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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원자력연구원장의 도발적 발언’으로 본 경주의 미래
정현걸 본지 논설실장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3년 01월 02일(월) 19:11
ⓒ 경북연합일보
지난 연말에는 원자력 허브 도시인 경주지역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소식들이 잇달아 터져 나왔다.
문무대왕과학연구소(이하 연구소)의 본원이자,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 ‘혁신형 SMR(i-SMR)’ 기술개발 등 원자력 분야 경쟁력 강화에 선도적 역할을 하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연구원)의 원장에 주한규 교수가 선임됐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주도적으로 비판해 온 인물로,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원자력·에너지정책분과장으로 활동한 바 있어 신구 정권 간의 복원전 대 탈원전의 대치 전선에 복병으로 등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시동을 걸었고,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채택한 ‘i-SMR 연구개발’ 사업이 좌초 위기를 딛고 항해를 계속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부가 올해 예산안에 편성한 i-SMR 사업지원 예산 70억 원을 전액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여야 간의 조율 끝에 가까스로 31억 원이 편성된 것이다.
과학기술부와 연구원은 기존에 개발한 SMART(중소형 모듈원자로) 기술을 기반으로 i-SMR 연구개발 계획을 세웠고, 정부는 총 4,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아무튼 주한규 신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호(?)를 등에 업고 원자력 정책 추진의 일약 실세로 떠올랐다.
그래서인지 취임 일주일 만에 초고속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존의 연구원장들이 감히 할 수 없었던 발언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필자는 역대 원장들을 더러 만나봤지만, 정부 산하 연구 기관으로 정부나 국회의 눈치를 봐야 할 연구원장이 이렇게 기세등등한 적이 없어 당혹스럽기도 하고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원자력 산업의 희생양’ 역할만 해온 경주시민들의 양해도 구하지 않고 경주의 미래에 영향을 줄 계획들을 마구 쏟아내니 불쾌하기도 했다. 좋게 말하면 소신 있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것이다.
간담회 때의 발언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주 원장은 “교과서를 보면 탈핵이나 원자력에 대한 좋지 않은 면이 부각돼 있다”며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 잡음으로써 원자력에 대한 국민 인식을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는데 실현 방안으로 연구원 내 미래전략본부를 가칭 ‘국가원자력전략본부’로 개편해 국민의 원자력 수용성 강화를 위한 활동과 정책발굴에 나설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현재 경주시 감포읍에 조성 중인 ‘문무대왕과학연구소’를 연구원의 재도약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필자가 가타부타할 수 없다.
연구소 건설을 동경주 주민들이 수용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다음 발언이다.
그는 호기롭게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연구도 지속해야 한다.”면서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SFR) 연구개발>(이하 파이로-고속로)을 2023년에 기획해 2024년부터 연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파이로-고속로’는 1997년부터 수천억 원의 예산을 투자해 연구를 수행했지만, 전 정부에서 사실상 연구 명맥이 끊겼는데 이를 재개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전 과정을 연구할 수 없어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우선시돼야 할 사항은 ‘주민 수용성 확보’이다.
실증로 건설이 필요할 뿐 아니라 위험한 사용후핵연료를 실험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전임 연구원장들이 비공식적으로만 은근히 내비쳤던 계획을 경주에서 시도하겠다는 도발적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파이로-고속로’ 연구시설은 동경주 주민을 비롯해 경주시민들의 동의를 반드시 구해야 한다.
또다시 맥스터(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증설 때처럼 경주시민들의 찬반이 극명하게 갈려 갈등과 대립이 더욱 깊어질까 심히 우려된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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