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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교(有神敎)와 무신교(無神敎) (2)
정석준 수필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2년 02월 03일(목) 19:14
ⓒ 경북연합일보
또 하나의 인격신 대신, 우주 창조의 어떤 원리를 인정하는 입장이 있어 왔다.
다신교이던 인도의 재래종교는 우파니샤드(Upanisad)에 오자 만물생성(萬物生成)의 원리로서 브라흐만(brahman)을 생각하였고, 고대 중국인들은 같은 원리로서 천(天)을 인정한 따위가 그것이다.
인격적 원리에도 생각이 미쳐서, 인도인은 아트만(ātman), 중국인은 성(性)이라는 것을 설정하기도 했다.
자아·영혼의 뜻이던 아트만은, 다시 한 걸음 더 나아가 ‘본체(本體)’, ‘만물에 내재(內在)하는 영묘한 힘’을 의미하는 술어가 됨으로써 절대시되고, 드디어 아트만은 브라흐만 자체라는 주장이 강조되기에 이르렀다.
요컨대 현상계의 밑바닥에는 그 잡다한 것을 통일하고 지배하는 유일자(唯一者)가 존재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던 것이니, 이 브라흐만(Brahman), 즉 범천(梵天)이라는 신으로서 숭배되기에 이른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이같이 인도의 그것이 다신교에서 출발하여 결국은 유일신론으로 돌아간 데 대해, 중국의 천(天)은 길이 천지를 지배하는 원리로서 남은 데 그 특징이 있다.
물론 중국에서도 천을 인격화한 신앙, 이를테면 도교의 옥황상제(玉皇上帝)숭배 같은 것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그것은 고도한 신앙에까지 승화되지를 못하고. 민속신앙의 영역에 언제까지나 머물러 있었던 점에서, 천을 원리로서 파악하여 그 특유의 교학을 전개시켜 간 유교와 대결할 위치에 서 본 적이 없었다고 해야 한다.
그러면 불교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부처님 당시 인도인들은 유일신교인 바라문교를 신봉하고 있었다.
바라문교에서는 이 세상은 브라흐만(梵天)신이 창조하였으므로, 그 신에게 많은 재물을 바치고 제사를 지내면 살아서는 소원을 성취하고 죽어서는 천상세계에 태어난다고 가르쳤다.
그러나 부처님은 이러한 신본주의 종교를 정면으로 배격하시고, 자기 자신이 바로 만유(萬有)의 주체임을 주창하셨다.
부처님께서 탄생 시에 ‘하늘 위, 하늘 아래 나 홀로 가장 존귀하다(天上天下唯我獨尊)’라고 하신 말씀은, 부처님만이 존귀하다는 뜻이 아나라 일체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가 다 존귀한 존재라는 말씀이며, 이는 신으로 부터 ‘인간해방’, ‘인간선언’을 의미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35세 되든 해 12월 8일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으신 뒤 제일성(第一聲)으로 “기이하고 기이하구나! 일체 중생이 모두 부처와 같은 지혜와 덕상이 있건만 분별 망상으로 깨닫지 못하는구나.”(화엄경)라고 하셨는데, 이 말씀을 풀이해 보면 부처님이 스스로 깨쳐서 우주 만법의 실상을 바로 알고 보니, 모든 중생이 부처님과 똑 같은 무한하고 절대적인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가 본래로 가지고 있는 능력을 개발하면 스스로가 절대자가 되고 부처가 되는 것이지 절대자가 따로 있고 부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체 중생이 부처님과 똑같은 지혜와 덕상이 있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이며, 또한 인간의 무한한 능력을 인정한 것으로서 이는 ‘인간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길을 잃고 헤매는 중생들에게는 실로 구원의 등불이며 희망의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부처님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인간평등을 주장하신 분이다.
부처님 당시 인도 사회는 철저한 신분사회(계급사회)였다.
가장 상류층은 제사를 담당하는 브라만계급(승려계급)이었고 그 다음이 크샤트리아계급(왕족·무사계급), 그 다음이 바이샤계급(평민계급)이었으며, 가장 하위계급은 수드라계급(노예계급)이었다.
이 중에서 가장 천대를 받은 계급은 말할 나위도 없이 수드라계급이었다. 수드라계급은 죽도록 일만하고 맞아 죽어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였다.
이러한 계급제도에 대해서 부처님께서는 “사람은 출신성분에 의해서 바라문이 되고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시며, 계급제도를 부정하시었고, 가장 천민인 똥꾼 니다이의 머리를 깎여 출가시켰는가 하면, 살인자 앙굴라마의 출가를 허락하셨고 여성의 출가도 받아들였다.
여성의 출가나 불가촉천민들을 교단에 받아들인 것은 당시로서는 가히 상상할 수도 없는 혁명적인 것이었다.
부처님은 “나는 나를 주인으로 한다. 나 밖에는 따로 주인이 없다. 그러므로 마땅히 나를 잘 다루어야 한다.”(법구경)라고 말씀하셨고, 마지막 열반에 드실 때에도 “자기를 등불로 삼고 자신을 의지처로 삼아라. 법(진리)을 등불로 삼고, 법을 의지처로 삼아라(遺敎經)”라고 누누이 당부하셨다.
이와 같이 불교는 자기 인생(운명)의 주체는 자기 자신임을 인식하고, 자기 책임성과 주체적 삶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다른 종교사상에서는 예를 찾을 수가 없는 정도이거니와, 이런 의미에서 불교는 인본주의 종교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러한 인본주의 사상은 서양에서는 18세기 후반에 와서 루소, 존 로크 등 계몽사상가들이 천부인권설(天賦人權說)을 제창한 이후 수 세기 동안 시민계급들이 교황권 또는 전제군주와 피 흘리며 싸워서 비로소 쟁취한 것이다.
그러나 부처님은 이미 2,600년 전에 오늘날 서구사회에서 부르짖는 인권이나 평등사상보다 더 철저한 인간의 평등과 일체 생명의 존엄성을 주창하신 분이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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