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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좌왕할 겨를이 없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1월 20일(월) 19:23
↑↑ 서병진 전 경주여고 교장
ⓒ 경북연합일보
바쁨의 함정에서 벗어나 진정한 내 삶을 살기 위해 ‘쉼’이 필요하다. 쉼은 노동의 완성이다. 창조주도 6일간의 천지창조 후에 7일째 안식하였다. 안식은 창조의 완성이다. 안식이 우왕좌왕은 아니다.
백수(白手)가 쉬고 말고 할 것 없지만, 부담 없이 외몽골을 다녀왔다. 대제국 몽골이 흥망성쇠(興亡盛衰)의 길을 걸은 원인을 알아보고 싶어 지난해 내몽골에 이어 외몽골을 찾았다. 내몽골은 중국 체제 속 자치구지만, 외몽골은 1921년 몽골인민공화국이 세워졌다가 소련의 붕괴로 몽골국이 된 이후 민주화 및 시장 경제로 전환하여 독자적인 국가로 성장하고 있다.
테를지국립공원으로 가는 길목의 천진벌덕에 초대형 징기스칸 청동 기마상이 있다. 전투를 마치고 오는 길에 황금 채찍을 주웠는데 그것을 기념해 세운 기마상이다. 황금 채찍은 신이 내려준 군주의 강력한 지휘권을 상징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기마상이다. 지키지 못할 광활한 땅보다 지켜낼 만큼의 땅만 차지했더라면 지금도 大國으로 존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서라벌의 황룡사를 불태우지 않아도 되었고.
초원의 야생화. 엉겅퀴도 보인다. 에델바이스(솜다리)도 있다. 말라붙은 것 같은데도 생명의 숨결이 느껴진다. 생명은 이렇게 질긴 것인가? 추운 지방의 야생화는 짧은 순간에 꽃피어 수정하고 열매를 맺어 퍼뜨리고는 긴 추위를 견디고 견딘다.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 “하늘에는 별도 많다 쾌지나칭칭나네” 민요를 읊조리며, 경주 첨성대를 떠올렸다.
테를지국립공원 안에 서낭당 ‘어워’와 ‘거북바위’가 있다. ‘어워는 샤머니즘으로 서낭당과 같은 돌무지이다, 오색 찬란한 천이 감겼다. 무병장수를 비는 큰 거북바위도 있다. 우리나라 민간 신앙과 많이 닮았다,
전통음식으로는 몽골식 만두인 ‘보오즈’, 소고기의 담백한 맛과 국물이 어우러진 ‘필’, 몽골의 유목민들이 귀한 손님이 왔을 때나 먹던 전통 요리 ‘허르헉’, 몽골식 슬픈고기 국물 ‘호쉬’ 등이 있다.
국립공원 들머리의 아리야발(Aryapala)사원은 부처님이 타고 다녔다는 코끼리를 형상화한 사원으로 ‘새벽 사원’이라고도 불린다. 108개의 계단이 코끼리의 코, 사원은 코끼리의 머리를 상징한다. 암벽에는 옴마니반메훔이 새겨져 있고, 관음보살의 상호는 시바 신을 닮았다.
징기스칸 부족은 완전 황무지의 유목민이다. 글도 모르는 야만인,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 악조건을 극복하고 777만㎢의 땅을 정복하여 무려 150년간이나 유지했다니 놀랄 일이다. 몽골에는 강(Gan)과 쪼드(Dzud)라는 두 재앙이 있는데, 강은 집중 가뭄이고, 쪼드는 가뭄 뒤의 강추위다.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것이 전쟁이고 약탈이며 이웃 부족의 정복이었다.
전쟁과 약탈을 가능케 한 수단이 말이다. 말의 빠른 속도로 대제국 건설에 성공했다. 울란바토르에 있는 명장(名將) 톤유쿠크의 비문에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하고,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는 살아남을 것이다”라 새겨져 있다. 공간이 아닌 시간 중심의 삶, 빠른 시간 중심의 삶이 몽골제국을 건설했다.
말(馬)이 가장 빠른 속도의 수단이었는데, 더 빠른 대포가 등장하게 되었다. 말이 대포의 빠름에 밀리고, 소리에 밀려 몽골은 무너진다. 빠른 속도와 큰 소리에 밀려 몽골 대제국이 역사의 뒤안길을 걷게 된 것이다.
초고속으로 AI시대가 밀려오고 있다. 아니, AI시대의 문이 활짝 열렸다. 광속(光速)으로 그 문을 통과해야 한다. 속도에 밀리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몽골제국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우왕좌왕할 겨를이 없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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