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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세기’가 들려주는 신라사의 진실 ⑨
정석준
신라문화해설사. 수필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2년 11월 17일(목) 18:17
ⓒ 경북연합일보
10. 포석사(포석정)는 유희의 장소가 아니었다.
포석정은 술 먹고 춤추며 풍류를 즐기던 장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것은 『삼국사기』 <신라본기 경애왕조>의 다음과 같은 기록 때문이다.
「(경애왕) 4년, 가을 9월에 견훤이 고울부에서 우리 군사를 공격하므로 (중략), 겨울 11월에 서울을 습격하였다. 이 때 왕은 왕비 및 후궁과 친척들을 데리고 포석정에서 연회를 베풀고 놀고 있었다. 이 때문에 적병이 오는 것을 모르고 있었으므로 갑자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왕은 왕비와 함께 후궁으로 뛰어 들어가고 친척과 공경대부 및 시녀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고 숨었다. 적에게 붙잡힌 자들은 귀한 자, 천한 자 할 것 없이 놀라고 진땀을 흘리며 엎드려 노복이 되겠다고 빌었으나 화를 면치 못하였다.」
견훤의 군사가 목전(고울부, 지금의 영천)에 와 있는데 아무런 일도 없는 듯, 포석정에서 잔치를 베풀고 풍류를 즐길 수 있었을까? 더구나 때가 음력 11월 엄동설한이었다. 엄동설한에 유상곡수연(遊觴曲水宴)을 즐겼다는 것은 얼른 납득이 가지 않는 사실이다.
그런데 『화랑세기』는 포석정이 단순한 유흥의 장소가 아니었음을 밝혀주고 있다. 『화랑세기』 <8세 풍월주 문노 편>을 보면 ‘포석사에 (문노의) 화상을 모셨다. 유신이 삼한을 통합하고 공(문노)을 사기(士氣)의 으뜸으로 삼았다. 각간으로 추종하고 신궁의 선단(仙壇, 화랑들을 모신 제단)에서 대제를 지냈다’는 기록이 나오고, 『화랑세기』 <12세 풍월주 보리 편>에는 ‘공(보리)이 하종공(11세 풍월주)에게 속하였을 때, 신궁에 들어가서 법흥과 옥진의 교신상(交神像)에 절하였다. 보리공과 만룡이 혼인하기로 결정되자, 만호태후(진평왕의 모후)가 친히 신궁에 가서 공주례를 고하고 포석사(포석정)에서 길례를 행하였다’는 기록이 보인다.
또 국선 문노와 윤궁의 길례, 김춘추와 문희의 길례도 포석사에서 행하였다고 기록하고 있으므로, 포석사는 위대한 왕이나 국선 문노와 같은 훌륭한 화랑들의 제사를 지내는 곳이었을 뿐만 아니라 길례의 장소로도 이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견훤이 서라벌로 쳐들어오자 이미 스스로의 힘으로 나라를 지킬 힘을 상실한 신라는 최후의 수단으로 포석사에 모신 호국영령(護國英靈)들의 힘을 빌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고자 제사를 지내다가 견훤의 군사에게 참변을 당한 것이 아니었을까? 이밖에도 『화랑세기』에는 화랑의 세보(世譜)ㆍ조직ㆍ파맥(派脈) 등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들이 많이 밝혀지고 있으나 지면 관계상 이만 줄이기로 한다.

Ⅲ. 맺음말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그리고 『화랑세기』는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저술된 책이다. 『삼국사기』가 정사(正史)를 기록한 사서라면 『삼국유사』는 야사(野史)를 기록한 사서에 해당되며, 『화랑세기』는 화랑(풍월주)의 세보를 기록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화랑세기』에 나타나는 신라 왕실의 근친혼 풍속과 화랑들의 자유분방한 성관계를 음란한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으나 『화랑세기』는 음란한 이야기를 목적으로 쓴 책이 아니라 화랑들의 출생에 대한 내용을 전하고 있을 뿐이다. 신라 왕실의 근친혼 풍속을 지금의 잣대로 보면 윤리·도덕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근친혼을 ‘신국(神國)의 도’라 하여 오히려 장려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 본 바와 같이 『화랑세기』는 기존의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로는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나 미해결로 남아있던 내용들을 상당 부분 새롭게 밝혀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화랑세기』의 진본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 진위의 논쟁은 계속될 것이다. 진위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으려면 우리의 고대사 연구에 더 많은 분들의 연구와 성과가 있어야 할 것이며, 『화랑세기』의 추적 작업도 폭 넓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끝>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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