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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탄핵 사태’를 되돌아보며(1)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4년 12월 18일(수) 20:07
독립운동가이자 역사학자인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란 무엇인가? 인류 사회의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 시간으로 발전하고 공간으로 확대되는 심적(心的) 활동 상태의 기록이니, 세계사라 하면 세계 인류가 그렇게 되어온 상태의 기록이요, 조선사라 하면 조선 민족이 이렇게 되어온 상태의 기록이다.”라고 설파했다.
철학적으로 봐도 그렇다. 삶이란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의 연속이다. 좁게는 나와 타인과의 투쟁, 범위를 넓히면 나와 가족과의, 나와 사회와의, 우리 편과 딴 편과의, 내가 속한 지역과 타지역과의, 우리 진영과 타 진영과의, 우리나라와 타 국가와의, 지구와 우주와의 투쟁인 것이다.
그렇다고 보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으로 촉발된 탄핵정국에서 여야 간에 수세에 몰려 방어에 급급하면서도 정권을 지키려고 발버둥치는 여권 진영과 정권 탈취의 절호의 기회를 맞아 국민 여론과 시민·사회단체 세력을 등에 업고 공세를 넘어 위법과 월권을 남발하는 야권 진영 어느 쪽도 비난할 수 없다. 삶이란 ‘살기 위한, 아니 살아남기 위한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최종심 선고 시기와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 시기를 둘러싸고 여야간에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헌법재판관 임명 놓고도 대치하며 조기 대선 시기를 놓고 결사적으로 암투를 벌이고, 필사적으로 투쟁하고 있다. 이 또한 ‘我와 非我 즉 타자(他者)과의 투쟁’ 아닌가. 정치학적으로 보면, ‘我와 非我의 헤게모니 투쟁’이므로 어느 쪽도 비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 탄핵사태’ 때의 상황을 돌이켜보면 국민이 이제는 분노와 실망, 배신감의 감정을 내려놓고 차분하게 이성을 되찾아 현명한 판단과 선택을 해야 할 때임을 알 수 있다. 그 당시 야당연합이 얼마나 비열했나, 아니냐의 판단은 오롯이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둔다. 필자는 당시에 일어났던 일들과 사건들을 가능한 한 객관적·비판적 시각으로 나열할 뿐이다.
대한민국의 제18대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 2012년 12월 19일에 치른 선거에서 기호 1번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가 51.55%를 득표해 민주화 이래 최초로 과반 득표에 성공하며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첫 여성 대통령이자 첫 부녀(父女) 대통령’이라는 화려한 타이틀로 청와대에 입성했지만, 훗날 소위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탄핵당한 첫 대통령’이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쫓겨난 첫 대통령이 되고 만 것이다.
소득 양극화 심화로 서민층과 빈곤층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는 와중에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이 박근혜 정부의 핵심 사업인 창조경제와 문화 융성 사업에 개입하고 평창올림픽까지 좌지우지하며 사리사욕을 채웠다는, 이른바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 의혹’이 터지자, 서민들이 먼저 공분했다. 국민의 인내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정권 탈취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맞은 민주진보세력을 포함한 야당연합의 타깃이 순식간에 최순실에서 박 대통령으로 옮겨 갔다.
야당연합은 한술 더 떠 박 대통령을 ‘천하의 몹쓸 년’으로 몰아붙였다.
“누구랑 붙어먹었다느니 사생아가 누구라느니” 등등 차마 입에 담기도 역겹고 낯 뜨거운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했다. 야당성향의 언론들도 이에 가세했다. 출처도 없이 “모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라는 식으로 가짜뉴스를 퍼날랐다. 가히 ‘증삼살인’(‘증삼이 사람을 죽였다.’는 뜻으로, 사실이 아닌데도 사실이라고 말하는 자가 많으면 진실이 됨을 비유한 말.) 효과였다. 증삼살인처럼 혼자서 아무리 진실하더라도 여론이 그렇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그 사람은 여론의 사냥감이 되어 버린다. ‘역사상의 마녀사냥’과 마찬가지다. 다수가 믿으면 거짓도 참이 되게 마련이고, 반복해서 듣다 보면 자연스레 믿게 돼 거짓도 참이 되는 세상이다.
어느 시대든 군중은, 대중은 어리석다. 증삼살인이나 확증편향보다 더 무서운 게 있다. 바로 동조(同調)현상과 동화(同化)다. 선동자들과 어울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그들의 말이 진실로 여겨지고 행동이 옳다고 여겨져 시나브로 한편이 되고 만다. 무조건 동조해서 부화뇌동하게 되고 마침내 동화된다.
국민이 박 대통령을 외면하게 된 결정적인 것이 ‘세월호 7시간, 청와대 굿판’ 운운이었다. 이 가짜뉴스가 그럴듯하게 가공돼 유포되자, 국민 감성을 자극해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 그 당시 국민 정서상 ‘세월호…’란 말에도 가슴이 짠해지던 때였기에 ‘사이비종교 맹신이니, 굿판이니…’ 하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도 국민의 분노가 증폭됐다. 특정 의도로 가공된 거짓에 일부 언론이 이용됐고, 아니 은근슬쩍 이용당해 줬다.
미르재단 기금 모금 과정에서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기업들에 돈을 갈취(?)한 정황이 밝혀진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역대 대통령 대부분이 기업들로부터 정치자금을 알게 모르게 받아왔고, 박 대통령의 경우 자신이 챙긴 돈이 거의 없어 탄핵까지는 내몰리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국민 정서인 ‘괘씸죄!’에 걸려 옴짝달싹 못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들도 인간 박근혜는 동정의 여지가 있지만, 대통령 박근혜는 용서할 수가 없었다. 영혼을 저당 잡힌 채, 최 씨 부녀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그들의 허수아비가 됐고, 일국의 지도자가 최순실에게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며 농락당했다는 것에, 꼭두각시 노릇 했다는 것에 분노를 느낀 것이다. 설령 이 소문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대통령이 이런 추문에 휘말린 그 무능함과 어리석음을 지지층은 개탄했다. (계속)

-眞率居士(진솔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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