 나쁘고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은 서로 어울릴 때 쓰는 말이기도 하지만 흔히 좋지 않은 쪽으로 어울릴 때 쓴다. 비빔밥을 하는 나물이나 밥이나 모두 시원치 않다는 말이다. 비슷한 것끼리 만났다는 말이다. 그 사람이나 그 사람이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흔히 ‘그놈이 그놈이지 뭐’라고 한다.
세상살이에 그런 일이 많은 모양이다. 저지른 행위가 엇비슷할 때 쓰는 속담을 비롯해 경계하는 말이 많이 있다. ‘가마솥 밑이 노구솥 보고 검다 한다’는 말이 있다. 더 시꺼먼 가마솥이 덜 시꺼먼 노구솥을 보고 검다고 흉본다는 뜻이다. 자신의 결함이 많은 사람이 자신의 결함은 모르고 남의 잘못을 지적하여 말할 때를 비유한 말이다. 좋지 않은 쪽으로 대동소이(大同小異)하면서 남의 결점을 들춰낸다는 말이다.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하는 속담이 있다. 자신의 잘못이 더 크고 또 변변치 못한 사람이 남 흉보기를 잘한다는 말이다. 비슷하지만 속뜻은 다른 ‘겨 묻은 개가 뭐 묻은 개를 나무란다’라는 속담도 있다. 자신의 허물은 좀 적고 상대의 허물이 더 크다고 보고 상대의 허물을 지적할 때 쓰는 말이다.
거기서 거기인 것을 ‘도긴개긴(도나 개나)’이라고도 한다. 윷놀이에서 ‘도’로 상대의 말을 잡을 수 있는 거리나 ‘개’로 상대편의 말을 잡을 수 있는 거리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조금은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윷을 놀아서 ‘도’가 나올 확률이나 ‘개’가 나올 확률이 아주 높고 비슷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어느 경우나 쉽게 잡힐 수 있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실제 윷놀이에서 ‘도’를 못해 잡을 수 있는 상대편의 말을 놓쳐 망신스러워질 때도 있다.
이와는 반대로 비슷한 것끼리 한편이 되는 것을 초록동색(草綠同色)이라 한다. ‘초록동색(草綠同色)’이라는 성어는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어울리거나 기우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경우에 사용한다. ‘풀빛과 녹색이 같은 빛깔’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옳고 그름과는 관계없이 편을 든다는 것이다.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도 있다. 모양이나 형편이 서로 비슷하고 인연이 있는 것끼리 서로 잘 어울리고, 사정을 보아주며 감싸 주기 쉬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가재는 게 편, 초록은 한 빛이라’ ‘검둥개는 돼지 편’, ‘솔개는 매 편’, ‘이리가 짖으니, 개가 꼬리(를) 흔든다’라는 속담도 있다. 자신과 같은 분야에 있는 사람, 같은 지역의 사람, 같은 조직에 속한 사람 등이 서로 두둔하고 편들어주는 모습을 본다. 이렇듯 무조건 가재가 게 편을 들어주어서야.
언론을 통해서 듣보는 정치인들의 말·말·말.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치졸할 때가 있다.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다. 인간 됨됨이가 그 정도밖에 안 되어 보인다. “니나 내나, 그 나물에 그 밥”이요 “가재는 게 편, 초록 동색”의 정국인 것 같다. 은퇴를 선언한 원로 국민 가수의 일갈이 나올 수밖에.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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