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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교(禪佛敎)의 자유정신
정석준 법사, 수필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3년 03월 23일(목) 18:09
ⓒ 경북연합일보
서양의 지식인들과 진리 구도자들이 불교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지만, 특히 선불교에 대하여 관심이 깊은 것을 우리가 알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활짝 피어난 선불교 정신은 임제선사의 사자후라고 알려진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祖師)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는 극단적 표현 속에서 초탈(超脫)ㆍ초연(超然)하려는 무위진인(無位眞人)의 자유정신을 보게 되었다.
동서양의 우주적 종교들이 추구하는 구경의 목표는 인간자유혼의 회복이며, 인간해방이건만 종교는 동시에 교리와 의례 등 상징체계를 갖게 마련이어서, 위대한 세계적 종교일수록 전통을 우상화하는 자기모순의 역사를 반복해왔다.
기독교는 십계명을 암송하면서 계율로서 지키려고 노력하는 종교이다. 그런데 열 가지 계명 중 맨 앞부분의 세 가지 계명이 사실은 모두 ‘우상타파’ 정신을 강조하는 계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는 어리석게도 특정교리, 특정 교파, 특정종파, 특정 경전을 절대시하는 우상숭배를 범하고 있는 자기 모순적 종교단체가 되어 있다. 우상이란 무엇인가? 상대적인 것을 절대적인 것으로 섬기거나 주장하면서 거기에 인간의 궁극적 관심을 쏟아 붓고 거짓 안심입명(安心立命)을 누리려는 행위이다. 역사적 종교들은 역사적 종교를 탄생시킨 그 근원적 진리자리에로 되돌아가 자기를 부인할 때라야만, 상대적인 역사적 종교를 통해서나마 절대를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선불교(禪佛敎)가 기독교인에게 가르치는 위대한 정신은 한마디로 모든 종교들의 교학적 표현이나 의례적 상징들이 그것 자체로서 궁극적인 것이 아니고, 깨달음에 이르도록 하려는 ‘방편’에 불과하다고 통찰하는 점이다. 소위 교리적 문자들, 의례적 상징행위들, 가람건물이나 부처상들도 결국은 달을 보게 하려는 방편으로서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슬프게도 보이지 않는 더 큰 ‘기독교 교리 우상’에 사로잡힌 배타적이고도 공격적인 기독교인이, 상징물로서 모셔진 불전의 불상들을 ‘우상’ 깨트린다고 훼불사건을 일으키는 웃지 못 할 비극이 종종 발생한다.
그러므로, 다시 한 번 선불교가 말하려는 역설, 곧 종교의 교리나 의례마저도 ‘한 방편’임을 깨닫기 위해서는 우상에 사로잡혀 있는 자아를 조용히 성찰하는 ‘방편으로서의 명상수행’이 기독자에게 더욱 절실히 요구됨을 절감한다.
가톨릭 사제들과 수사들에겐 피정기간이 있고, 불자들에겐 하안거ㆍ동안거등 철저한 좌선 수행전통이 있는데, 개신교엔 그 점이 약하거나 전무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선불교는 기독교인에게 ‘방편’이 왜 필요한가를 알려주면서 궁극적으론 ‘방편’을 왜 돌파해야 하는가를 가르쳐주는 인류의 스승 붓다를 알려준다.
한국불교의 특징으로 거론되는 것이 교학(敎學)과 선수행(禪修行)이 항상 병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학의 중심사상을 화엄·천태·정토사상으로 하던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어느 불교종파에 소속하였던지 공통적으로 선수행을 병행하는 것을 불문율로 삼는다.
불교 큰 사찰의 가람배치에서도 예불처가 있고, 강원이 있고, 선방이 도량 안에 함께 있다. 학승이 선승이고, 위대한 선승은 곧 학승인 것이 불교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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