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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은
-윤동주 시인의 명예문학박사 학위 수여를 기다리며-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1월 21일(화) 20:21
↑↑ 서유진 소설가
ⓒ 경북연합일보
싱그러운 겨울바람이 분다. 우리가 느끼는 혼란과 불안의 기류에도 아랑곳없이 햇살은 여전히 곱고 눈부시다. 더없이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니 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생각난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친다.
(1941.11.20.)

시인이 다닌 연세대학교 신촌 캠퍼스와 미래 캠퍼스에 <서시>가 새겨진 윤동주 시비가 있다. 그가 유학한 일본 도시샤 대학에도 시비가 있어 추모객이 찾는다고 한다. <서시>는 일제강점기에 한글로 써진 시지만 일본의 일부 중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인정받는 명시이다. 일본의 대표 여류시인 이바라기 노리코가 윤동주 시인의 작품을 일본 문단에 소개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일본인들도 그들 조상이 저지른 잔혹사를 안다. 사죄하는 마음으로 윤동주 시비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도시샤 대학에서는 다음 달 2월 16일에 80주기 기념행사를 갖는다. 이날 윤동주 시인에게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수여한다는 기사를 접하니 감회가 밀려온다. 1875년 설립된 도시샤 대학이 고인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는 일은 처음이라니 가녀린 전율이 일어난다.
시인은 연희전문학교(연세대 전신)를 졸업한 후 도쿄에 있는 릿교대에 진학했다가 1942년 10월 도시샤대 영문과로 편입했다. 재학 중 1943년, 조선 독립을 논의하는 유학생 단체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 중 광복을 6개월 앞둔 1945년 2월 16일, 28세의 나이로 옥사했다.
윤동주 시인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는 의미는 더 애틋하다. 시인을 지켜주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을 담은 대학 측의 특별한 결정이라고 한다. 그들도 부끄러움을 안다는 말이다.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도덕적 양심이 살아있다는 말이다. 첫 행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은 시인의 강한 도덕적 의지를 나타낸다. 크리스천이었던 그에게 하늘은 곧 하나님이다.
‘하늘 부끄러운 줄 알라’는 말은 비단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한국인의 정서상 생래적으로, 어쩌면 본능적으로 쓰는 말이다. 그러나 인류 역사는 부끄러움의 역사였다. 어느 시대, 어느 민족에게 옛날이나 지금이나 부끄럽지 않은 역사가 있었던가. 국가적으로나 한 개인에게 도덕적 양심에 있어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사도바울은 말했다.
“기록된 바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 깨닫는 자도 없고 하나님을 찾는 자도 없고 다 치우쳐 함께 무익하게 되고 선을 행하는 자는 없나니 하나도 없도다.”
우리는 다 치우쳐 내달렸다. 너와 내가 똑같이 불의했으며 함께 부패했고, 악에 영혼을 내주고도 서로의 벌거벗은 몸을 손가락질하며 수치심을 헤집고 있다.
누가 먼저 자기 가슴에 손을 얹고 전능자가 계시는 저 맑은 하늘을 바라볼까. 누가 먼저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읽으며 부끄러움에 눈시울 붉힐까.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시인의 마음으로 죽어가는 것을 사랑할 자 누구인가?
나는 윤동주 시인의 명예문학박사 학위 수여를 기다리며 그의 <서시>를 마음에 새기고 또 새기려고 한다. 나 역시 뒤돌아보면 부끄러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생 여정이었다. 쓰라린 고통을 동반하겠지만 자기 수치를 깨닫고서야 새롭게 될 수 있으니 나를 쳐서 부끄러움에 복종시키리라. 그리하고서야 기도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분쟁과 반목과 비윤리의 아수라 밭에도 부끄러움을 깨닫는 양심의 물꼬가 흐르기를… 부디 하느님이 이 나라를 보우하시기를…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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