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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탄핵사태’를 되돌아보며(2)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4년 12월 22일(일) 19:17
201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가 51.55%를 득표해 민주화 이래 최초로 과반 득표에 성공하며 대한민국의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첫 여성 대통령이자 첫 부녀(父女) 대통령’이라는 화려한 타이틀로 청와대에 입성했지만, 훗날 소위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탄핵당한 첫 대통령’이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재판관 8대 0)에 따라 박근혜는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을 완전히 상실했다.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쫓겨난 첫 대통령이 되고 만 것이다.
박 대통령이 탄핵당한 지 7년여가 흐른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느닷없는 비상계엄령 선포로 인한 ‘탄핵사태’로 정국이 요동치고 국민은 배신감과 충격에 빠져 있다.
윤 대통령이 ‘방탄 입법과 탄핵을 남발하며 폭주하는 거대 여당에 대한 경고용이었니, 선관위의 부정 선거 의혹 때문이었니, 구국의 충정에 의한 불가피한 통치행위였니’라고 강변하며 아무리 정당화하더라도 국회의원과 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대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고, 국민에게 불안과 공포를 안긴 행위는 어떤 식으로든 합당한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위법·월권 혐의’로 인해 탄핵정국이 촉발됐는데 최근 흐름을 보면, 야권이나 이에 동조하는 시민·사회세력도 마찬가지로 위법과 월권을 일삼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내란 혐의 수사든 탄핵 심판이든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대로 진행해야 함에도 ‘구속하라, 즉각 체포하라, 퇴진하라, 하야하라, 즉각 탄핵하라, 조기 심판하라!’ 등의 갖은 겁박과 압박을 일삼고, 심지어 대통령 권한대행한테도 탄핵을 경고하며 ‘헌재 재판관 임명하라, 거부권 행사 말라!’고 협박하고 있다.
가관인 것은 벌써 집권당 놀음에다 대통령 놀이까지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재명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아 최종심에서 형이 확정되면 대선 출마도 못 하게 되는 범죄자가 될 처지이면서도 마치 대통령이나 된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
피차일반이고 ‘도찐개찐’ 아닌가.
지금 거대 야당의 행태를 보면, 박 대통령 탄핵사태 때와 데자뷔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른바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 의혹’을 빌미로 정권을 탈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아 민주·진보세력을 표방하는 시민단체를 끌어들인 야당연합의 타깃이 순식간에 최순실에서 박 대통령으로 옮겨 갔다. 야당연합과 일부 언론들은 유언비어를 양산하고 가짜뉴스를 퍼 나르며 박 대통령을 ‘천하의 몹쓸 년’으로 몰아붙였다.
‘증삼살인’처럼 혼자서 아무리 진실하더라도 여론이 그렇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그 사람은 여론의 사냥감이 되어 버린다. ‘역사상의 마녀사냥’과 마찬가지다.
다수가 믿으면 거짓도 참이 되게 마련이고, 반복해서 듣다 보면 자연스레 믿게 돼 거짓도 참이 되는 세상이다.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들도 인간 박근혜는 동정의 여지가 있지만, 대통령 박근혜는 용서할 수가 없었다.
난무하는 유언비어들이 설령 사실이 아니더라도 대통령이 이런 추문에 휘말린 그 무능함과 어리석음을 지지층은 개탄했다.
거창하게 형이상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삶이란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의 연속이고, 정치는 ‘我와 非我의, 즉 내 편과 저쪽 편과의 헤게모니 투쟁’이다.
다시 말해, 어느 쪽이 권력을 잡느냐의 싸움이므로 어떡하든 정권을 지키려는 여권도,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일부 여당 의원도, 윤 대통령을 탄핵해 정권을 탈취하려는 야권과 이에 편성하는 시민·사회세력도 모두 나름의 정당성과 불가피성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필자는 어느 쪽을, 누구를 탓하고 비난하기보다 박 대통령 탄핵사태 당시의 일련의 사건·상황들을 되짚어 보고 독자들이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윤 대통령의 탄핵정국에 대해 나름의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경제가 만병통치약이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위의 말은 모든 나라, 모든 대통령에게 해당한다. 평론가나 칼럼니스트들이 자주 인용하는 문구이다. 대통령이 실정(失政)을 해도, 잘못을 저질러도 경제가 잘 돌아가고 먹고살 만하면 국민은 웬만하면 넘어가 준다.
따지고 보면, 박 대통령으로서는 어릴 적 청와대 공주였던 시절의 아픈 상처와 그 트라우마에 짓눌러 최태민 부녀에게 이리저리 휘둘린 것 말고는 탄핵까지 갈 만큼 엄청난 죄를 지은 것도 아니었다.
