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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기업 간 지재권 분쟁 정부가 수습해야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3년 05월 02일(화) 18:44
지난해 10월, 한수원과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 경쟁을 벌이던 웨스팅하우스가 돌연 미국 법원에 “한수원의 원전 ‘APR1400’이 자신들의 ‘시스템80플러스’를 기반으로 개발돼 자사의 동의 없이 해외에 수출할 수 없다”며 지식재산권 소송을 제기해 촉발된 한·미 기업 간 분쟁이 미국 에너지부가 사실상 웨스팅하우스를 옹호하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양국 정부 간의 갈등으로 번졌다. 한수원이 작년 12월, 체코 원전 사업 입찰과 관련해 정보를 제출했는데 미국 에너지부는 “미국법인 즉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수출 신청을 해야한다.”는 취지로 답변해 미국 정부가 한수원에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을 강요한 셈이 된 것이다.
미국에서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문제가 양국 간의 악재로 작용하자, 한·미 양국 간에, 양 사(社) 간에 물밑 협상을 통해 잠정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한수원이 원자력발전소 설계의 원천기술에 대한 웨스팅하우스의 지분을 일정 비율 인정해주는 대신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의 원전 수출을 지원한다는 큰 틀에서의 합의가 이루어졌고, 한·미 정상회담 전까지 세부적인 협상을 통해 최종 합의를 하고 소송을 마무리 짓는 수순을 밟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정상회담을 통해 전략적 안보 동맹으로서의 대북 확장억제가 획기적으로 강화된 ‘워싱턴 선언’을 이끌어내면서도 ‘지재권 분쟁’은 해결 못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한·미 정상회담 동안 이창양 산업자원부 장관이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과 ‘한·미 에너지장관 회담’을 열고 웨스팅하우스와 한수원이 진행 중인 특허소송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양국 정부가 협력하자고 제안한 게 전부였다.
잠정 합의안까지 도출하고서도 양국 간에, 양 기업 간에 서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 하다 보니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웨스팅하우스의 패트릭 프래그먼 최고경영자(CEO)가 폴란드 현지 언론에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한국 원전이 폴란드에 지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해 파문을 몰고 왔다.
4월 30일 폴란드 언론인 에너제티카24와 폴리시뉴스에 따르면, 프래그먼 CEO는 인터뷰에서 “한국이 추진하는 원전 사업은 폴란드에서 절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형 원전이) 미국의 수출 통제와 국제법을 위반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폴란드 같은 법치국가에서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기술 채택을 검토하는 건 상상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 10월 폴란드전력공사와 퐁트누프 지역에 원전 2∼4기를 짓기 위한 40조 원 규모의 협력의향서를 체결한 바 있는 한수원은 해당 인터뷰에 즉각 반발하며 폴란드 매체에 반박 자료를 보냈다. 한수원은 자료를 통해 “웨스팅하우스의 사전 동의 없이 APR1400을 폴란드에 수출할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폴란드에서 한수원의 원자력발전소 사업을 수행하는 데 장애물은 없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양 기업이 난타전을 벌이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서로 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져 신뢰가 무너지기 전에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 빨리 수습해야 한다. 자칫하면 또 다른 수주 경쟁국인 프랑스에 어부지리를 줄 수 있다.
프래그먼 CEO의 이번 인터뷰는 ‘APR1400’ 수출 시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으로부터 기술 사용료를 최대한 많이 받으려는 여론전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유리한 합의안을 이끌어내기 위한 작전일 가능성이 크므로 정부가 정무적으로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
지식재산권 분쟁이 길어지면 한수원이 폴란드의 2차 프로젝트와 체코, 사우디아라비아 등 모든 국가에 원전을 수출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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