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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 ⑦
정석준 법사, 수필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3년 01월 19일(목) 18:59
ⓒ 경북연합일보
“그러나 이것은 ‘도덕적 악’은 설명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인간의 행위의 결과로 생기지 않은, 지진·홍수 등과 같은 ‘물리적 악’은 설명하지 못한다. 이 세상에 어떤 형태로든 악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한, 신의 본질과 악의 존재를 양립시키지 못하면 신의 존재 자체가 부정될 수밖에 없지 않는가?”
“성경은 하나님의 존재를 이론적인 유추에 의해 증명하지 않고 곧바로 하나님의 존재를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지. 따라서 믿는 자에게 있어서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가장 완전한 증명이 되고 있지. 나도 그 증명의 한사람이고….”
“그 말은 믿지 않는 자에게 있어서 성경은 하나님의 존재를 부정하는 가장 좋은 증거가 되지 않은가?” 
친구는 답변을 회피하고 말머리를 돌렸다.
“친구가 뭐라고 해도 세계 선진국은 대부분 기독교 국가이고, 인류 역사를 이끈 것은 기독교 문명이 아닌가?”
“역사적으로 볼 때, 중세 유럽은 기독교가 지배하던 신본주의 사회였다. 중세 천년을 ‘문화의 암흑기’라고 하는데, 중세 때에는 성경에 배치되는 여하한 사상이나 학문이 용납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화가 발전할 수가 없었지. 중세 때 기독교리에 반하는 여하한 사상이나 자연과학을 주장하면 가차 없이 종교재판에 회부하여 처형하였는데, 16세기에만 십자가에 매달아 분형(焚刑)에 처한 사람이 30,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러한 중세사회가 무너진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십자군 원정의 실패가 그 단초를 제공하였다. 11세기 후반 로마교황 우르반 2세는 셀주크 투르크의 지배하에 있던 성지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하여 십자군전쟁을 일으켰지. 당시 유럽의 수많은 군중과 기사들은 저마다 성지 회복을 위하여 가슴에 붉은 †자 표지를 달고 예루살렘을 향하여 떠났던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십자군원정은 그 후 13세기 후반까지 약 200년 동안 계속되었는데, 이 전쟁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십자군 전쟁의 실패는 단순히 전쟁의 실패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와 함께 로마교황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봉건지주 계급이 몰락하였으며,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이 일어나는 등 사회 전반적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지. 르네상스 이후 자연에 대한 새로운 태도와 종교나 신학적 권위로부터 해방된 자유로운 탐구정신은 새로운 사상과 학문 ․ 과학을 낳아 인류역사는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서양이 세계 선진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기독교 문명 때문이 아니라 기독교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났기 때문에-신으로부터 인간을 되찾았기 때문에-비로소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20세기에 들어와 물질과 정신을 완전히 별개의 것으로 보는 물심이원론(物心二元論)에서 비롯된 근·현대 과학의 주류는 출발부터 그 한계를 가짐으로써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되었지. 대석학 막스 베버, 천재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서구 지성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새 천년 인류문명의 대안으로 불교를 주목하기 시작했지. 양자역학·대뇌생리학·심층심리학 등 깊은 수준의 과학세계에서는 물질과 정신은 구별할 수 없음이 밝혀지고 있다. 인식론이 과학이나 철학의 분야로 독립해 온 기독교 문명과는 달리 불교는 모든 인식론적 가능성을 수용, 철학이나 과학과 전혀 대립할 필요가 없는 사상이다. 과학의 성과가 인류의 보편적 자산이 되어가고 있는 미래에는 우주와 인간 정신세계가 과학에 의해 실증되는 시대가 오고 있고, 이런 시대에 불교는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계속)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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