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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 게양대가 높아야 애국심이 높아진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3년 09월 18일(월)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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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정현걸 논설실장 | | ⓒ 경북연합일보 | | 신라의 삼국통일에 대한 시민들의 자긍심과 자부심이 대단한 천년고도 경주의 시의회 본회의에서 최근 7억 원이라는 거액의 ‘초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 예산안이 정상적인 찬반 토론도 없이, 표결도 없이 가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경주시가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으로 갑작스럽게 제출한 국기 게양대 설치 예산안에 대해 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 예산을 삭감 없이 원안대로 차례로 통과시켰고, 마침내 지난 14일 본회의에서 토론이라기보다는 ‘질의·답변’ 비슷한 논쟁만 벌이다가 의장이 이 예산안에 대해 ‘이의 유무’를 물었고,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만장일치로 ‘가결’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앞서 한 시민단체는 경주시의회에 관련 예산안의 의결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단체는 성명서에서 “도시 한복판, 그것도 유서 깊은 황성공원에 높이 56미터의 대형 시설물을 건설하는 문제는 도시 경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 대형태극기 게양대가 졸속으로 황성공원에 들어서면 국가 상징물이 시민들의 조롱거리와 민원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현재 경주시는 ‘황성공원 그랜드플랜’ 조성계획(안)을 마련 중인데 지난 6월 21일 주민설명회에서 발표된 조성계획(안)에는 대형태극기 게양대 설치가 없었다. 태극기 게양대 건설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황성공원 그랜드플랜’ 조성계획(안) 사업으로 최종 확정된 이후에 관련 예산안을 의결해야만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주민설명회 및 공청회 등을 거쳐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만 한다.……”고 제안했지만, 시의회는 이 요청을 무시하고 의결을 강행했다. 문제는 시의회의 전례 없는 의결 방식도 희한했고, 건물 22층에 해당하는 높이 56미터의 국기 게양대 설치 필요성에 대한 논리도 희한하다는 것이다. 경주시는 태극기 게양대 설치 목적에 대해 ‘호국정신의 중심도시로서 대형태극기를 통해 시민들의 애국심을 함양하고, 공원 조성으로 국위 선양과 함께 관광자원을 발굴하려는 것’이라고 했고, 게양대 높이는 신라 56왕을 표방해 56미터로 하고 가로 10미터, 세로 8미터 크기의 태극기를 게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무튼 졸속으로 느닷없이 편성된 이 추경예산안이 한 푼의 감액도 없이 일사천리로 통과되자, 경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일부 시의원들이 공천에 대한 보은으로 지역 국회의원에게 충성 경쟁을 하는 것 같다고 비아냥대고 있다. 실제로 본회의장에서 김동해 시의원이 “김석기 의원이 제안한 것이냐?”는 질문을 했고, 방청석의 한영태 전 시의원은 “오더 받았습니까?”라고 본회의장을 향해 소리치기도 했다. 필자는 거액의 예산을 들여 국기 게양대를 높인다고 애국심이 높아진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먹고 살기 힘든 서민들에게 되레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애국심은 저절로 우러나야 한다. 경주시의원들이 7억 원이라는 혈세를 서민을 위해 제대로 쓰면 저절로 애국심이 함양됨을 모르고 이런 사태를 야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산 활용과 국가관·애국심에 대한 시의원들의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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