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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방폐물 법안’ 인기영합에 휘둘리면 안 된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3년 01월 31일(화)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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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가 급한 ‘고준위방폐물 특별법안’이 또다시 표류할 조짐이다. 아니 사공이 너무 많아 배가 가라앉을 것 같다. 고준위방폐장 건설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최대 국정과제이다. 두세 번의 공론화를 거쳐 박근혜 정부 때 ‘제1차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했으나 심의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기약도 없이 보류돼 결과적으로 폐기 수순을 밟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서 재논의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가까스로 정부가 2021년 말 ‘제2차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마련했지만 원전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이 주민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작년에는 ‘고준위 방폐물 처리 로드맵’ 구성에 완료하는 등 고준위방폐장 건설에 힘을 실었지만, 정작 국회에선 관련 법 논의가 계속 미뤄져 왔다. 이대로 가면 고준위방폐장 건설이 미뤄지고 최악의 경우 원전 가동정지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당장 연구·개발 이행은 가능하지만, 정부로선 부지 선정 등을 논의하기 위해 법안 통과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자, 작년 12월에 고준위방폐장 건설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국회 논의가 본격화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한 3개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및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에 대한 심사를 시작했지만 여야 간, 지역 간, 시민단체 간 입장 차가 팽팽해 합의가 계속 미뤄져 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지난달 26일 특별법 관련 공청회를 여는 등 법안 처리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지역 반발도 커졌다. 이런 와중에 여당의 유력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지난달27일 부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특별법에 대해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영구화될 수도 있는데 이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당 대표가 되면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을 막을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김 의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 수용성’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기현 의원의 발언 배경을 추측하자면, 법안은 포화상태인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에 보관할 수 있게 하는 내용으로, 해당 지역주민들은 사실상 영구저장시설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반발하고 있어서이다. 윤석열 정부의 ‘원전 강국’ 기조에 따라 여권이 특별법 처리에 속도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친윤석열계 핵심인 김 의원이 주민 의견수렴을 강조하며 제동을 건 셈이다. 김 의원의 발언은 부산 여당 의원들의 행보와도 대비돼 그 의도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부산 여당 의원들은 지역민들의 안전이 걸린 사안임에도 정부 방침과 현실론을 이유로 그동안 이 사안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현재까지 표면으로 드러난 국회의원들의 입장은 크게 갈린다. 여야 간에도 입장이 다르지만, 여권 내에서도 입장이 다르다.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하자, 원전 내 고준위핵폐기물의 임시저장을 금지하자, 사용후핵연료를 원전이 없는 지역에 인구 수에 비례에 나눠 보관하자는 등등 중구난방이다. 국가 에너지 안보의 미래가 달린 중차대한 ‘고준위방폐물 특별법’ 제정은 당리당략에 좌우돼서도 안 되고, 국회의원들의 자신의 지역구 주민에 대한 인기영합주의에 매몰돼서도 안 된다. 안전성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국민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법안을 도출해야 한다. 고준위방폐장 건설이 늦어진 이유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논의할 내용이 방대해 사회적 공론화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분위기에 영합하려는 졸속 법안은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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