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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간의 미묘한 역학관계(Ⅰ) -‘영욕의 월성1호기’ 대선을 좌우하다-
정현걸칼럼니스트, 소설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2년 04월 04일(월) 18:00
ⓒ 경북연합일보
문학의 영원한 테마는 ‘인물과 그 자신의 운명 사이의 갈등과 운명 간의 충돌’이다. 고전 서사문학은 대체로 운명을 숙명으로 여기고 순응하는 인물, 가혹한 운명에 맞서 이기려는 인물,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려는 인물을 주요 인물로 등장시켜 ‘그 인물의 내적 갈등과 외적 갈등, 인물 서로 간의 갈등과 운명 간의 충돌’ 등을 이야기로 꾸며낸다.
필자의 본업은 소설가이다. 문학인으로서 이번 대통령 선거를 지켜보면서 ‘운명 간의 미묘한 역학관계’에 대해 주목하게 됐다. 정치적, 국가적으로 엄청난 논란들을 초래하다 결국 조기폐쇄라는 운명을 맞이한 ‘영욕의 월성1호기’가 현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들의 운명을, 나아가 대선 결과를 좌우했다는 생각이 들어 ‘운명과 삶의 불가해성(不可解性)’을 새삼 실감하게 됐다.
대선이 끝난 앞으로도 한동안은 이 월성1호기가 여러 기관·기업·단체에, 여러 인물의 운명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월성1호기와 관련된 검찰의 수사’로 정권과 갈등을 빚다가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그 파장과 후폭풍이 없을 수 없기 때문이다.
먼저 ‘월성원전 1호기’의 운명을 살펴보자. 월성1호기는 설비용량 679MW의 국내 최초 가압중수로형 원전이다. 경수로형인 고리원전과 달리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면 무기화가 가능한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다. 핵무기 개발을 염두에 두고 캐나다에서 도입했다. 1982년 11월 가동을 시작해 2012년 11월 운영허가가 끝났다. 한수원은 계속운전을 추진하며 안전성 강화 및 노후설비 교체 목적으로 총 5,600억 원을 투입했고, 상생합의금으로 1,310억 원을 경주지역에 내놓았다. 2015년에 원안위가 수명연장을 승인했지만, 날치기 승인이라는 오명에 시달렸다. 우여곡절 끝에 2015년 6월에 발전을 재개했지만 ‘수명연장 무효소송’에 휘말렸고 1심에서 수명연장 무효 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은 당시의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월성1호기 폐쇄’를 공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월성1호기는 다섯 차례나 ‘한 주기 무고장 안전운전’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국내의 안정적인 전기 공급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주변지역 주민들의 체내에 삼중수소방사능이 존재한다는 게 밝혀지면서 중수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됐고, 특히 ‘9·12 경주지진’ 발생 이후 노후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더욱 폐쇄 압력에 시달렸다. 그러다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하자, 그 여세를 몰아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더욱 밀어붙였고, 급기야 한수원 이사회가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월성1호기의 조기폐쇄를 결정했다. 2022년 11월까지 운영할 예정이었지만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36년 만에 가동을 멈추게 된 것이다.
여기서 문학적으로 한번 짚어볼 대목은 ‘월성1호기의 기구한 운명’이다. 2017년 5월, 계획예방정비를 위해 출력을 줄이던 과정에서 ‘전원 전환실패’로 원자로가 자동 정지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그 후 탈원전 정책에 따른 ‘안전성 강화’ 명분으로 가동 승인이 계속 미뤄져 재가동을 못 하고 있다가 ‘죽은 상태에서 영원히 죽고 마는’ 서글픈 신세가 됐다는 점이다.
그런데, 영원히 죽은 줄 알았던 월성1호기가 1년 뒤에 망령처럼 등장했다. ‘월성1호기 경제성 분석 조작’ 의혹이 터진 것이다.
논란이 증폭되자 국회가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했고,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검찰에 정식수사를 요청하게 됐다. 결국 대전지검은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고발 사건’ 수사에 착수했고, 산업부와 한국가스공사 등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청와대까지 칼끝을 겨누는 상황이 벌어졌다. 마침내 이 문제가 ‘대선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다음에 계속)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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