역대 여러 대통령이 정치자금을 거둬들였듯이 박 대통령도 비슷한 행태를 저질렀는데 최순실의 재단 자금 모금에 이용당했고, 정작 본인은 해먹은 게 없었다.
‘안 되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운 없게 나라 경제가 엉망이니 서민층과 관망층이 등을 돌린 것이다. 예로부터 먹고사는 문제만 걱정 없으면 왕의 어지간한 허물은 덮어주는 법.
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경제 최대 뇌관, ‘1,220조 원’ 가계 빚 어쩌나/ 국가채무 ‘빨간불’/ 한국 복지 지출 ‘OECD 꼴찌’/ 가계소득·소비 모두 정체…빈부격차만 더 커졌다.> 이러한 타이틀의 기사들이 빈번히 신문 지면을 장식했다. 이것이 박 대통령 탄핵의 결정적인 사유였다.
반면에 ‘12·12 군사 반란’으로 군부를 장악하고 ‘5·17 쿠데타’를 일으키고 ‘5·18 광주민중항쟁’ 때 무고한 시민에게 총을 겨누고도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희한한 제도에 단일후보로 나서 제11대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이어서 대통령선거인단의 간접선거로 제12대 대통령이 된 전두환은 ‘3저’라는 땡을 잡아 ‘단군 이래 가장 호황’을 누린 덕에 정권 유지가 가능했다.
그가 국민의 민주화를 위한 끊임없는 저항에 부닥쳤으나, 강권으로 이를 억누르며 9년간이나 정권을 지탱할 수 있었던, 그리고 친구이자 군부 쿠데타의 같은 주역인 노태우에게 정권을 무사히(?) 물려줄 수 있었던 이유 중 가장 컸던 게 바로 ‘경제가 잘 나갔기’ 때문이었다.
요컨대, 전 대통령은 ‘억세게’ 운이 좋았다. ‘3저 호황’(저달러·저유가·저금리의 이른바 ‘3저 현상’에 의해 1986~89년에 걸쳐 우리 경제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던 것을 일컫는 말)이라는 횡재로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는 바람에 정권 유지와 정권의 무난한 이양이 가능했다. 서민층과 중도층과 무당파는 정권 향배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에는 이기적이다. 특히 호황일 때 많은 국민이 ‘중산층’에 편입되면서 중산층의 보수성이 한층 강화된다.
이와 달리 박 대통령 시절, 지지리도 경제가 잘 풀리지 않았다.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가속됐고, 양극화 심화로 저소득층이 증가하고 청년 실업률도 증가했다. 노인층의 상대적 빈곤율도 증가했다.
‘친재벌 반노동’ 정책에 서민층과 저소득층의 불만이 쌓였다. 2013년 기준 빈곤층 하위 10% 대비 부유층 상위 10%의 평균소득은 10.1배로 OECD 평균보다 높았다는 통계 수치가 말해주듯 소득 불평등이 심각했고, 복지수준도 열악했다. 무엇보다 초이노믹스 실패로 국가경쟁력이 하락하고, 사상 최초 ‘40대 가구 소득의 감소’라는 악재를 만났다.
이처럼 가뜩이나 경기가 나빠 먹고살기 힘들어 박근혜 정부에 불만이 쌓여있는데 민간인에 불과한 일개 여인에게 국정을 농락당했다는 것에 서민층은 물론이고, 중산층에서 하위층으로 추락한 계층의 분노에 불을 질렀다.
특히 사이비종교의 딸이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가 돼 국가 경제를 좌지우지했다는 선동에 국민은 더욱 울화가 치밀었다.
여기에 정권을 빼앗으려는 야당연합이 선동과 유도에 앞장서니 자연스레 국민은 ‘대통령 퇴진과 탄핵 분위기’에 휩쓸렸고 점차 동조하기에 이르렀다.
요약하자면, 박 대통령의 탄핵이 가능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중산층을 비롯한 민심이 박 대통령에게서 돌아섰고, 중도층과 무당파가 진보층의 탄핵 주도를 방관하고 묵인했기 때문이다. 경제가 잘 돌아가고, 경기가 좋았다면 탄핵까지는 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결국 중산층의 팽배했던 위기의식이 박 대통령의 탄핵을 방조한 셈이다.
윤 대통령 탄핵정국인 작금의 경제 상황도 그다지 좋지 않다. 여러 악재가 겹치고 있다.
한국경제는 <높은 가계부채, 낮은 생산성,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소비 여력의 감소 우려, 중국 경제 둔화와 ‘2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의 통상 압박에 따른 수출 위축 가능성> 등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금언(金言)처럼, 모든 게 ‘경제’로 귀결되는데 과연 윤 대통령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眞率居士(진솔거사)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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