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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패를 업고 가랴, 교활에 안겨 가랴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4년 12월 26일(목)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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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서병진 전 경주여고 교장 | | ⓒ 경북연합일보 | | 어느 세상이든 어수룩한 구석, 어수룩한 사람이 있다. 상대적으로 약은 사람도 있고, 교활한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어수룩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약지 않고 순진하고 넉넉하다’이지만 어설프다, 허술하다는 의미다. 모(某) 신문 문화체육부 부장이 최근 대통령 탄핵 문제와 관련된 칼럼에 대통령을 어리숙한 사람으로 표현하고 있다. ‘현명하지는 않아도 순진한 면이 있다’가 아니라 ‘어설프다, 허술하다’의 뜻으로 쓴 것 같다. 한마디로 모자라는 행위를 했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탄핵을 몰아붙이는 쪽은 약거나 교활한 사람들인가? 그냥 혼자서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어쨌든 중구난방 혼돈의 창세기 편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 ‘국민의힘’ 호는 산으로 가는지 골짝으로 가는지 도통 알 수 없다. 어리숙함의 말로인지, 등신(等神), 꼴통들의 허우적거림인지 몰라도 이건 아니다 싶다. 아둔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 등신이다. 코미디는 조금 모자라야 웃음을 자아낸다. 너무 모자라면 기가 막혀버린다. 『산해경(山海經)』에 상상의 동물로 낭(狼)과 패(狽)와 교(狡)와 활(猾)이란 짐승이 등장한다. 낭(狼)이란 짐승과 패(狽)라는 짐승이 어우러져 낭패(狼狽가 되었고, 교(狡)란 짐승과 활(猾)이란 짐승이 어우러져 교활(狡猾)이 되었다. 낭패(狼狽)는 공생의 동물이다. 낭(狼)은 뒷다리가 아주 짧거나 없고, 패(狽)는 앞다리가 없거나 짧다. 독립해서 살 수 없으니 서로 허리에서 결합하여 공생할 수밖에 없다. 낭과 패는 서로 마음을 맞추어 함께 행동해야 제구실을 할 수 있다. 낭(狼)의 앞다리와 패(狽)의 뒷다리가 균형을 맞추어야 움직일 수 있다. 그런데 낭(狼)이란 짐승은 꾀가 부족한 대신 용맹하고, 패(狽)라는 짐승은 꾀는 있어도 겁쟁이다. 낭의 용맹과 패의 꾀를 합쳐야 먹고 살 수 있다. 다투기라도 하여 호흡이 맞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 그야말로 낭패다. 지금 여당이 엇박자로 딱 ‘낭패 형국’이다. 교활(狡猾)이란 동물도 중국의 기서 산해경(山海經)』에 등장한다. 교(狡)라는 놈이 나타나면 그해에 대풍(大豊)이 든다고 하는데, 워낙 간사하여 나올 듯 말 듯 사람의 피를 말린다. 나쁜 놈이다. 교(狡)의 친구로 활(猾)이라는 놈은 교보다 더 간악하다. 이놈 활(猾)이 나타나면 온 천하가 대란(大亂)에 빠진다. 이처럼 간악하기로 유명한 동물이 마음이 맞아 늘 붙어 다녀 교활(狡猾)이라 한다. 교활은 호랑이를 만나서 위험하면 몸을 벌레 ‘쥐며느리’처럼 동그랗게 뭉치고 굴러서 스스로 호랑이 입속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호랑이의 내장을 물어뜯는다. 호랑이가 아파서 뒹굴다가 죽으면 그제야 유유히 나와 미소를 짓는다. 바로 ‘교활의 미소’다. 얄밉지만 생존 경쟁력이 놀랍다. 유예(猶豫)라는 말이 있다. 유(猶)는 오히려 유/ 원숭이 유, 豫는 미리 예(予(나여) + 象(코끼리 상))로 이루어져 있는데, 뭐든지 의심이 많아 조심조심하는 원숭이와 매사에 머뭇거리는 코끼리의 습성에 빗대어 생긴 말이다. 유예(猶豫)는 실행하는 데 날짜나 시간을 미루거나 늦춤. 또는 일을 결정하는 데 날짜와 기간을 미룸이다. 세상 정황이 이리도 닮을 수가? 낭패의 엇박자로 쓰러진 호랑이 창자를 들쑤시다가 미소를 흘리며 나오는 교활(狡猾). ‘낭패의 엇박자와 교활의 미소’라는 그림 위에 미룸의 유예(猶豫)가 덧칠된 그림이다. 어쩔거나. 낭패를 업고 가랴, 교활에 안겨 가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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