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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의 세계 ③ 법계연기를 중심으로
정석준 법사, 수필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2년 09월 01일(목) 20:01
ⓒ 경북연합일보
그 그물코에 박힌 보석들에는 저마다 다른 모든 보석들이 반사되고 있다. 이와 같이 보석들은 서로가 서로를 모두 반사하고 있다.
이와 같이 낱낱의 무한 보석들이 서로 반사하고 있는 것을 비유해서 화엄에서는 중중무진 세계의 연기법이라 한다. 연기법의 근본원리는 존재 낱낱은 그 자체로 존립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관계의 그물망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존재의 근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과 저것은 원인이면서 동시에 결과로서 서로를 존립하게 한다는 말이다.
곧 원인이 나에 의해서 결과인 네가 있게 되지만, 나의 원인도 너에 의해서 있게 된다.
결과인 나에게 원인은 네가 되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원인과 결과로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 만물을 들여다보면 어느 것 하나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고, 상대와 더불어 상호 의존관계를 맺으면서 전체의 존재를 들어내고 있다. 개별은 전체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고, 전체는 개별을 떠나서는 전체로서의 존재성을 지닐 수 없는 것이 우주 만유의 존재 원리이다.
모든 사물도 그러하고 중생의 삶도 이 도리를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화엄경』에서는 이러한 우주 만물의 상호 의존관계의 이치를 법계연기(法界緣起)로 설명하고 있다.
개개의 중생들이 모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이치를 일중일체(一中一切 )라고 한다면, 반대로 그 사회 구성원의 하나로서 ‘나’가 존재하는 것은 ‘다중일(多中一)’이 된다.
그래서 서로 배제하거나 거부하지 말고 서로 원융화합하며 현상계를 존재케 하는 이러한 원리를 화엄에서 연기의 또 다른 표현으로서 상입상즉(相入相卽)의 원리라고도 한다.
모든 현상의 본질과 작용은 서로 융합해 있다는 뜻이다. 즉, 주관과 객관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나와 너, 인간과 자연, 개체와 전체가 일체라는 말이다.

일즉일체 다즉일(一卽一切 多卽一)
이 말도 「법성계」에 나오는 말로서, 하나가 곧 전체요, 여럿이 곧 하나란 말이다. 이것은 전체 속에 부분이 있지만 부분 속에도 전체가 들어 있다는 뜻이다.
역시 『화엄경』의 ‘일즉다 다즉일’과 같은 맥락이다. 이것과 저것은 나눌 수 없는 하나의 장(場)에 함께 있다. 우주법계의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의 관계도 이와 같다. 낱낱이 우주법계(宇宙法界)를 이루는 원인이면서 동시에 우주법계의 모든 것이 원인이 돼 또한 낱낱이 존재한다.
일체만물이 연기실상(緣起實相)의 장에서 완전히 동일한 생명을 이루는 전체이며 부분이고, 부분이면서 전체인 것이다.
즉, ‘하나가 일체이고 여럿이 하나’라는 말은 여럿과 하나의 관계성을, 상호융섭 됨을 말한다.
어찌 보면 하나와 일체는 각각의 형태와 모습을 지니고 있어 개별성을 띠고 있지만, 그 개별성의 존재는 상호 다른 존재와 거리를 두고 대립돼 있는 것이 아니라 둘이 아닌 하나의 일관성으로 융섭해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상호 관계의 상즉(相卽)원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 그 자체가 바로 상즉의 법계라는 것이다.
어느 것 하나도 개별적으로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속에 하나로 존재한다는 말이다.
차별의 세계가 아니라 차별의 세계를 법안(法眼)으로 바라보면 무차별의 세계이고 절대평등의 실상세계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생은 무명에 가려진 육안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상즉해 있는 융화를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법정스님은 “인간의 가장 큰 병은 자신을 기준으로 삼는데 있습니다.
여기서 미움이 싹트고, 다툼이 일어나고 편견이 생깁니다. 나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좌절이 찾아옵니다.
부처가 그토록 강조한 무아란 바로 자신을 기준 삼지 말라는 것입니다. 나를 기준으로 삼지 않는 것이 ‘바르게’ 보는 것이고, 사물을 ‘그대로’ 보는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계속)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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