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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칼럼
사우디 왕세자 빈 살만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2년 11월 23일(수) 18:05
ⓒ 경북연합일보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주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갔다. 일본 방문은 갑자기 취소되었다.
사우디는 지정학적으로 거의 최악의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나라다. 일단 지도를 보면 답답하다.
겨울에도 43도까지 올라가는 아라비아반도는 공기 중에 습기가 좀 있는 남서 고지대 외에는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데 그나마 예멘과 오만이 거의 차지해버렸다.
제다와 메디나가 있는 서부 지역과 페르시아만 일부가 고작이다.
페르시아만 다른 지역들은 영국이 떠나면서 여러 부족들에게 나누어주었고 카타르와 UAE가 들어섰다.
사우디는 살기도 어렵거니와 안보상 거의 무방비인 평지의 나라다. 나무조차 없다.
국방비 지출은 세계 4위로 GDP 대비 글로벌 최고다.
6.6%를 쓰는데 액수로는 일본과 비슷한 규모다. 그러나 군사력은 취약한 나라로 평가된다.
전제 왕정국가에서 잘 훈련되고 조직된 무장단체인 군을 크게 키우는 것은 위험하다.
그래서 용병들에 의존한다. 유사시 전투력은 의문이다.
오스만제국의 남쪽 끝자락이었던 사우디는 20세기 초 영국이 급파한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통해 오스만에 맞섰다.
1차대전이 끝나고 영국이 떠난 후 1932년에 공식 출범했다.
사우디가 지금까지 무사히 번영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로부터 6년 후에 미국인들이 그 땅에서 고품질의 석유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석유생산량은 현재 미국 다음이고 러시아보다 많다.
사우디처럼 가진 것이 많고 지정학적으로 취약한 나라가 튀르키예, 이란 같은 대국들을 지척에 두고도 멀쩡한 것은 세계사의 기적인데 답은 미국이다.
미국이 중동 지역의 질서를 유지하고 사우디는 보호받는다. 미국은 심지어 911의 주범 빈 라덴이 사우디 출신이지만 정부와 무관하다는 이유에서 문제 삼지 않았다. 다른 나라였으면 어림없다.
그런데 미국이 향후 중동 지역에서 판을 접기로 하면서 도처의 적으로 둘러싸인 사우디는 안보 위험에 노출되게 되었다.
특히 인구가 두 배 많은 이란. 그래서 이제 사우디는 친구가 절실하다.
이웃 이스라엘 못지않은 외교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단순한 우정 쌓기는 물론 아니고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친구들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시아가 좋은 상대다.
사우디는 우리와는 현대 정주영 회장 시절부터 오랜 친구다.
주베일항만 공사에서 시작해서 1970년대 사우디의 인프라 건설에 현대가 혁혁한 기여를 했다.
국가 예산의 절반이 넘는 공사비가 들어와 건국 이래 최대 외환보유고도 작성했었다.
한국 경제사의 결정적 전기로 평가된다. 대규모 인력도 파견 나갔다. 근로자들은 열사에서 한 3년 고생하고 돌아와 30평대 집을 장만했다.
1차 오일 쇼크 후 세계 경제가 휘청거릴 때 한국경제는 오히려 부를 축적한 중동에 진출해 큰 전기를 마련했다.
그 후 이어진 중화학 공업 투자도 중동에서 축적한 자본과 역량이 기초가 되었다.
한국경제를 살린 것이 중동 건설 특수였다고 한다(성균관대 서중석 교수). 지금도 아람코는 에쓰-오일의 63.4%, 현대오일뱅크의 17% 주주다.
빈 살만은 70명이나 되는 형들을 제압하고 왕위계승자가 된 데서 알 수 있듯이 대단히 총명하고 능수능란할 뿐 아니라 철의 심장을 가진 인물이다.
사우디 왕가의 역사는 조선왕조는 물론이고 ‘왕좌의 게임’보다 더 무시무시하다.
그러나 빈 살만은 세계에서 가장 부자이고 가장 강력한 통치자이기는 하지만 사우디 역사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를 떠안은 사람이다.
새로운 국제정치 환경에서 나라가 생존해야 한다.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어서 여러 가지 개혁을 추진하기도 하고 필요하면 레바논 총리를 납치하거나 군의 실전경험을 위해 이상한 이유를 내세워 예멘을 침공하는 것 같은 초강경 행동도 한다.
빈 살만의 사우디는 이미 파격적인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지난주 일본 방문을 취소하고 간 곳은 태국이다. APEC Business 행사가 방콕에서 열렸다.
태국은 사우디와 30년 동안 단교했던 나라다.
빈 살만은 운하를 파서 섬으로 만들어버리겠다고 으르던 카타르와도 국교를 회복해 월드컵 개막식에도 참석했다.
중요한 사실은 빈 살만이 37세라는 사실이다.
빈 살만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앞으로 약 30년 동안 사우디의 통치자로 군림할 가능성이 크다.
긴 안목으로 ‘오너’의 위치에서 모든 것을 보고 계획할 인물이다.
국부펀드가 국내의 넥슨과 엔씨소프트, 미국과 일본의 게임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게 할 만큼 미래지향적인 신세대이기도 하다.
우리도 긴 안목으로 중동 지역과 사우디를 연구하고 교류해야 한다. 기업들의 역할이 정부 못지않아야 할 이유다. 뉴스1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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