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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참사’의 바람직한 해결 방안
정현걸 본지 논설실장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2년 05월 02일(월)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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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경북연합일보 |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발생한 지 11년이 지났다. 가습기의 분무액에 포함된 살균제(세정제)로 인해 폐손상증후군(기도 손상, 호흡 곤란·기침, 급속한 폐손상(섬유화) 등의 증상)이 일어나 주로 영유아, 아동, 임신부, 노인 등이 사망하거나 폐질환과 폐 이외 질환과 전신질환에 걸린 사건이다. 2011년 4월부터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후 가습기살균제의 위해성이 명백해졌음에도 기업에 대한 제재나 피해자에 대한 구제 대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었다. 피해 신고자 기준으로 보면 피해자는 7천여 명이지만, 실제 피해자는 95만 명에 달하고 이로 인한 사망자만 2만 명으로 추산되는 세계 최악의 생활화학물질 참사이다. 경주지역 피해자도 약 5,000명으로 추산된다. 작년 10주기를 맞아 시작된 ‘피해대책 조정위원회’(위원장: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가 올해 9개 주요 가해 기업과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조정안을 내놓았는데 이 중 7개 기업은 조정안에 동의했지만, 가장 많은 피해를 발생시킨 옥시와 애경이 조정안에 대해 동의하지 않아 사태 해결이 난관에 봉착했다. 전체 1천만 개 가습기살균제 중 옥시는 절반에 달하는 490만 개를 판매했고, 애경은 두 번째로 많은 172만 개를 판매해 2개 기업이 판매한 개수는 전체 가습기살균제 3분의 2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환경보건시민센터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가습기살균제 기업 규탄 및 불매운동에 돌입하면서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조정위는 피해자 7천여 명에게 최대 9,240억 원을 지급하라는 안을 내놨다. 대신 피해보상금 총액을 이번에 확정 지어 한 번에 지급하자는 걸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런데 당초에 조정을 적극적으로 요청했던 옥시와 애경이 조정안을 거부한 데는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다. 바로 ‘종국성’ 문제 때문이다. 조정금액의 60%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데다, 종국성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으면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강제적 권한이 없는 조정위의 최종안은 어느 한쪽이든 수용하지 않으면 무산된다. 조정안이 무산 위기에 처한 이유가 여러 가지지만, 옥시와 애경의 핵심 요구 사항은 ‘종국성’ 보장이다. 조정위 결정에 따른 보상이 끝나면, 그것으로 모든 문제를 정리하자는 것이다. 피해자들 처지에서는 현재의 증상이 차후에 악화할 수도 있으므로 가해 기업들의 종국성 보장 요구가 분통이 터질 노릇이지만, 가해 기업들로서는 엄청난 보상금을 내놓아야 하는 만큼 이 문제를 매듭짓고 싶을 것이다. 이래저래 난감한 상황이다. 대부분 피해자들은 조정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10여 년간 기업, 정부와 싸우느라 지쳤기 때문이다. 이제 합리적인 해결 방안이 나와야 한다. 몇몇 전문가는 비슷한 사례인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사건’을 참고하라고 주장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피해보상 기간을 조정 성립 이후 10년까지로 열어 놓았다. 암 발병 기간도 퇴직 후 10∼14년으로 설정했다. 2028년 이후는 그간의 산재보험에 의한 직업병 인정 사례 등을 참고해 적절한 방안을 다시 강구하기로 했다. 나중에 정말 억울하다는 사람이 나온다면, 한 번 더 논의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물론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삼성전자 반도체 사건과 직접 비교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삼성전자 반도체 사례에서 보듯 기업이 전향적인 태도로 나온다면 종국성 문제 해결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조정이 끝내 무산된다면 피해자들은 결국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내야 하는데 지난하고 힘겨운 법적 다툼이 시작된다.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건 기업들의 전향적인 자세와 진정성 있는 사과이다. 그러면 합리적인 타협안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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