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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의 세계 ② 법계연기를 중심으로
정석준 법사, 수필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2년 08월 25일(목)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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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경북연합일보 | 그런데 기묘하게도 과학의 소립자 세계에서도 이 사실이 그대로 성립되고 있다. 물리학의 발달로 인해 미세한 물질을 깊이 연구하면 연구할수록 신비스러운 성질이 밝혀지고 있고, 특히 소립자는 끊임없이 변하며 유동적이라는 성질과, 한 개의 소립자에는 다른 모든 소립자의 영향이 투사되어 있으며, 하나하나의 소립자는 다른 소립자와의 관계에서 성립된다는 성질이 밝혀지고 있다. 근대과학은 생명의 가장 작은 단위로서 세포를 생각했다. 그러니 한 세포 속에 그것을 형성하는 보다 작은 단위가 있고, 그들은 나름대로의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마치 한 개의 소립자가 다수의 소립자에 의해 존재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즉 일즉다 다즉일로서 일심사상과 맥을 같이 한다. 사람의 세포 하나하나를 떼어내서 검사를 하면, 그 사람의 DNA 전체를 다 읽어 낼 수 있다.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 왔고, 어떤 생활습관을 갖고 있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왔는지도 다 읽어낼 수을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그 사람의 조상까지도 해석해 낼 수 있다. 세포 하나를 떼어내서 봤는데 일즉다(一卽多)라, 하나 속에 모든 것을 다 해석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니 미운 사람, 고운 사람이 어디 있으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내 부모요, 내 현제자매인 것을. 이게 화엄의 세계이다. 20세기 최고 역사학자의 한 사람인 아놀드 토인비는 『화엄경』을 읽고 탄복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가올 21세기는 ‘화엄’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고 한다. 한국 수학계의 거장이자 오랫동안 카오스(chaos) 이론과 불교사상을 연구해온 김용운(1927~ )교수는 그의 저서 『카오스와 불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불교사상은 모든 현상에는 본질이 없다는 제법무아(諸法無我), 하나가 곧 전체이며 전체가 곧 하나라는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 그리고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해 가므로 있는 그대로를 본다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의 철학입니다. 이는 20세기 이후의 과학의 절대성, 완전성, 확정성, 명백성을 부정하면서 상대성, 변화, 무아의 개념으로 이어지는 것과 맥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가령 카오스 이론의 특징 중 하나인 프랙탈(fractal)은 전체 속의 어느 한 부분이 곧 전체임을 나타내는데,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일즉다 다즉일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기계론적인 과학이 아니라 성장하고 사멸해 가는 모든 생명현상에 나타나는 복잡한 과정을 과학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카오스 이론이다. 북경에 있는 나비 한 마리의 날개 짓이 다음날 뉴욕에 폭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 기상학자 로랜츠의 ‘나바효과’는 카오스 이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불교는 바로 이러한 것을 ‘인연’으로 세계를 설명하고 있다. 간단히 요약 하자면, 우리 인간사 자체가 우주의 한 부분이고, 우주는 카오스이며, 하나가 전체요 전체가 곧 하나(一卽多 多卽一)라는 관점에서, 우리네 개개 인간사 자체가 곧 카오스라고 할 수 있고, 이는 진즉부터 불교가 말해온 진리이다.
일중일체 다중일(一中一切多中一) 이는 의상대사의 「법성계」에 나오는 말이다. 하나 속에 전체가 있고 여럿 속에 하나가 있다. 즉, 하나가 곧 여럿이고 여럿이 곧 하나라는 것이다. 그러니 ‘일즉다 다즉일’과 맥을 같이하는 말이다. 연기법의 근본원리는 낱낱의 이것과 저것은 그 자체로 존립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낱낱이 모두 온 우주만큼이나 큰 생명의 장(場)으로 살고 있으며, 우주는 모든 생명체의 수만큼 겹쳐진 생명의 우주인 것이다. 이를 화엄에서는 중중무진(重重無盡)이라고 한다. 화엄의 실상인 연기법을 표현하는 말 가운데 인드라(indra) 그물망의 비유가 있다. 인드라신(帝釋天)의 궁전을 덮고 있는 그물망을 인드라망이라 한다. 그 인드라망의 그물코마다 빛나는 보석이 박혀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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