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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특별법’ 제정 앞두고 사분오열된 경주
정현걸 본지 논설실장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3년 03월 06일(월) 19:37
ⓒ 경북연합일보
윤석열 정부의 원전 진흥정책으로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포화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1∼2년 더 앞당겨진다는 분석 결과가 나온 가운데, 작년 12월부터 속도를 내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영구 관리시설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하 고준위특별법)의 국회 법안심의가 최근 들어 야당의 지연 전략에 가로막혀 주춤하고 있다. 김성환 의원, 김영식 의원, 이인선 의원이 각각 발의한 3개의 특별법안을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지난달 20일 병합 심의할 계획이었는데 논의 순서가 최후 순위로 밀리는 바람에 산회 시간까지 논의조차 못 하고 결국 3월로 심의가 미뤄지게 됐다.
지난 1월에 개최된 공청회를 통해 여·야·정 간 이견이 상당 부분 조율된 터라 본격적인 법안 심사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심의가 또 무산되고 만 것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제2차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의결한 후, 국회의원들이 고준위특별법안을 발의할 때마다 원전 부지 내의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 운영이 독소조항으로 ‘임시저장시설이 결국에는 영구처분장이 될 게 뻔하다’며 이 조항의 명문화를 경주지역은 한목소리로 반대해왔고, 다른 원전 소재 지역도, 환경단체도 강력하게 반발해 왔는데 경주지역이 고준위특별법 제정을 앞두고 중구난방(衆口難防)이 돼 경주시민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경주시의 원자력 관련 자문기구인 ‘경주시원전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원전범대위)가 지난달 20일 경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주의 여러 시민·사회단체인 대한노인회경주지회, (사)경주발전협의회, (사)환경운동실천협의회, 경주시청년연합회, 고준위핵폐기물공동대응위원회, 양남발전협의회, 감포발전협의회, 문무대왕발전협의회 등이 연명해 발표한 성명이 발단이었다. 핵심 내용은 ‘중·저준위방폐장특별법 18조를 무시하는 부지 내 저장시설 운영은 절대 불가하다.’와 ‘고준위핵폐기물 2016년 미반출에 따른 사과와 함께 대안을 제시하라.’이다. 범대위는 조만간 산업자원부를 방문해 요구사항이 담긴 성명서를 전달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불과 이틀 만에 경주시장이 원전범대위의 성명 내용을 부정해 파문을 몰고 왔다. 2월 22일 열린 ‘월성원전·방폐장민간환경감시위원회’ 정기회의서 주낙영 시장은 ‘고준위특별법의 조기 제정을 강력히 촉구’하면서 범대위가 ‘부지 내 저장시설 운영은 방폐장특별법 18조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것으로 이 독소조항을 무조건 삭제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 “영구처분시설이 마련되기 전까지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무시하는 것으로, 무조건 2016년 반출 약속을 이행하라는 주장 역시 현실성과 타당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원전범대위와 경주시가 이견을 노출하자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은 <주낙영 시장의 ‘부지 내 저장시설’ 수용 망언을 규탄한다>는 보도자료를 통해 “부지 내 저장시설을 적극 수용하면서 특별법 제정에 앞장서는 것은 경주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문제는 경주지역 정치권이다. 같은 원전 소재 지역인 부산과 울산의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고,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의 선두 주자인 김기현 의원조차도 “당 대표가 되면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경주시의회도 지역 국회의원도 이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다. 게다가 경주시의회는 원전범대위의 성명서에 연명도 하지 않았다. 경주시민 대다수의 민의(民意)는 도대체 무엇인가.
고준위특별법 제정을 앞두고 ‘원자력산업의 희생양’ 노릇만 해온 경주가 똘똘 뭉쳐 지역의 요구사항을 관철해야 하는데 이렇게 사분오열돼 정말 답답하다. 지역 국회의원과 경주시의회의 행보가 자못 궁금하다. 아무튼 경주지역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분열과 반목은 공멸이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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