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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아미타불 된 ‘고준위특별법’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4년 03월 12일(화) 19:34
총선을 50여 일 앞두고 문을 연 2월 국회는 선거 전 사실상 마지막 임시국회여서 원전지역 주민들과 원자력 산업계·학계·연구기관 등에서 여야 간의 견해차로 계속 보류 중인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고준위특별법)이 자동 폐기될 것을 우려해 2월 23일에는 국회에서 ‘고준위특별법 제정 촉구 범국민대회’까지 개최하며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간절히 바랐다. 경주지역에서도 220여 명의 주민들이 상경해 범국민대회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마지막 날인 2월 29일 특별법 제정은 끝내 무산됐다. 이제 고준위특별법은 국회 본회의는커녕,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자동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제21대 국회의 임기는 오는 5월 29일까지다. 이에 따라 고준위특별법은 사실상 4월 총선 이후로 법안 처리가 미뤄지면서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됐고, 5월 임시국회 처리 가능성도 매우 불투명해졌다.
정부와 여당, 원전 산업계는 고준위특별법이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본회의 통과까지는 아니더라도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이하 산업위) 전체 회의만이라도 통과하기를 기대하며 여론전과 여야 압박전 등 총력을 펼쳤다. 4월 총선이 종료되더라도 2월 국회에서 특별법이 산업위만 통과하면 사실상 제21대 국회의 ‘마지막 기회’인 5월 임시국회에서 본회의 상정 및 의결에 대한 가느다란 희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준위특별법이 끝내 국회 산업위에 계류된 채 2월 임시국회가 막을 내리면서, 5월 초 21대 국회의 마지막 회의 때까지 극적인 합의가 없는 한 통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졌다. 사실상 고준위특별법 제정은 물 건너갔다. 몇 년간의 노력이, 아니 십여 년간의 노력이 ‘도로 아미타불’이 된 셈이다.
고준위특별법은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돼 산업위 법안심사소위에 두 차례 올려졌지만, 여야가 핵심 쟁점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그동안 10여 차례 논의를 진행했지만, 상임위 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한 실정이다.
여야 모두 특별법안의 취지와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부지 내 저장시설 용량과 관리시설 목표 시점 등 세부 내용을 두고 여전히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고준위방폐장 수용 용량을 ‘원전 운영 기간 발생량’으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설계수명 기간 발생량’으로 하자며 대립하고 있다. 야당이 고준위특별법 처리에 소극적인 데는 자칫 원전 확대 정책에 힘을 실어 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이러한 쟁점에다 신규 원전 건설 문제까지 돌출돼 더욱 합의가 어려워졌다. 민주당은 현재 논의 중인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원전 건설이 반영되면 고준위특별법 처리는 어렵다는 의견을 이미 정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신규 원전 3∼4기 건설을 포함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고준위특별법에 대해 “부수적인 부분만 손보면 야당 입장에서 크게 반대할 법안은 아니다.”라며 여지를 남겼다.
남은 기간에 여야가 극적으로 핵심 쟁점에 합의하지 못하면, 상임위 벽에 막힌 고준위특별법은 5월 임시국회에서도 ‘마지막 불씨’를 살리지 못한 채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된다. 새 국회에서 법안 상정, 심의, 합의, 제정 등이 이뤄지려면 또 1∼2년이 흘러가게 된다.
고준위특별법은 국가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도, 미래세대의 안전을 위해서도 빨리 제정돼야 한다. 여야 간의 극적인 합의를 기대한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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