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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의 일방통행식 무리수가 불러온 역풍 (1)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4년 09월 23일(월) 17:43
↑↑ 정현걸 논설실장
ⓒ 경북연합일보
8월 하순부터 9월 초까지 2주 정도 경주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왔던 ‘한수원 수출사업본부, 충북 청주 오송역 인근으로의 이전 계획’은 해프닝으로 끝나며 일단 무산됐다. 하지만 한수원이 약 24조 원에 달하는 체코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성과를 올린 기세를 몰아 ‘원전 수출 업무 효율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수출사업본부(직원 수 220여 명)를 통째로 정부 부처가 밀집된 세종시 인근으로 옮기려는 계획을 세우고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려던 무리수는 의외의 역풍을 불러왔다. 바로 ‘동경주권의 단결’이다.
10여 년 전, 최양식 경주시장이 ‘한수원 본사 도심 이전 재론’을 선언했을 때부터 이견을 보이며 사분오열돼 있던 동경주 3개 읍면이 이번 사태로 똘똘 뭉쳐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 당시 감포읍은 ‘협상 절대 불가’ 측과 ‘선 협상, 후 결정’ 측으로 팽팽하게 나뉘며 방관자적 입장이 되었고, 양남면은 협상파가 대세를 이뤘다. 문무대왕면은 소수의 ‘협상 수용’ 측을 제외하고, 대다수 주민이 ‘한수원 본사 장항리 사수’를 부르짖었다. 그 당시 문무대왕면 주민들은 외롭게 투쟁을 지속하며 끝내 한수원 본사를 지켜냈다.
‘한수원 수출사업본부의 세종시 이전설’이 언론에 보도되고 나서 경주시가 공식 반대를 표명하고, 한수원 본사 소재지인 문무대왕면을 위시해 경주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지고 논란이 확산하자, 한수원은 부랴부랴 지난 3일 “한수원이 수출사업본부의 근무지 이전을 추진한다는 기사는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라는 공식 설명자료를 냈다. 4일에는 산업자원부도 “한수원 본사의 일부를 여타 지역으로 이전한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해명자료를 냈다. 이렇게 한수원의 핵심 부서인 수출사업본부의 ‘충북 오송 이전설’은 일단락됐지만 그 후폭풍이 동경주에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지난달 중순 ‘경주시 의정포럼회’란 단체가 ‘한수원 본사 도심권 이전’을 찬성하는 3만 명이 서명한 서명지를 한수원 본사에 전달하려고 시도할 때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무심했던 감포읍과 양남면이 이번에는 태도가 달라졌다. 며칠 새 한수원 본사 정문 근처의 담벼락에는 동경주 3개 읍면의 여러 단체가 경쟁하듯 한수원과 황주호 사장을 비난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처음에는 오송으로 바람 잡고 경주로 이전하려는 꼼수를 당장 철회하라! (문무대왕면 남·여 의용소방대)/ 찔러보고 간 보는 아니면 말고 식의 기업 운영하는 한수원은 각성하라! (감포읍체육회, 새마을지도자 양남면협의회, 문무대왕면 새마을지도자) / 믿었던 지역기업 한수원! 이제는 더 이상 믿지 못한다. 황주호 사장의 사과 없이 더 이상의 상생은 없다! (감포읍발전협의회, 양남면 발전협의회)/ 지역민과의 신뢰를 무너뜨린 한수원. 무너지는 K-원전! 무너지는 황주호 (양남면노인회, 감포읍 주민자치회, 문무대왕면 새마을부녀회)/ 말로 하는 상생 위선적인 한수원은 대오 각성하라! (감포읍 남·여 새마을협의회, 성균관 유도회 양남지회, 문무대왕면 체육회) / 체코 원전 수주 공(功)이 1이면 지역민 우롱한 과(過)는 10000이다. 황주호 사장은 공식 사과하라! (감포읍 이장협의회, 양남면 이장협의회) ……’
방관하다가는 ‘공멸’이라는 위기의식을 느낀 걸까. 동경주 3개 읍면이 힘을 합치기 시작한 것이다. 한수원이 온갖 명분을 내세워 알짜배기 부처를 다른 데로 옮기며 직원들을 야금야금 빼내 가게 되면, 나중에는 정말 빈껍데기만 남게 돼 설령 ‘한수원 본사의 시내권 이전 협상’이 이뤄지더라도 건질 게 없다는 판단이 섰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윤석열 정부를 등에 업은 한수원의 오만방자한 횡포(?)에 반감을 품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번 사태로 인해 동경주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원전 부활이 본격화되고 있는 와중에 불거진 이 소동은 한수원과 월성원자력본부의 거침없던 행보에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계속)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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