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평행선 ①
정석준
법사. 수필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2년 11월 24일(목) 18:04
|
|
 |  | | | ⓒ 경북연합일보 | 도서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늦가을의 짧은 해가 서편 하늘에 기우러져 있었다. 차를 세워둔 곳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 추리닝 차림을 한 사람이 다가오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K였다. K와는 중ㆍ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막역한 사이다. 학창 시절에는 문예반 활동을 같이 했고, 금년 봄에는 취미삼아 4군자(四君子)를 같이 배웠다. 그러고 보니 K하고는 취향 등, 여러 면에서 닮은 점이 꽤 많은 것 같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고(그는○○교회 장로이다), 나는 명색이 불교 법사라는 점이다. “도서관에서 나오는 모양이네?” “그래, 운동하러 나왔니?” “바쁜 일 없으면 같이 산책이나 하자?” “그러자꾸나!” 집에 가도 딱히 할 일도 없어서 쾌히 승낙했다. 그와 황성 공원을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불쑥 이런 질문을 던졌다. “기독교에서는 이 세상을 하나님이 창조했다고 하는데, 불교에서는 누가 창조했다고 하느냐?” 그 친구는 기독교의 창조설을 굳게 믿고, 불교의 견해가 무척 궁금했던 모양이다. 내게 그러한 질문을 한 것은, 내가 불교에 관한 책도 내고, 경주불교 중·고등학생회, 경주불교청년회 지도법사로서 활동해 온 것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불교에 대한 식견이 상당한 줄로 알고 그 같은 질문을 하였으리라. 친구의 질문을 받고 내가 반문했다. “모래를 가지고 밥을 지으면 몇 시간이 걸리겠느냐?” “모래로 어떻게 밥을 지어?” “그렇지. 모래로 밥을 지을 수 없지? 그런데도 모래로 밥을 지으면 몇 시간이 걸리느냐고 묻는 것은, 모래로 밥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질문이기 때문에 질문 자체가 성립돼지 않지. 마찬가지로 친구가 이 세상을 누가 만들었느냐고 묻는 것은, 이 세상은 누가 만들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질문이기 때문에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이야. 이 세상은 시작도 끝도 없이(無始無終), 그냥 존재할 수도 있으니까.” “이 세상이 시작도 없이 존재한다니…그게 말이 되는 소린가?.” “기독교에서는 시작과 끝, 창조와 심판이라는 일회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지. 그러나 불교는 세계나 우주는 어떤 원인이 있으므로 관계가 일어나는 과정 속에 있는 것이라는 연기론적(緣起論的) 세계관을 가지고 있으므로, 세계의 기원에 대한 설명에 있어서 유일신의 창조설과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아무튼 나는 이 세상이 시작도 없고 끝도 없이 존재한다는 말에 동의할 수가 없네.” “우주의 기원에 대해서 가모드가 밝힌 빅뱅(big bang) 이론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아 왔지. 빅뱅설에 의하면 우주는 150억 년 전에 높은 진공에너지를 가진 고밀도의 한 점(특이점)에서 대폭발을 하여 지금까지 팽창을 하고 있다는 거야. 이 이론은 우주의 탄생 비밀을 밝히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으나, 특이점이 어디서 왔는지, 즉 빅뱅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을 하지 못하였지. 이러한 결점을 보완하여 최근 새로 등장한 이론이 현재 우주 연구의 선두를 달리는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브 호킹(StephenW Hawking)과, 소련 출신 비렝킹(현재 미국 국적) 등에 의한 ‘양자 우주론’이 아닌가? (계속)
|
|
|
경북연합일보 기자 - Copyrights ⓒ경북연합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
|
|
|
|
|
실시간 많이본 뉴스
|
|
|
|
|
최신뉴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