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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인근 주민 ‘갑상선암 공동소송 항소’에 부쳐
정현걸 본지 논설실장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2년 05월 16일(월) 17:56
ⓒ 경북연합일보
일명 ‘균도네 소송’은 고리원전 근처 주민 이진섭 씨 가족들이 원전으로 인해 아들 균도 씨 등 온 가족이 질병에 걸렸다며 원전 운영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주)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다.
2014년 10월,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박 아무개 씨인 부인의 갑상선암 발병과 관련해 ‘한수원의 손해배상 일부를 인정하고 1,5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국내외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원전과 갑상선암 발병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첫 번째 사례이기 때문이다. 한수원의 책임을 일부 인정한, 이 1심 판결에 고무된 원전 인근 주민들은 환경단체의 도움을 받아 2015년 4월, 한수원을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내 원전 4곳 근처에서 살다가 갑상선암이 발병한 주민 618명(경주지역 92명)과 그 가족 포함 총 2,855명이 제기한 ‘원전으로 인한 피해에 따른 사상 최대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었다.
이른바 ‘갑상선암 공동소송’이다.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원고 한 사람당 1,500만 원이다.
원고의 배우자는 300만 원, 원고의 부모·자녀는 1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이 재판은 8년이나 진행되다가 지난 2월에 1심 판결이 내려졌는데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사실상 패소한 것이다.
그러자 원고 측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민심은 고심 끝에 항소하기로 하고, 지난 3월 4일 항소장을 접수했고 최근에 ‘항소 이유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공동소송의 판결은 ‘균도네 소송’의 항소심이 패소로 귀결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한수원도 균도네도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는데 2심에서는 기존 1심과 달리 ‘한수원 승소’로 판결이 났다. 1심에서의 균도네 ‘부분 승소’가 ‘취소’된 것이다. 이에 균도네는 대법원에 상고했는데 2020년 1월에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이라는 희한한 결정을 내렸다.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은 ‘2심 판단이 옳지만, 그 이유는 말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무튼 균도네 소송은 최종 패소로 끝났고, 2심과 대법원 판결의 영향 때문인지 ‘갑상선암 공동소송’ 1심도 원고들이 패소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런데 문제는 장장 8년이나 끌어오던 법원의 판결이 결과적으로 ‘책임 회피’라는 점이다.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고 ‘기각’으로 판결함으로써 정부와 한수원, 원고들에게 엄청난 짐만 안겼다. 판결문의 기각 사유는 이렇다.

<… 이러한 갑상선암의 특성을 고려하면 원전 인근 주민들의 손해 및 인과관계에 대한 추정을 허용하는 입법이 이루어지지 아니하는 한, 사법부로서는 현행 법률과 판례에 기초한 증명책임의 법리에 따라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원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역학조사 결과도 부족하고 인과관계 추정에 관한 법률도 제정되지 않은 현재 상태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경우, 이 사건 발전소 주변에서 거주하다가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모두 방사선 피폭 때문에 갑상선암이 발병한 것이라고 인정하는 것이 되는바, 갑상선암이 방사선 피폭 이외에도 다양한 원인으로 발병하는 비특이성 질환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판단은 타당하지 않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갑상선암 소송 지원단’을 구성하여 법률비용 마련을 위해 모금 활동을 펴고 있다. 항소심도 1심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세월을 허비할 게 뻔하다.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정부와 국회, 한수원이 조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주민들의 손해 및 인과관계에 대한 추정을 허용’하는 입법이 이루어져야 하고, 아울러 정부와 한수원이 공동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원전 인접 주민 건강피해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렇게 하여서 제정된 법률과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법원의 판결이 내려진다면 모두가 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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