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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세기’가 들려주는 신라사의 진실 ⑤
정석준
신라문화해설사, 수필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2년 10월 20일(목) 18:18
ⓒ 경북연합일보
「문희는 김유신의 손아래 누이이다. 그 언니(보희)가 꿈에 서형산 꼭대기에 올라앉아 오줌을 누는데, 온 나라 안에 득찼다. 꿈에서 깨어나 동생(문희)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 동생이 웃으면서 “언니의 꿈을 내게 팔아라.”고 제안하였다. 그래서 비단치마로 꿈 값을 치렀다. 며칠 뒤 유신이 김춘추와 축국(축구)을 하다가 그만 춘추의 옷고름이 찢어졌다. 유신이 “우리 집이 여기서 멀지 않으니 가서 옷고름을 궤맵시다.”라고 말하여서 함께 집으로 갔다. 큰누이를 불러 옷고름을 꿰매라고 말하였으나 무슨 일이 있어서 나오지 못하고, 그 동생이 나와서 대신 꿰매어 주었는데, 어여쁨이 눈부실 정도였다. 춘추가 기뻐하며 혼인을 청하고 예식을 치렀다. 이내 임신을 하여 아들을 낳으니, 이가 법민이다.」
『삼국사기』의 기록에 의하면, 문희와 춘추의 결혼은 아무런 문제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처럼 서술되어 있다. 그러나 『삼국유사』에는 문희가 보희의 꿈을 사는 과정이 좀 더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고, 두 사람의 결혼이 이루어지기까지에는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유신은 그 누이가 임신한 것을 알고 “너는 부모에게 알리지도 않고 아이를 배었으니 무슨 까닭이냐?”라고 꾸짖었다. 그리고는 선덕여왕이 남산에 거동한 틈을 타서 마당 가운데 나무를 쌓아놓고 불을 질렀다. 연기가 일어나자 왕이 바라보고 “무슨 연기냐?”고 물으니 좌우에서 “유신이 누이동생을 불태워 죽이는 것인가 봅니다.”라고 아뢰었다. 선덕왕이 그 까닭을 물으니, 그 누이동생이 남편도 없이 임신했기 때문이라고 아뢰자, 선덕왕이 “그게 누구의 소행이냐?”고 물었다. 이때 춘추공은 왕을 모시고 있다가 얼굴빛이 몹시 변하였다. 왕은 “내가 한 짓이니 빨리 가서 구하도록 하라.”고 말하였다. 춘추공은 말을 달려 왕명을 전하여 죽이지 못하게 하고, 그 후에 버젓이 혼례를 올렸다.」
김춘추는 왜 문희에게 임신을 시켜놓고 수수방관하고 있었을까? 이 문제에 대해서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는 일체의 언급이 없다. 이에 대한 해답도 『화랑세기』에서 찾을 수 있다. 『화랑세기』는 김춘추가 임신한 문희를 외면한 이유를 ‘김춘추의 정궁부인(正宮夫人)인 보량궁주(寶良宮主) 때문’이라고 적고 있다. 『화랑세기』는 ‘보량궁주가 아름다웠으며 공(춘추)과 몹시 잘 어울렸는데, 딸 고타소를 낳아 공이 몹시 사랑하였다. 감히 문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비밀로 하였다’고 쓰고 있다.
문희가 김춘추를 받아들일 때, 그에게 부인이 있는지를 모르지는 않았다. 문희나 김유신이 김춘추에게 바란 것은 정실자리가 아닌 첩의 자리였다. 일단 첩으로 살다가 정실부인의 자리가 비면 그 자리를 달라는 것이었다. 보량궁주가 아들 없이 딸만 있다는 점이 이런 기대를 가능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춘추는 문희와 유신의 이 같은 바람을 외면했다. 그래서 김유신은 동생을 불에 태워 죽이려는 극단적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6. 김유신이 누이 문희를 불 태워 죽이려고 한 때는 진평왕 때였다.
김유신이 문희를 불 태워 죽이려고 한 때를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는 ‘선덕왕 때’라고 적고 있으나 『화랑세기』는 진평왕 때이며, 문희를 살린 것이 선덕공주임을 밝히고 있다.
「그때 공(춘추)은 선덕공주를 따라 남산에서 놀고 있었다. 공주가 연기에 대해서 물으니, 좌우에서 사실대로 고하였다. 공이 듣고 얼굴색이 변하였다. 공주가 “네가 한 일인데 어찌 가서 구하지 않느냐?” 공은 이에 문희를 구하였다.」
이때 문희가 임신하여 낳은 아이가 제30대 문무왕(재위 661~ 681)이다. 문무왕은 진평왕 47년(626)에 태어났고, 선덕여왕은 이보다 6년 뒤인 632년에 즉위하였기 때문에 『화랑세기』의 기록이 보다 정확하다고 하겠다.
선덕공주의 개입으로 문희는 김춘추와 결혼 할 수 있었다. 『화랑세기』는 ‘포사(포석정)에서 길례(결혼식)를 행하였다. 보량공주가 아이를 낳다가 죽자, 문희가 뒤를 이어 정궁이 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럼 문희에게 꿈을 판 언니는 어떻게 되었을까?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그러나 『화랑세기』 <18세 춘추공 편>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기고 있다.(계속)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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