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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마시는 ‘플라스틱병 생수’의 역습(1)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4년 10월 22일(화) 17:42
↑↑ 정현걸 논설실장
ⓒ 경북연합일보
20여 년 전이었다. 아내의 직장에서 근속 20년 직원에게 여행경비를 지원해 줘 우리 가족은 11박 12일의 유럽 여행을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유럽에서 그 당시로서는 한국인의 정서상 황당하게 느껴질 상황이 발생했다. 가이드가 관광버스 비치용 물값을 거뒀고, 식당에 가면 처음 제공해 준 물 외에 추가로 물을 주문 시 물값을 내야 한다고 안내했다.
어딜 가더라도 ‘물 인심’만큼은 최고인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유럽의 관습에 어리둥절했지만, “물까지 사 마셔야 한다니 유럽은 살 데가 못 되네!” 구시렁대면서도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물값을 내면서도 여행 내내 기분이 언짢았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도 서서히 ‘생수’를 사서 마시는 문화가 번지기 시작했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 때문인지, 200m 지하 암반수가 건강에 좋다는 꾀임(?) 때문인지, 몸에 조금이라도 더 좋은 물을 마시려는 웰빙 문화 때문인지 어쨌든 이제 생수 마시는 문화는 대세로 굳어져 어디 가도 생수병이 지천으로 놓여 있다.
그런데 매일 생수병의 물을 마시다가 ‘고혈압’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면 대부분 “웬, 헛소리!”라며 피식, 웃을 것이다. 그러나 매일 플라스틱병에 담긴 물을 마시는 습관이 고혈압의 원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최근 국제학술지 ‘마이크로플라스틱(Microplastics)’에는 오스트리아 다뉴브 사립대학교 의학과 연구팀의 실험 결과가 실렸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 8명에게 2주 동안 플라스틱·유리병에 담긴 물 대신 수돗물만 마시게 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의 이완기 혈압이 상당히 떨어졌고, 낮아진 혈압은 4주 후에도 유지됐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면 혈류 내 미세 플라스틱 입자 수가 감소해 잠재적으로 혈압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미세 플라스틱은 5㎜∼1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의 아주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뜻한다. 보통 자외선에 노출되거나 물리적 마찰 때문에 플라스틱이 분해되면서 생긴다. 여러 경로를 거치며 언제든 심장, 간, 혈관 등 우리 인체에 들어올 수 있다. 이때 남아 있는 미세 플라스틱이 고혈압을 유발하고, 심장질환의 발병 위험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광범위한 연구 끝에 플라스틱병에 담긴 음료는 피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미세 플라스틱이 사람을 비롯한 동물을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는 수년 전부터 나왔다. 2020년, 미국 연구에선 기증받은 시신서 채취한 폐·간·비장·콩팥 등 47개 기관 및 조직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나왔다. 2021년, 이탈리아 연구에선 6명의 출산부 중 4명의 태반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또 같은 해 미국 연구에선 신생아의 태변과 유아의 대변에서 PET 등 플라스틱 입자가 확인됐다. 2022년, 네덜란드 연구에선 사람 혈액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이처럼 플라스틱병에 담긴 물을 마시는 것이 건강을 해친다는 우려에 덧붙여 인간과 지구의 건강에 ‘생수가 수돗물보다 더 위험하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미국 뉴욕의과대 소속 앨버트 B. 로웬펠스 명예교수와 카타르 웨일코넬의대 아미트 아브라함 교수팀은 지난달 25일 영국의학저널 ‘세계 보건’ 논평에서 “인간과 지구의 건강을 위해 생수 사용을 시급히 재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계속)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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