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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는 권력, 나가는 권력
김수종 뉴스1 고문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2년 04월 27일(수) 18:19
ⓒ 경북연합일보
20대 대통령 선거를 치른 지 한 달이 흘렀다.
신·구 정권의 인수인계 과정을 보면서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눌 수 없다”는 옛날 얘기를 되새기게 된다.
윤석열 당선인의 인수위원회와 문재인 정권의 청와대는 시기만 달랐을 뿐 각각 선거에 이겨 탄생된 권력들인데도 둘 사이에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갈등이 존재하는 것을 본다.
들어오는 정권은 잠재적인 점령군 심리를 갖게 될 것이고, 나가는 정권은 권력을 빼앗겼다는 박탈감이 그들의 심리를 지배할 것이다.
더구나 윤석열 당선인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었기에 신·구 권력간의 갈등구조가 감정적으로 더 미묘해진 측면이 있다. 굳이 이해한다면 이게 권력의 속성일 것이다.
240여 년간 대통령 책임제 전통을 지켜온 미국에서도 선거일로부터 취임일까지 3개월간은 신·구 대통령과의 관계가 민감했고, 그게 나라의 위기와 무관하지 않게 연계된 경우도 있었다.
미국의 정권교체기의 역사를 잠깐 들여다보는 것도 의미있어 보인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3선을 포기하고 1797년 같은 이념을 가진 존 애덤스에게 흔쾌히 권력을 이양함으로써 평화적 정권교체의 위대한 전범을 심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46차례 바뀌는 과정에서 모두 원만하기만 한 게 아니었다.
한국과 달리 중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선 현직 대통령이 도전자에 패배해 권력을 이양하는 경우에 불화가 적지 않았다.
워싱턴으로부터 순조롭게 권력을 이양받은 존 애덤스는 1800년 재선에 패배하자 당선인 토머스 제퍼슨에게 몽니를 부렸다.
그는 제퍼슨의 취임 전날 연방판사를 임명하는 등 헌법상 권한을 끝까지 행사했고 이튿날 제퍼슨 취임행사에도 불참했다.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 간의 교류가 없어 국가적 위기가 가중된 때도 있었다.
1861년 대통령에 당선된 공화당의 링컨과 민주당의 뷰캐넌 대통령은 선거일과 취임일간의 간격이 4개월이었고 노예문제로 남부주가 독립을 획책하는 상황인데도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
링컨 대통령은 취임 2개월만에 남북전쟁이라는 국가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1909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과 후임자인 윌리엄 태프트 당선인은 같은 공화당이면서도 불편한 관계였고, 1928년 선거에서 쿨리지 대통령은 8년 임기를 마치고 떠나면서도 같은 공화당의 후버 후보가 당선됐다는 소식에 위스키를 마시며 화를 달랬다.
후버 당선인도 쿨리지와의 대면을 꺼려 남미여행을 떠나버렸다고 한다.
1933년 재선에 실패한 공화당 후버 대통령이 승자인 민주당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선인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만나면서 패배한 현직 대통령이 당선인을 만나는 전통을 만들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념적으로 달랐기 때문에 협조적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한다.
정권교체가 실질적으로 순조로웠던 예는 1952년 민주당의 트루먼 대통령이 공화당의 아이젠하워 당선인에게 정권을 이양할 때였다고 한다.
2차대전을 마무리했던 투르먼 대통령은 맥아더 장군과는 사이가 안 좋았지만 아이젠하워 장군과는 원만한 관계였다.
아이젠하워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투르먼은 선거 직후인 11월 8일 백악관으로 초대해서 회동했다.
트루먼과 아이젠하워의 정권이양은 외교정책의 계속성이 국익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실증한 경우로 알려졌다.
당시 한국전 휴전에서의 포로교환과 관련한 유엔총회 결의가 새 정부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었고 트루먼은 자기 정책을 지지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젠하워는 트루먼과의 회담에서 직접 지지를 공표하여 책임지기를 거부해서 껄끄러운 분위가 됐지만, 상원 외교위원장으로 하여금 “아이젠하워가 트루먼 정책의 원칙에 찬성하고 있다”고 밝히도록 함으로써 유엔결의를 촉진케 했고 트루먼은 몹시 만족스러워 했다.
작년 일어난 트럼프-바이든 정권교체 과정은 한국인들도 잘 보았듯이 역대 최악이었다.
트럼프는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았고 바이든 대통령 당선을 선언하는 연방의회 회의를 방해하기 위해 지지자들로 하여금 의사당 난입을 부채질했으며 바이든 취임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선거가 끝난 지 1년이 지났지만 그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평화적 정권교체는 민주주의의 생명이다. 특히 대립되는 정파 간에 이루어지는 정권교체는 더욱 그렇다.
정권이양기는 자칫 민주주의 싹이 상처를 입을 수 있는 민감한 시기다.
우리 70여 년 헌정사에서 보통선거에 의한 민주적 정권교체는 1987년 이후 8차례 있었다.
그중에 4차례가 서로 대립되는 정파간 정권교체였다.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구 권력의 갈등은 미국 정치역사에서 일어났던 일들과 비교할 때 비슷한 범주의 일이어서 지나치게 염려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정권교체를 위해 현직대통령과 당선인이 만나서 몇가지 매듭을 풀기까지 했으니 트럼프-바이든 식으로는 안 될 것이다.
하여간 대통령 선거로 당선인이 확정되고 난 후 취임하는 순간까지 두 달은 민주주의가 민감하게 시험받는 기간이다.
앞으로 한 달간도 나라 안팎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정치적 위기의 계절이다.
이 계절을 잘 극복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일이니 신·구 대통령, 소속 정당, 언론의 마음가짐이 더 없이 중요한 것 같다.
사족을 보태자면 중임제가 아닌 한국에서 선거에 패배한 정당의 현직 대통령이 초연한 자세로 권력이양을 잘 마무리해줄 때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 단계 키가 자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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