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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불이행 선언한 적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2년 11월 02일(수) 18:59
ⓒ 경북연합일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6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우리는 ‘김진태 사태’라고 부르는 지방정부의 채무불이행 선언, 부도 선언으로 인해 전 대한민국 자금시장에 대혼란이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간 걱정이 아닐 수 없기에 기사 검색을 통해 2000개에 육박하는 관련 기사를 찾아봤지만, 사태의 전말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같은 언론사의 기사임에도 상반되게 기술하거나 지급보증의 뜻, 주채무자와 보증채무자의 관계, 혹은 기업회생절차 등에 대한 몰이해로 말미암은 엉망진창인 기사가 다수였다.
여러 기사를 대조하고 또한 기자들에게도 문의한 결과 필자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강원도는 채무(보증)불이행을 선언한 적이 없다.” 또한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24일 뉴스공장에 나와서 언급한 것처럼 강원도의 채무보증 불이행은 ‘불가능’하다.
실생활에 비추어 판단해 보자. 어떤 사람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물 100L를 10L들이 양동이에 하나에 채우겠다)을 하겠다고 하면, 이는 웃을 일이지 ‘물리법칙을 위반해 우주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며 정색할 일은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김진태 고의부도’ 또는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라고 칭한다. 정치적 의도에 따른 명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쯤에서 이에 대한 최문순 경기도지사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강원중도개발공사(이하 공사)는 재무제표상으로는 부채가 2070억 원, 자산이 2600억원인 멀쩡한 흑자 기업이다”고 주장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지난 4월 8일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표면상으로는 맞는 말이다.
자산 및 부채 가액도 맞고, 설립 이후 내내 손실을 기록하다가 10년 차인 2021년에야 처음 흑자를 낸 것도 맞는 말이다.
문제는 해당 재무제표가 외부감사인에 의해 ‘한정의견’이라는 감사의견을 받았다는 것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가 계상한 ‘건설중인자산’이 856억원인데, “공사가 제시한 ‘건설중인자산’의 회수 가능가액에 대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감사 범위 제한에 따른 한정의견을 표한 것이다.
건설 중인 자산 856억원은 공사의 전체 자산 2713억원의 32%에 달하며 시행업에 있어 건설중인 자산 계정이 중요 계정임을 고려한다면, 한정의견이 아닌 의견거절이었어야 한다.
결국 외부감사인으로서는 공사의 재무제표 숫자를 믿어선 안 된다는 의견을 표한 셈이다.
최문순 전 지사의 다른 언급들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지금쯤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그렇지만 공사의 대주 역할을 한 아이원제일차㈜가 부도가 난 것은 맞지 않냐?”는 것이다.
맞다. 아이원제일차㈜는 9월 29일 부도가 난 것이 맞다.
그 막전막후의 상황을 살펴보자. (여러 기사 그리고 당사자의 주장이 엇갈려서 자칫 사실과 어긋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나, 여러 기사와 진술에 기대어 최선의 접점을 찾으려 노력했다.)
9월 28일 아이원제일차㈜은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대해 기업회생을 신청할 것이라며 “2050억원의 보증 부담에서 벗어나는 것이 회생신청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BNK 투자증권 등 채권단은 약정상 이와 같은 발언이 기한이익상실의 요건에 해당한다며 사실상 부도 처리한 것이다.
어떠한 조처도 없이(여러 언론보도와는 달리 아직 강원중도개발공사는 회생절차를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주채무자가 아닌 보증채무자로서는 사실상 주채무자인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부채를 먼저 부담 지우는 것이 당연한 일임에도, 이를 두고 ‘채무불이행 선언’ 운운하는 것은 그저 황당할 따름이다.
거듭 말하지만, 보증채무자로서 강원도가 채무 부담으로부터 빠져나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일련의 사태라는 것이 ‘김진태의 고의부도’가 아닌, BNK 투자증권 등 채권단이 사실상 망가진 강원중도개발공사에 투자한 후 조그만 손실이라도 입을까 봐 선제적으로 아이원제일차㈜를 부도방 찍은 것은 아닐까?
나의 이러한 발언은 최소한 해석의 여지는 있을 수 있겠지만 사실관계에서는 맞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언급하자. 금융은 신뢰에 기반한다는 언급을 많이 듣게 되는데, 우리나라 금융사들이 이런 발언을 할 자격이 있을지 의문이다.
멀리서 찾아보면, 라임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기 사건 당시 사실상 금융사들은 벽돌과 핸드폰도 구분 못하는 바보 행세를 해야 했다. 바보가 아니면 사기꾼이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 있었던 일을 가져오자면, 시중 H은행은 시국을 뒤흔드는 대장동 사기사건의 핵심 역할을 한 성남의뜰㈜의 주주이자 이사로서 화천대유 일당과 더불어 감사의견이 거절된 재무제표에 대해 승인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신뢰 운운하는 일이 우스워 보이게 되는 일만은 멈췄으면 한다. 뉴스1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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