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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마시는 ‘플라스틱병 생수’의 역습(최종)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4년 11월 04일(월) 17:46
↑↑ 정현걸 논설실장
ⓒ 경북연합일보
“생수, 정수기 물 마시지 말고 차라리 수돗물 마시세요!”라고 말한다면 대부분 “웬 헛소리야!”라며 코웃음 칠 것이다. 하지만 이 충고는 헛소리가 아니라, 이제 우리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섬뜩한 경고’다. 왜냐하면 믿고 마시는 ‘플라스틱병 생수’의 역습 때문이다.
인류가 플라스틱의 편의성에 도취해 무분별한 남용으로 지구촌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인 지 꽤 됐지만, ‘플라스틱병 생수’가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앞으로 싫든 좋든 일회용 컵 대신 다회용 컵으로 일컬어지는 ‘텀블러(Tumbler)’에 음식을 담아 다녀야 하는 시대가 숙명적으로, 필연적으로 도래하게 될 게 분명하다.
몇 년 전부터 일회용품에서 검출되는 미세플라스틱·초미세플라스틱(나노플라스틱)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연구들이 계속 발표되었다. 2018년, 미국 뉴욕주립대 연구팀은 9개 국가의 생수 제품 중 93%에서 1ℓ당 평균 10.4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22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연구팀 발표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 22명 중 17명의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는데, 이 중 가장 많이 검출된 성분이 바로 생수·음료병에 주로 쓰이는 페트(PET)였다. 스티로폼 박스나 커피 리드에 많이 쓰이는 폴리스타이렌(PS), 포장용 랩에 주로 쓰이는 폴리에틸렌(PE)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노르웨이 과학기술대, 중국 난카이대 등이 참여한 국제연구팀 연구에 따르면, 노르웨이 생수 브랜드 4개의 페트병에 담긴 생수 1ml당 평균 1억 6,600만 개의 나노플라스틱이 들어 있었다. 지난 1월, 미국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월마트 판매 생수 제품 중 1ℓ당 11만∼37만 개의 플라스틱 입자가 포함돼 있었다. 이 중 90%는 지름 1㎛(마이크로미터·1,000분의 1㎜)보다 작은 나노플라스틱, 나머지는 지름 1㎚(나노미터)∼5㎜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이었다.
노수련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플라스틱 용기에서 배출되는 환경호르몬이 인체에 쌓이면 암, 성조숙증, 내분비계 및 호르몬 교란, 불임 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특히 포장과 배달에 쓰이는 저급한 플라스틱은 위험도가 더 높다.”라고 말했다.
나노플라스틱이 몸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크기가 작은 만큼 표면적이 넓어, 함께 붙어있던 가소제 성분을 더 많이 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 화학과 이광렬 교수는 “상대적으로 큰 미세플라스틱은 몸속으로 들어오기 전에 걸러지거나 배출될 가능성이 있지만, 나노플라스틱은 매우 작아 장기 어디든지 침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나노 플라스틱이 뇌 조직에 상처를 입히고 손과 발의 모세혈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미세플라스틱이 몸속 장기에서 이물질로 존재해 장기적으로 염증반응을 유발할 수 있으며, 플라스틱을 가공하며 사용되는 비스페놀A나 프탈레이트 등의 가소제 성분이 호르몬을 교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무튼 물을 마실 땐 생수병, 정수기 사용보다 수돗물을 마시는 게 좋다. “인간과 지구의 건강에 ‘생수가 수돗물보다 더 위험’하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생수 사용이 지구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생수병은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의 12%를 차지하며, 해양 오염 물질 중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재활용되는 플라스틱병은 9%다.
한 연구팀은 “시중에서 유통되는 생수병에 존재하는 나노플라스틱은 병 자체가 오염됐을 수도 있지만, 취수원의 오염이나 제품 포장 과정에서도 오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부터 일회용기나 생수병 대신 ‘텀블러 사용’을 일상화해야 한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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